카지노 쿠폰를 통해 진정한 성격 드러내기
카지노 쿠폰를 통해 진정한 성격 드러내기.
지금까지 호감, 매력, 감정이입 등 캐릭터를 드러내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서 설명했다. 결국 한 인물의 캐릭터는 그가 하는 액션과 리액션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내가 모든 이야기는 주인공의 선택과 행동에 관한 것이라는 얘기를 여러 번 했는데, 이번 회차에서는 선택을 통해 캐릭터를 드러내는 방법에 대해서 공부해 보기로 한다.
"누드집을 내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오래 전에 어느 토크쇼에 출연했던 여성 연예인의 이 말에 순간, 나도 모르게 채널을 고정하고 말았다(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당시 방송 내용은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그래서요? 찍겠다고 하셨나요?"
엠씨가 물었다.
"아니요. 절대 안 찍겠다고 했어요."
뭔가 많이 아쉬운 감정이 내 안에서 생겨났다.
"아, 역시... 그러셔야죠."
"그런데..."
"네, 그런데...?"
"그쪽에서 10억을 주겠다고 하니깐... 안 하겠다는 말이 선뜻 안 나오더라고요."
바로 이 순간, 나는 그녀가 카지노 쿠폰에 빠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말이다.
카지노 쿠폰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두 개의 판단 사이에서 어느 쪽도 결정할 수 없는 상태. 즉, 진퇴양난, 또는 양손의 떡 같은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Story)의 저자 로버트 맥키는 딜레마적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서만 그 사람만의 진정한 성격이 나온다고 말했다.
10억이면 지금도 큰 돈이지만, 그 당시에는 엄청나게 큰 돈이었다.
일단, 10억이란 돈은 그녀가 옷을 벗을 수도 있는 액수인 것은 확실하다. 만약 누드 사진 제안을 수락한다면, 그녀는 돈의 액수가 문제이지 누드 사진을 찍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제안을 거절한다면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옷을 벗지 않는 자존심의 화신인 것이다.
그녀는 과연 어떤 대답을 했을까?
"저 혼자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워서 가족회의를 했어요."
그녀의 성격이 보이는가?
그렇다. 그녀는 중요한 일에 대해서는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가족들의 의견을 듣는 성격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돈에 휘둘리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희석해주지는 않는다. 벗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가족 회의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녀는 가족회의 결과, 누드 사진집을 찍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는 것이 그날의 토크쇼 내용이었다.
그런데 공부를 위해 가족회의 상황을 생각해 보자.
그런 생각들을 하는 것은 작가 수업의 한 방법이다.
가족 중의 아버지는 딸이 누드 사진을 찍는다는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어머니는? 언니는? 동생은? 이런 식으로 말이다.
아마 아버지는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까?
"뭐? 누드 사진? 내가 너 그런 거 하라고 연예인 하라고 허락했냐? 그런 거 하려면 당장 때려치워!"
아버지의 진정한 성격이 나왔는가?
아니다. 세상에 딸이 누드 사진을 찍겠다는데 기분 좋게 허락할 아버지가 어디 있는가?
이것은 일반적인 아버지의 보편적인 성격일 수는 있어도, 그 연예인 아버지만의 진정한 성격은 아닌 것이다.
왜?
아버지에게 그 상황은 카지노 쿠폰가 아닌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아니라, 아버지에게는 반대라는 한 가지 답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로버트 맥키 말대로 진정한 성격이 나오려면, 아버지에게도 그 상황이 딜레마적이어야 한다.
로버트 맥기는 카지노 쿠폰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한다.
카지노 쿠폰는 선과 선 중에서 어느 쪽이 최선이냐, 또는 악과 악 중에서 어느 쪽이 차악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선과 악 중에 선을 선택하거나 악을 선택하는 상황은 카지노 쿠폰가 아니다.
역시나 그만이 가질 수 있는 탁월한 통찰이 아닐 수 없다.
카지노 쿠폰를 로버트 맥기가 말한 대로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많은 작가들이 카지노 쿠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카지노 쿠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과 선, 악과 악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카지노 쿠폰를 기술하는데 있어서 실수가 거의 없게 된다.
양손에 쥔 떡을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렇다.
-맛있는 떡과 영양가 있는 떡 중에 어떤 것을 먹을까? (선과 선)
-쉰 떡과 곰팡이가 핀 떡 중 반드시 한 가지를 먹어야 한다면? (악과 악)
두 가지 경우 모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다. 즉, 카지노 쿠폰인 것이다.
-맛있는 떡과 쉰 떡 중 어떤 것을 먹을 것인가? (선과 악)
이 상황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걸 딜레마라고 고민한다면, 그 사람(캐릭터)은 뭔가 이상한 사람일 것이다.
다시 한번 로버트 맥키의 말씀을 음미해 보자.
진정한 성격은 딜레마적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서만 나온다.
다시 연예인 누드집 얘기로 돌아와서 아버지에게 카지노 쿠폰를 만들어 줘 보자.
아버지가 사업실패로 10억의 빚을 지은 상태로 현재 사채업자들에게 살해 협박까지 받고 있다. 착한 딸은 아버지가 살해 협박을 받는 것은 모르지만, 10억의 빚을 지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 누드집을 찍겠다고 한 것이다.
아버지 입장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정한 딜레마 상황이 되었다. 딸의 누드집을 찍게 하느냐, 자신이 죽는 선택을 해야 하느냐, 이른바 악과 악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즉, 딜레마로서 요건을 완비했기에 진정한 성격을 드러내는 시험대에 선 것이다.
여기서 아버지의 선택은?
1) 반대하는 경우.
연예인 : 아버지, 사진만 찍으면 다 해결돼요.
아버지 : (벌떡 일어나며) 그깟 빚 내가 다 갚을 수 있어! 누가 너더러 그런 짓하래? 아버지 죽는 꼴 보고 싶으면 하고, 아니면 때려치워! (나가버린다).
그 아버지만의 진정한 성격이 드러났다. 그는 자신이 비록 죽을지언정 딸에게 부끄러운 짓(!)을 못 시키는 그런 원칙론자인 아버지인 것이다.
2) 찬성하는 경우.
찬성한다고, 아버지가 노골적으로 쌍수를 들어 반길 수는 없다. 그건 아버지라 볼 수 없다.
연예인 : 아버지, 사진만 찍으면 다 해결돼요.
아버지 : (딸과 시선을 못 맞추고 고개를 돌린 채) 네 생각이 중요하지... 요즘 뭐...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그게 큰 흉도 아니라더라...
아버지의 처절한 상황이 느껴지는가?
여기서 나타나는 그 아버지만의 진정한 성격은 딸이 희생(?)하는 것이 정말 미안하지만, 그래도 내가 살아야 우리 가족 모두가 살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는 실용주의적 성격이 아닐까.
이렇듯 카지노 쿠폰 설정이 중요하고, 그 카지노 쿠폰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진정한 성격이 드러나는 딜레마적 상황에서의 선택에 관한 예를 들어보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 중에 알 파치노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사랑의 파도(Sea Of Love)라는 것이 있다.
흥미로운 작법서 <세이브 더 캣(Save The Cat)의 저자 블레이크 스나이더는 그 책의 서문에서 이 영화에서 형사로 나오는 알 파치노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방식을 소개한다(스나이더가 그 영화를 보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에서 왠지 우쭐한 생각이 드는 건 왜인지).
어쨌든 나는 그 도입부 에피소드를 카지노 쿠폰적 관점에서 설명하겠다.
알 파치노는 가석방 요건을 위반한 범죄자들을 잡아들이기 위해 아이디어를 낸다. 뉴욕 양키즈의 경기를 보여준다고 연락을 한 것이다. 야구라면 사족을 못 쓰는 미국 사람인 범죄자들은 하나둘 씩 약속된 장소로 와서 체포된다. 그런데 마지막 한 명이 나타나지 않는다. 포기하고 돌아가려는 순간, 마지막 범인이 어린 아들 손을 잡고 나타난다. 혹시 표 한 장 더 남지 않느냐면서.
알 파치노는 카지노 쿠폰에 빠진다.
아들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를 체포하면 그는 냉혈한 형사가 된다. 하지만 놓아주면 착한 형사가 되겠지만 무능한 형사가 되는 것이다. 체포 실적이냐? 휴머니즘이냐? 하는 선과 선 중에서, 또는 냉혈한이냐? 무능함이냐? 하는 악과 악 중에서 알 파치노는 선택을 강요당한다.
결국, 알 파치노는 품 속에 있는 경찰 배지를 범죄자에게 살짝 보여주면서 말한다.
"지금 애를 데리고 당장 꺼져. 하지만 넌 내가 반드시 잡을 거야."
휴머니즘을 선택하면서도, 체포 실적을 예약(?)하는 영민함과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이처럼 <사랑의 파도는 첫 번째 시퀀스에서 이렇게 크리에이티브 한 방식으로 딜레마를 돌파하고, 캐릭터도 확립한다.
허영만의 만화 <타짜를 보면 주인공 고니가 타짜를 찾아가 제자로 받아 달라는 장면이 나온다. 타짜는 고니에게 길에서 동냥을 하고 있는 거지의 깡통을 발로 차고 오면 받아주겠다고 한다. 카지노 쿠폰를 준 것이다.
깡통을 차지 않으면 휴머니즘을 얻겠지만 타짜의 제자가 될 수 없다. 하지만 깡통을 차 버린다면 타짜의 제자가 될 수 있지만 휴머니즘을 잃게 된다. 타짜는 고니에게 타짜의 세계는 피도 눈물도 없는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만화에서 고니는 거지의 깡통을 발로 차 버린다.
하지만 영화에서 고니는 차마 깡통을 차지 못한다. 물론 그래도 타짜의 제자가 되긴 하지만. 아마도 감독은 고니를 순진했던 놈에서 악랄한 놈으로 성장시키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에서는 조커가 배트맨의 연인인 레이첼과 정의의 사도인 하비 덴트 검사를 각기 다른 장소에 가둬 놓고, 같은 시간에 폭탄이 터지게 장치한 뒤 배트맨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둘 중 하나만 살릴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만약 레이첼을 구한다면 배트맨은 사랑을 우선시하는 성격인 것이고, 검사를 구한다면 정의를 우선시하는 성격인 것이다.
배트맨은 일고의 여지도 없이 레이철을 구하러 간다. 그는 영웅이기 이전에 인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조커는 일부러 레이첼과 하비 덴트의 위치를 반대로 말해주었고, 때문에 배트맨은 하비 덴트를 구하고 레이첼을 죽게 만든다.
레이첼을 구하려 했기 때문에 레이첼을 구하지 못한, 이 아이러니. 때문에 배트맨은 고통을 받는다.
가장 강력한 감정이입 공식.
자신이 저지른 일로 인해 그 자신이 대가를 치를 때 시청자는 가장 강력하게 감정이입을 한다.
시청자들은 더욱 더 배트맨이 조커를 무찌르기를 염원하고 응원하게 됐다.
<다크 나이트는 배트맨 시리즈 중에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카지노 쿠폰를 잘 활용했기 때문이었다.
스토리라는 것이 결국엔 딜레마와 선택의 연속이다. 주인공은 이야기의 시작에서 딜레마에 대한 선택을 통해서 성격을 부여받고, 이야기 진행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딜레마와 그에 대한 선택에 의해서 성장하고, 클라이맥스에서 맞닥뜨리는 거대한 딜레마에서의 선택을 통해 주제를 구현하는 것이다. 즉, 주인공은 클라이맥스의 딜레마를 선택하기 위해 시작부터 자잘한 딜레마를 선택해 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