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는 사람 Apr 02. 2019

카지노 게임-같이 있어 행복하다 해놓고 혼자 떠난다

춘광사설ㅡ구름 사이로 아주 잠시 비치는 봄 햇살

장국영이 만우절에 자신의 삶을 마감해버리면서 그의 생일은 몰라도 제삿날을 모르긴 힘들게 됐다. 그를 특별나게 좋아했던 열성 팬은 아니지만 추하게 늙어한 세기가 바뀌도록 끝까지 살아남아 세상에 그 추함을 더할 때, 아름다운 사람은 일찍 생을 마감하는 미학적으로만 봐도 불합리하다.

장국영의 최고작은 개인마다 다르게 꼽겠지만, 그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은 왕가위 영화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왕가위 영화 속에도 양조위와 함께 나왔을 때 장국영이 특히 빛났다.


중년 세대 중 카지노 게임 좀 보고 좋아하던 사람 가운데 홍콩 카지노 게임, 그중에서도 왕가위의 카지노 게임 한 두 편 안 봤던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허무하고 불안한 청춘, 어긋나는 시간과 사랑, 감각적 영상과 색채감, 장면과 딱 떨어지는 음악들이 그때의 젊은이들이 왕가위에게 열광한 이유리라. 한 때의젊은이들이 하루끼 소설에 열광했던것처럼.
왕가위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이고 흥행작이었던 <중경상림, <열혈남아보다 <카지노 게임가 더 좋았었다. 지금은 <동사서독을 그의 최고작으로 꼽지만 아직 청춘이었을 땐 <아비정전 <화양연화 <카지노 게임를 그의 최고작으로 꼽기도 했다. 대게의 동성애 영화가 '소수자 인권, 성취향 각성, 편견과 차별'등의 동성애 주제 코드를 약간씩이라도 담고 있다면 이 영화는 그런 거 싹 빼고 그냥 '사람, 사랑'의 시선으로만 다룬다.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

왕가위는 잡을 수도 없고 잊기도 힘든 사랑, 이기성과 헌신성이라는 인간 양면을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 혹은 더 많이 사랑하는 순간'으로 곧잘 표현한다. 화려한 도시, 그 뒷골목의 쓸쓸함과 불안한 청춘들의 어긋나는 사랑과 실연을 독특한 시, 공간성으로 잘 담아낸다.

쉽게 사랑하지 않지만 사랑, 그 사랑하는 대상에 한결같고 희생적이며 매사 책임감 강한 아휘(양조위)는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다. 반면 불안하고 자유로운 영혼의 보영(장국영)은 떠났다 돌아오는 이기적 사랑을 반복하는데 '더 많이 사랑하는 순간'을 따르는 사람이다. 몸과 마음이 하나인 아휘와 달리 몸은 여기 붙어 있어도 마음 한구석은 늘 허방을 떠도는 보영은 아휘에게 끊기 힘든 마약 같은 상처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땐 잘 알려진 '카지노 게임'보다 원제 <춘광사설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구름 사이로 아주 잠시 비치는 봄 햇살'이란 뜻이란다. 그들에게 '구름 사이로 아주 잠시 비치는 봄 햇살'같은 시절은 언제였을까? 관객인 내게 그 시절은 어딘가에서 뭇매를 맞고 얼굴과 손이 만신창이가 돼 찾아온 보영을 아휘가 말없이 안아주고 치료해 주면서 집에 카지노 게임 있게 되는 짧은 시절 같았다.짧지만 둘이 같이 행복한 순간 (카지노 게임 투게더)이었다.


사실 그의 손이 낫지 않기를 바랐다.
아픈 그와 함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했기 때문이다.



장국영보다 양조위


홍콩카지노 게임 전성기 때 남자들대부분은 주윤발, 유덕화였고 여자들은 장국영, 금성무, 여명이었다. 당시 한국 광고계의 음료, 초콜릿 모델들이 우리 배우나 가수가 아닌 중화권의 주윤발, 장국영, 유덕화가 번갈아 했을 정도였다. 나는 어릴 때도 취향이 좀 그랬는지 언급된 해사한 외모의 아이돌 배우들보다 지명도나 인기에선 상대적으로 좀 떨어진 양조위의 팬이었다. 양조위만큼, 그보다연기를잘하는 배우도많(겠)지만 '눈빛' 만으로 그만큼 연기하는 사람의 이름이 금방 생각나지 않는 이유다. 흡입력 있는 연기와 달리 인터뷰나 화보 촬영 시 매우 쑥스러워하고 곤란해하는 사람 좋은내성적 미소가 좋기도 했다. 화면 밖의 내성적 모습은 안성기의 선함과 수줍음 같은 게 느껴지곤 했다.

옛날 어느 인터뷰에서 그의 어린 시절 가정사와 그로 인한 성격 형성, 연기에 미친 영향을 말한 기사를 읽으면서 더 좋아하게 됐다. 도박꾼이자 술꾼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가정을 등한시하며 오랜 난봉꾼 백수로 지내다 어느 날 불현듯 실종되었고 어머니가 가장 역할을 하게 됐다. 어려운 형편으로 중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이 됐고 이런저런 개인사로 내성적이고 우울한 성향이 됐는데 이게 훗날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됐단다. 슬프고 우울한 감정들을 포함한 평소 억압됐던 여러 감정들을 연기할 때 다 분출시킨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를 보고 캐릭터 몰입력, 집중이 뛰어나다고 하는데 사실은 숨기고 억눌렀던 감정과 응어리들을 이때 다 분출시키는 거라 했었다.


지구 어느 곳에는 세상의 슬픔을 묻는 곳이 있단다

카지노 게임네 목소리를 여기에 녹음해. 너의 슬픔을 땅 끝에 묻어줄게.


아휘의 식당 동료인 장(장첸)은 어릴 때의 병 후유증으로 남보다 예민한 청각을 가졌다. 그는 사람들의 모습보다 목소리에서 더 많은, 숨겨진 진심을 읽는다.

때로는 귀가 눈보다 사물을 더 잘 봐. 예를 들어 누군가가 행복을 가장해도 그가 내는 소리는 가장 못해. 세심히 들으면 다 알 수 있어.


나는 종종 앞모습보다 뒷모습에서 더 깊은 감정을 느끼는데 앞모습은 포이나거짓말을 잘해도 뒷모습은 본심이 무심히 잘 들킨다. 목소리는 어쩌면 뒷모습과 같은 것.

장은 땅 끝, 우슈이아라는 곳에 가려는데 그곳엔 사람들이 슬픈 기억을 두고 오는 등대가 있다.그는 여행을 떠나서 모든 슬픔을 세상의 끝에 버리고 올 거라며, 아휘의 슬픔도 버려줄 테니 네 슬픔을 담으라고 녹음기를 준다.

네 목소리를 여기에 녹음해. 너의 슬픔을 땅 끝에 묻어줄게.


영화든 책이든 오랜 세월이 지나서 다시 보면 그때 미처 보지 못했던 내 시선과 영화 속 정서들을 새로 발견할 수가 카지노 게임서 좋다. 지금보다 젊었을 땐 이별과 쓸쓸함의 분위기로만 기억되던 정서도 작은 희망,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 같은 것이 같이, 새로 느껴졌다. 그 새로운 출발과 작은 희망을 찾으러 장첸은 땅 끝으로 간다. 장이 슬픔을 묻기 위해 땅 끝을 가고, 우리가 새해에 땅 끝을 찾는 건 '끝까지' 가 봐야만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일까, '끝'에서만 희망할 수 있다는 것일까.

아휘와 보영이 카지노 게임 처음부터 어긋나는 사랑, 어긋나는 시간을 보여주다 카지노 게임 끝에 가서야 각자의 어떤 시작과 작은 희망을 표현할 때 장은 이 카지노 게임에서 유일하게 처음부터 희망을 발견하려는, 배우려는 자로 나온다. 희망이란 어디 가야 얻는 것이 아니라 어디 있든 결국은 자신이 배워야 하는 것이다. 입으로, 글로 쉽게 읽고 마음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힘들게 애써 '몸으로 배워야' 하는 것이리라.


땅 끝의 등대에서 아휘의 슬픔을 듣고 두고 온 장


다시 이 카지노 게임를 보면서 저 등대로 막 달려가고 싶었다. 그저 카지노 게임 속 한 장면인 줄 알면서도 나와, 세상 사람들 모두의 슬픔을 모조리 가져가서 저 등대에 두고 오고 싶었다. 저 등대는 사람들의 수많은 슬픔을 너무 많이 담아서 그 차 오른 슬픔들로 곧 터져 버릴지도 모르겠다.



카지노 게임 속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빈티지한 뒷골목과 탱고바의 분위기도 물론 좋았지만 이구아수 폭포로 가는 길에 나온 인적 없이탁 트인 고속도로는 마음속에 뭔가 도장 하나를 쾅-찍는 느낌을 주었다. 또, 광활한 이구아수 폭포와 소용돌이치는 구름 같은 강물의 흐름이 음소거로 화면 가득 채워지는 장면, 그 폭포 밑에 홀로 선아휘의 뒷모습이 점점 더 크게 클로즈업되다 화면 가득히 자리 잡는 장면에선 마치 내가 거기 있는 듯한 깊은 공명이 됐다. 내 앞으로 몰려오는 거대한 폭포수 속에 지난 시간, 기억, 눈물을 카지노 게임 씻어 보내는 투사를 했다.



기다려주는 이가 카지노 게임서 떠난다

항상 떠나기만 했던 보영은 처음으로 기다리는 사랑을 하고 늘 기다리기만 하던 아휘는 둘이 가기로 했던 곳을 혼자서 가게 된다.처음으로 혼자 어딘가를 떠돌면서 아휘는 문득 깨닫는다.보영과 장이 언제든 떠나고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 돌아올 곳, 기다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여행도 그런 거 아닐까? 돌아올 곳, 기다리는 이가 있는 이의 떠남은 여행이지만 내 몸과 마음 한 곳 뉘일 곳 없는 이의 떠남은 방랑, 방황일 것이다.

양조위, 장국영은 왕가위의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는데 장국영의 매력과 연기가 가장 잘 드러나고 좋았던 게 이 영화와 아비정전이었다.미소년 같은 외모의 인기스타 정도로 생각했던 게 좀 미안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 카지노 게임 속 캐릭터를 잘 살린 좋은 연기였다.이기적이고 자유로운 바람둥이지만 모성본능을 일으키는 미워할 수 없는 막내 동생 같은 캐릭터를 장국영만큼 잘 어울리게 연기할 사람이 있나 싶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중국의 드림?


처음 봤을 땐 기억에 없던 장면인데 새로 보면서 아르헨티나에서 하급 노동자로 일하는 중국인들의 고단한 모습이 보였다.한때(어쩌면 지금도) 우리의 '드림 아메리카'처럼 아르헨티나가 중국의 드림이었을까? 옛날에 볼 땐 양조위, 장국영, 장첸이 다 같은 '중국인'으로 대충 보였다면 이번엔 중국, 홍콩, 대만인으로 각각 다른 국적과 역사, 사회적 정체성을 가진 인물들로 보였다. 카지노 게임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듯이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가 '장개석 사망'을 보도하는 뉴스였는데 왕가위는 무심하게 툭- 시대를 말하고 싶었던 걸까? 다른 듯 비슷한 그들은 왜 굳이 그 먼 남미까지 왔을까?
지금 서 있는 곳에서 도저히 작은 희망도 발견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어딘가로, 더 먼 곳으로 떠나고 싶어 한다.카지노 게임 속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새로운 시작과 희망의 장소이면서 도피처이기도 하다.희망과 도피의 이중성을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 빈티지한 컬러와 흑백의 교차 화면으로 참 잘 버무렸던 카지노 게임-


어느 하루는 추억의 카지노 게임를 보고 싶을 때가 있는데 우리 영화는 잊고 싶은 이 현실을 자꾸 복기시키니까 먼 나라, 그중에서 양조위와 장국영의 옛 영화들을 보았다. 그들이 자신들의 모국을 떠나 먼 남미와 땅끝에서 어떤 위로를 찾으려 한 것처럼 나는 먼 이국의 카지노 게임를 보면서 오늘의 절망과 내일의 책무를 잠시 피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내일 다시 희망을 배우자.




* 여담
다시 본 카지노 게임는 어릴 때 내게는 그저 그랬던 장국영의 매력을 새삼 많이 느끼게 했는데 느닷없이 '김조광수'감독의 얼굴이 오버랩됐다면 오버인가?

장국영이 10년쯤 더 산 모습, 혹은 얼굴 큰 장국영처럼 보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