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캉 분석과 여성성말과 욕망을 해방시키기
책을 읽은 후 본 앞표지 안쪽의 저자 소개엔 미술사, 라캉과 바디우전공으로 학위를 받고 전공 관련의 여러 일을 했거나 하고 있는데, 이력 중 눈에 띈 게 대학 '극작과'의 정신분석 강의다. 의학 드라마, 심리 상담 방송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극, 사이코드라마는 종종 봤다. 그게 정신의학/심리학과 전공 수업 중 일부가 아니라 영화, 연극을정신분석적 차원에서 공부하는 학과가따로있다는 건 몰랐다.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은 내담자를 현장에서 만나기 전의 사례와 자료로, 극작가들은 문학과 정신분석을 병합한 다층적 인물 군상을 대하며 예술 작품의 해석뿐 아니라 자신들이 쓸 작품에서도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는데 많은 공부가 될 것 같다.
이 책도 타 장르 예술보다 '인물'이 작품의 주요 요소인 '극'을 정신분석에 연장, 확장한 작업으로 사례 중 상당 부분이 캐릭터 해석이거나 임상 상담을 극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라캉과 페미니즘 사이에서 '여성성'을 살핀글이지만 여성성의 명확한 이론과 정의, 새로운 여성성의 조명, 여성성의 해방, 위로보다는 '개별적 그녀'들의 '목소리'와 억압된 '욕망의 주체'를 같이 찾아가는 게 저자의 의도라고 한다. 누구인지 모르고 나도 너도 아닌, 뭉뚱그려진 익명의 '카지노 게임들'이 아니라 주어가 있는, '한 명 한 명'의 개별적인 '그녀들'로. 개별적 존재는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될 수 없으니 각자의 얘기를 따로 하고 들어야 한다.
처음에 책등의 작은 글씨를 못 본 상태에서 ≪카지노 게임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제목만봤을 땐 그 의미가 잘 파악되지 않았다. 읽다가 이게 라캉의 개념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난 뒤에도 이 말이 단어 그 자체의 '비카지노 게임'인지 다른 함의가 있는지 금방 와닿지는 않았다. 읽는 페이지가 쌓이면서 조금씩 이해됐는데, 특히 <성형중독챕터에서 다룬 영화 '원피스'와 <상담사 중 '왕따'를 언급한 부분에서다.
왕따란 카지노 게임 않는다…. 오직 왕따와 함께하는 것만이 세상에 왕따란 없음을 보여줄 수 있다.
왕따는 나쁘다, 왕따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건 왕따 가해자 말고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나쁜 세상은 올바른 말만으로는 고쳐지지 않는다. 실천이 따라야 바뀐다. 왕따를 만드는 가장 손쉽고 빠른 방법이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차단하는 것일 테다. 말을 없애는 것. 있는 데 없는 비카지노 게임, 투명 인간으로 만드는 것.
말을 차단당한 그녀에게 말을 걸고 들어줌으로써 강제로 없어진 카지노 게임를 환원시켜 주는 것.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정의감보다 내가 왕따의 친구가 되는 일이 왕따가 없어지는 더 좋은 방법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카지노 게임는 이렇다'라거나 '카지노 게임는 이래야 한다'라는 스캔들 같은 말, 한두 가지 특질로 카지노 게임를 정의, 설명할 수 없다. 누구인지 모를 '카지노 게임들'은 어느 사진가의 전시 제목처럼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익명의 카지노 게임들이다. 모든 카지노 게임는 같지 않고 비슷한 상황에서도 다 다른, 개별적 주체다. 비슷해 보이는 보편적 상황, 사건도 개별적, 미시적으로 들어가면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불특정의 '카지노 게임는'이 아니라, 개별적 '그녀는'으로다가가, 그녀들의 말을 들어줄때 비로소 어렵게 '카지노 게임 존재한다.'
이 책은 여성성을 라캉의 개념에서 정신분석적 증상의 여러 사례로 보여주지만 나는 '여성'을 지우고 '사람'으로 자주 대입해 읽었다. 남녀가 하는 일이 명확하게 구분됐던 프로이트 전후의 시대와 달리 지금은 영역 대부분에서 성별 구분 없는 생존 구조 속에서 산다. 역할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오히려 카지노 게임에게 요구되는 사항이 더 많아지기도 했다.
변한 시대 속에서 정신분석의 해석과 적용도 달라져 강박증은 남성,히스테리는 여성의 주요 증상으로 단정 짓지 카지노 게임. 정신 질환을 분류하는 일부 도표에 의하면 '강박증'이나 '히스테리'는 질환 코드에서 빠지기도 한다니, 그 두 증상은 정도 차이로 현대인에겐 코로나 정도의 흔한 증상 아닐까. 두 증상은 서로 중첩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성비 구분 없이 양쪽의 증상이 다 발현되는 예도 있을 것이다.
정신분석을 면밀히 모르지만 프로이트보다는 라캉에게 더 공감된다. 특히 '어머니'에 관한 관점과 시선.
"아들에 대한 관계만이 어머니에게 무제한적이고 절대적인 만족감을 주는 완전한 관계(프로이트)" 보다 "어머니는 카지노 게임를 오염시키는 존재로 남는다.” “어머니의 사랑(어머니에 대한 사랑)은 모든 것의 원인이다.(라캉)”가 훨씬 와닿지 않는가?
프로이트는 아버지, 남편, 어릴 때의 남아 같은 오로지 '남자'로서만 어머니를 본 것이라면 적어도 라캉은 비전체, 비존재로서의 '카지노 게임'로는 인식한 것으로 읽혔다.
'완전하고 무제한적인 관계'란 없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신파적 대사는 부모, 자식 간에도 '무제한적이지 않은 완전한 관계'가 아닌, '보상 (심리)과 거래'가 카지노 게임한다는 예시다.
전공자가 아니라 잘 이해되지 카지노 게임 특정 단어를 제외하면 증상과 연관한 에피소드 따라 읽기 좋았는데, 그렇게 내 깜 안에서 이 책을 세 가지 정도 키워드로 뽑으면 이렇다.
<목소리 찾아주기 <억압된 욕망 발굴하기 <잘 말하기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 무엇과 무엇 '사이'에 처한 그녀들을 불러 모아, 오독되거나 들어주는 데가 없어 '입 닫은' 카지노 게임들에게 <목소리 찾아주기, 자기도 모르는 '무의식적 진실'을 <잘 말할 수 있게 하기, 타자가 요구하는 의무를 수행하느라 <억압된 욕망의 주체를 찾기
일부 증상은 요즘 본 다른 책이나 영화와 연관되기도 했고, 어떤 증상은 우리 가족의 같거나 다른 불안과 갈등의 내면을 대면하는 것 같아 불편하면서도 서로의 증상을 조금 더 이해하거나 이해하고 싶게 만드는 면도 있었다.
각 챕터마다 다른 '그녀'들은 일부의 실존 인물을 제외한 대부분은 실화와 가상을 합친 팩션인데, 라캉의 "허구의 구조를 갖는 진실" 저자의 '사라지는 실재'에 해당하겠다. '사라지는 실재'라는 말에서 '공연 무대'를 연상했다. 사라지는 게 공연 무대의 숙명이지만 보존되지 않는다고 내가 보고 느꼈던 게 가짜는 아니다. 핸드폰과 SNS로 연극이나 무용 같이 사라짐의 미학마저 일부 박제되지만, 그게 무대 전부 거나 진짜는 아닌 것처럼.
'공감'을 '공유'하고 싶은 '공간'이 '무대'라면 이 책은 라캉의 개념을 소설, 영화, 임상 등 다양한 매체를 문자적 사이코드라마로 재구성한 활자 속 무대다. 저자는 '잘 말하는(말 잘하는 게 아니다) 공간'을 열어주고 싶다고 했는데, 그런 공간 중 하나가 이 책일 것이다.
우리는 언제 말을 잃고, 입을 다무는가? 사람들이 내 뜻과 본심과 다르게 자의적카지노 게임 해석하거나 오해해서 말을 퍼뜨리는 상황이 반복될 때, 말할 기회를 안 줄 때, 말할 대상이 없을 때다. '할 말이 없다'라며 입을 다무는 건 진짜로 할 말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말할 필요가 없다(해봐야 소용없다는 절망의 반복)'인 경우가 많다.
그는 너무나도 외롭게 살았기 때문에 말년에는 말하는 습관을 잃어버리기까지 했다. 아니, 어쩌면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이 책은 그렇게 입을 다물게 된 이름 없는 '카지노 게임들'을 각각의 '그녀로' 불러내어 상처와 결핍이 만든 각기 다른 증상들을 재현한다. 타자와 외부의 요구에 순응하느라 은폐되고 금지된 욕망을 불러내어 소리치라고 한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공연 비평가 목정원은 나 대신 울어주는 사람을 보기 위해 극장에 간다고 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많은 사례자도 내 무의식 대신 울고 아픈 사람들이다. 그들을 통해 거울 치료받는 것처럼 나의 결핍과 상처, 포박된 억압과 욕망을 같이 따라가 보자.
총 26개의 챕터로 구성돼 있고 라캉의 개념과 여성성에 대한 이론 몇 장을 제외한 대부분은 정신분석의 각 증상을 현실감 있는 에피소드로 재구성해 보여준다.
'내담자(환자)는 꼭 완치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읽는다고 그녀, 나가 바로 다 자신을 잘 말할 수 있게 되거나 의식적 억압과 무의식적 욕망을 일시에 캐치해 해소하진 못할 것이다.
다만, 마주하기 두려워서 외면하고 배척당할까 침묵했던 상처와 결핍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타인의 의무감에 복무하느라 나 자신도 몰랐던 내 무의식과 욕망을 돌아볼 시초가 될 수도 있다. 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도 내가 조금 더 소중해도 되는구나 괜찮다는 작은 위로와 공감이 될 수는 있다.
저자가 말하는 공감은 고개 끄덕이고 맞장구를 치며 손쉽게 위로해 '주는' 것이 아니라 '열어주는' 것이다. 자기 성안에 갇힌 사람을 '고독한 장면 바깥으로' 걸어 나올 수 있게 하는 것, 입을 열어주고 말을 열어주고 듣는 귀와 마음을 열어주는 것, 곁과 무대를 열어주는 것. 나도 이 글을 읽고 한동안 무심했던, 힘든 시간이 많을 친구에게 오랜만에 안부를 물었다.
여러 챕터 중 각 개인의 서사, 처한 상황, 성격, 심리 상태에 따라 더 와닿는 부분은 조금씩다를 것이다. 나도 특정 챕터에서는 나와 가족, 친구, 지인 등의 증상을 대입시키며 읽기도 했다. 각 챕터마다 밑줄 치거나 공감한 문장이 많았는데 그중 "진정한 금수저는 정서적 금수저다."라는 말이 있다.
불안은 전이된다. 유형적, 가시적 물질과 스펙만 유산되는 게 아니라 무형의, 안 보이는 정서도 유산된다. 엄마가 불안할 때, 아버지가 중심을 잃을 때 그 불안과 불협은 아이, 자식에게도 감염된다. 나 자신에게 너그럽고 나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을 때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식상한 말이지만 나를 사랑하고 내가 행복할 때 가족, 타인에게도 의무감이나 보상카지노 게임서가 아닌 행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악마란 타자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공격성에서 빛을 발한다/강박증
-우울증자가 “내 잘못이야”에 빠져있고, 편집증자가 “당신 탓이야”로 분노한다면, 조울증자는 책임 소재의 근본적인 불투명성에 시달린다./조울증
-우울증이란 2일간의 구속이 5일간의 자유를 짓밟을 수 있는 상태다/행위
-프롤레타리아는 무산자로서 자본가에 의해 착취당하는 자가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착취당한 자를 말한다./자본주의 기계
밑줄을 그으며 읽은 문장이 훨씬 더 많지만 읽을 분들의 재미와 몫카지노 게임 남긴다. 아래는 증상의사례를 설명하는 예화, 비유 중 블랙코미디.
1. 전쟁과 평화-섹스파업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곡 <리시스트라타:카지노 게임들이 전쟁을 종식시키는 방법.
펠로폰네소스와 델로스는 장기 전쟁 중인데 주인공 리시스트라가 전쟁 종식을 위해 그리스 전역의 여성들에게 남성들과의 섹스파업을 촉구, 성공시켜 평화를 정착시킨다. 섹스를 쾌락, 사랑, 권력과 부를 위해 사용하지 않고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 활용한 사례로 여성의 순결, 정절을 강요하기 위해 정조대를 강제 착용시킨 상황의 역발상이다.
2. 신생아(新生兒)보다 신상품(新商品)-코르셋
코르셋이 현재의 미적 기능과 달리 과거 공장 여성 노동자의 경우 임신한 사실이 드러나면 해고를 당했기 때문에 배를 감추기 위해 입었다는 건 다른 데서도 들었는데, 생산직(生産職) 업종의 여성들이 생산(生産)하면 생업(生業)에서 퇴출당하는 반어적 상황이다. 물건 생산을 위해 사람 생산은 못 하니 사람 위에 물건 있다. 신생아(新生兒)보다 신상품(新商品)
3. 오적(五賊) or 오적(五炙)
남자에게 억압된 여성들이 억압자의 눈카지노 게임 사고하고, 사는 것을 묘사한 부분의 '오적'이 재밌다. 어느 곳에서는 회자되는 모양인데 남편, 가족카지노 게임 거래할 자산(미모, 학벌 등)이 없어서인지나는 처음 들어봤다.
을사늑약의 오적과 김지하의 오적은 개별 이름까진 다 못 외워도 알 것이다.
을사늑약의 오적은 '박제순, 이지용, 이근택, 이완용, 권중현' 김지하 망국의 오적은 '재벌, 국회위원(국회인원이나 국회요원카지노 게임 바꿔야 하나), 고급 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다. 최근의 오적은 이렇단다.
'경상도, 장남, 서울대, 삼성, 개천용'
굳이 각 단어를 세세하게 설명 안 해도 직관적으로 이해될 것이다. 이것을 적군의 오적(五賊)이 아닌, 궁중 부침개 오적(五炙) 같은 매리트로 생각한다면 이 방면에서 더 좋은 오적(五炙)도 있다.
'서울, 장남, 명문대, 의사, 엘리트 집안'
五賊도, 五炙도 없어서 적적(寂寂)하냐고 물으신다면 그런 두 적 보다는 소쩍새 울어도 잠 안 오는 밤에 들었던 가수 이적의 노래 <적이 더 내게 좋고 맞다고 하겠다.
https://youtu.be/eY1OCz8k91Y?si=lDj-2o0SL-leItV2
-무의식 또한 실패의 영역에 속한다. 그것이 실언 및 실착을 통해서만 나타나고 또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석 작업은 실패에 초점을 맞춘다.
-정신분석이 가까스로 조명하는 유일하게 성공적이고 완성된 행위가 있는데, 그것은 자살이다..."이것은 자살, 그러므로 그 누구의 실패도 아닌 익명의 성공,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