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대, 그 미묘함에 대하여 #21 - 카지노 게임 추천성 상실
카지노 게임 추천성 상실의 공포, 성적 매력 상실의 불안감
얼마 전 우연히 접한 뉴스 기사에서 한 여자 연예인이 출산 이후 카지노 게임 추천성을 거세당했다는 공포에 휩싸였다고 고백한내용을보았다. 그녀처럼임신과 출산 과정을 겪은 엄마들의 여러 댓글들은 그녀의 카지노 게임 추천성 상실이라는 상황과 공포의 감정에 매우 공감하는 듯 보였다.
아직 미혼. 임신과 출산은 내게 전혀 해당 사항이 없는 일임에도불구하고 나 역시도 그 댓글들을 무심히훑고 지나칠 수는 없었다.
내게도 몸과 카지노 게임 추천성, 그리고 성적 매력에 관한 고민은 십 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매 순간 껴안고 살고 있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당연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심한 감기에 걸려도 웬만하면 병원 가는 걸 꺼려하고 자연치유를 기다리곤 했던 나를 오픈 시간 전부터 병원 문 앞에 미리 서있게 만든 사건이 있었으니, 겨드랑이에 단단히 잡혀 약한 통증을 유발하는 몽우리가 그 이유였다.
티브이를 보며 별생각 없이 겨드랑이를 만져보다가 딱딱한 무엇인가가 잡히자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즉시 몸을 일으켜 포털 사이트에 닥치는 대로 검색을 해보기 시작했다. ‘겨드랑이 몽우리’, ‘겨드랑이 통증’, ‘유방암 초기증세’, ‘유방 절제’
검색어가 유방 절제에까지 이르자 불안함에 입이 바싹 마를 정도가 되었다.
혹시유방암?
가슴을 떼어야 된다고 하면어떡하지?
극도의 공포와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기는 걱정에 한 숨도 자지 못하고 다음날 부랴부랴 달려간 유방외과의 남자 의사 앞에서 상의 탈의를 하고 두 팔을 머리 위로 뻗은 채 누웠다. 평소 산부인과도 여자 의사만 고집하던 나였는데, 여의사, 남의사를 검색하고 고민할 시간 따위 없었다. 제발 별 일이 아니기 만을간절히빌뿐.
초음파 검사 결과 겨드랑이에 딱딱하게 잡혔던 몽우리의 실체는 다행히 별 것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부유방입니다. 이건 어떤 병도 아니고, 잘못된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그제야 상의를 벗고 만세를 하고 누워있는 내 모습이 객관적으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 이러고 있는 건 조금 쑥스러운데,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초음파로 가슴 부위를 보고 있던 의사 선생님의 동작이 갑자기 멈춰졌다.
“스톱.”
의사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간호사가 잽싸게 모니터를 정지시킨 후 무엇인가를 적었다. 잠시나마 안도했던 감정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심장박동이 가슴을 뚫고 나올 것 같이 다시 빠르게 두근대고 있었다.
“왼쪽 가슴에 뭔가 보이네요. 조직 검사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
검사 결과는 딱 일주일 후에 나왔다.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그 어떤 시간보다 끔찍했던 날들이었다. 일주일 전에 비해 심히 초췌한 몰골을 한 나를 앞에 두고 의사 선생님은 이것은 섬유선종이라는 것이며 병으로 발전할 만한 것도 아니고 치료를 요하는 것도 아니라며육 개월에 한 번씩 내원해 진찰을 받으면 된다고 했다.
“내버려두면 암 되거나 그런 건 아니죠?”
일주일 동안 어찌나 걱정을 했던지 입을 떼는데 입술이 다 말라 갈라져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내버려둔다고 해서 암이 되는 건 아니지만 만일 너무 커져 불편감이 생길 시 제거술을 해야 할 수는 있다는친절한 설명을 해주었다.
‘혹시 제거술이 가슴을 절제한다든가…’
바보 같은 질문을 할 뻔한 걸 간신히 삼켜냈다. 진심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표한 후 병원을 나섰다. 육 개월에 한 번씩 내원해 진단을 받아야 하지만 이제 나는 그동안 나를 옥죄던 공포에서 벗어난 것이다. 다름아닌 카지노 게임 추천성 거세의 공포에서.
일주일 간나를위기감과 공포로 몰고 갔던것은유방암이라는 끔찍한 병,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그로 인해 겪어야 할 투병과 같은 육체의 고통만이 아니었다. 나를 그보다 더공포에 떨게 만들었던정체는놀랍게도 유방을 절제할 수도 있다는 심리적 두려움, 즉 카지노 게임 추천성의 상실이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성의 대표적 상징,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가장 적절한 신체부위를 잃을 수 있다는 공포 말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성의 상실이 내게 왜 그리도 공포로 다가오는 걸까. 대체 무엇을 그렇게 포기할 수 없는 걸까.
삼십 대가 되면서 관심의 중앙에서 점차 주변인으로 밀리고 있다는 사실은 얼마간 받아들였을지언정 사실 나는 여성적 매력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는 걱정까지는 하지 않았다. 다행인지 운동을 좋아하는 덕에 예전보다 탄력을 잃고 약간은 중력의 힘을 받은 것처럼 보이긴 했어도 아직은나름대로 ‘봐줄 만한’ 몸매, 아줌마 같지 않은 ‘여자다운’ 외형을갖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덕일까. 예전만큼 남자들은 나를 조심스레 대하지는 않았고, 내게 공을 들이는 일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어느 정도 이성으로서의 접근은 아직 남아있었다. 자위해보자면 그래도 나를 여전히 성적 매력이 남아있는, 성적인 존재로 봐주고 있던 것이다.
‘알 것 다 아는’ 삼십 대 카지노 게임 추천을 향한 남자들의 무례한 접근이나 ‘성’에 집중돼있는 은밀한 관심에분노가 일긴 했어도 어쩌면 나는 한편으로안심하고 있었는지 몰랐다. 종종 겪는 칭찬의 탈을 쓴 무례한 외모 품평에 나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지만사실 그때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은근슬쩍 안도의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나기도 했다.그 비겁한 마음을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 양가적 감정의 근원과 역사를 이야기한다면우습게도십 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의 정체성을 구성해 온 주요 요소가 섹슈얼리티와 카지노 게임 추천성, 그리고 성적 매력이었다는 사실이 아닐까.
성적 매력이 내 존재의 정체성을 이루는 주요 요소라니. 초라하고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내 인생에 있어 다양한 사회적 성취만큼이나 로맨스와 섹슈얼리티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듯, 사실상 나의 정체성 형성에 카지노 게임 추천성과 성적 매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굉장히 중요한 범주였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내게 있어나의존재를 뒤흔드는 일이란 다른 어떤 상실의 문제보다도 카지노 게임 추천성을 상실한다는 것, 더 이상 여자로서 어필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게 된다는데 있었다.
성적 관심과 욕망을 충족시켜줄 공식적 짝이 있는 기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가슴도 처지고 뱃살도 늘어나잖아.”
우리 중 유일한 기혼 카지노 게임 추천 Y의 갑작스러운 기습 공격이었다. ‘임신과 출산이 두려워요.’라는 보편적고민거리에맞벌이, 육아, 게다가 요즘 같은 경쟁사회에 아이들 교육문제도 걱정이라며 평범하게 대화를 이어 가다가Y는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몸매 변화’ 역시 고민이라는 사실을 맨 끝에 덧붙였다.
나의 반응이 그녀를 더욱 혼란하게 할까 싶어 표현하진 않았지만 나는 속으로 격하게 공감하고 있었다. 사실 나 역시도 아이를 낳은 카지노 게임 추천의 몸을 신성하고 위대하다는 점에는 동의했을지언정대부분의 경우사회적 통념의 미적 기준에서 아름답다고 느끼기는 어려웠으니까.
짐작건대 아마도 Y가 느낀 불안의 원인은단순한 몸매 변화, 즉익숙한 몸이 낯설게 변하는 데에서 오는 두려움이라기 보다 카지노 게임 추천성이 내재된 몸이 변화한다는 바로 그 지점에서 피어나는 두려움때문이었을 것이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몸의 변화를 아무리 모성 신화와 축복으로 미화해보려 한들 그것은 한편으로 여성적 자아가 상실된다는 공포와 불안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삼십 년 이상을 이 사회에서 카지노 게임 추천으로 살아온 나 역시 모를 리 없었다.
엄마들이 자주 이용하는 사이트에 올라온 고민들은 더 비통했다. ‘가슴이 아니라 아기 밥통인 듯.’, ‘포유류가 된 듯해요.’ ‘출산 후 변한 몸에 남편이 저를 여자로 보지 않을 것 같아 속상해요.’ 드물지 않게 그들 중 일부는 모유 수유로 인한 몸의 변화와 모성애의 고민 사이에서 죄책감과 책망을 움켜쥐고 있었다. 출산 후에도 여전히 ‘아가씨’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사랑하는 남편이 있는 기혼자가 되어도여성적 매력에 대한 욕망은 근본적문제로 작용했다.
그런 의미에서 임신과 출산을 두려워하는 Y의 고민은 결코 독특하지 않은, 매우 현실적인 걱정거리임이 틀림없었다.아무리 엄마라는 존재로 정체시키려 해 봐야 삼십 년 내내 당연하게 품어왔던 카지노 게임 추천성이 상실된다는 것은 이 사회에서 여자로 살았던 존재의 부정처럼 느껴질 만했으니까.
나이가 들고 시간이 흐르면 몸이 변하는 것은 진리일진대, 카지노 게임 추천성이라 호명되는 언어에 담긴 이미지를 강조하는 사회적 태도는 변함 없이 견고했고 그 기준의 평가에서 둔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수술, 출산, 그리고 완경으로 변화된 몸에 의해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우울감에 침잠해 가는 이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야, 연예인들 봐봐. 너도 관리하면 돼. 지금도 몸매 제일 좋으면서. 넌 바로 회복할걸.”
Y에게 마음가짐을 바꿔보라거나, 어떤 너의 몸도 모두 아름다울 것이라는 말은 건네지 않았다. 한 생명의 탄생이나 남편을 포함한 가족의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순진한위로도 왠지 부적절하고 이상했다.대신 나는 그녀가 지닌 월등한 미적 매력을 상기시켜 주었다.
수요일. 수영 강습이 있는 날이었다. 비누칠을 하며 샤워 타월로 발가락 사이사이를 문지르다보니 갑자기가슴이 아니라 발가락이 문제였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발가락을 제거해야 한다고 했어도 그만큼 공포스러웠을까.발가락처럼가슴도 그저몸에 붙어있는 것뿐인데,사회적으로 그렇게성적의미를 붙인 것뿐일 텐데, 고작 이것 때문에 수십 번도 더 천국과 지옥을 옮겨가다니.
그럼에도 사실 나는 안도하고 있었다. 성적 매력을 대표하는 상징이 훼손되지 않았다는 안도,카지노 게임 추천성이 아직 살아있다는 안도, 비(非) 카지노 게임 추천이 아니라는 나의 존재의 확인에 대한 안도를.
나는 아무 매력도 지니지 않은 발가락 따위가 아닌,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가장 적절한 신체부위인 유방을잃지 않았고 나를 옥죄던 카지노 게임 추천성 거세의 공포에서 당당히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또다시 위기가 찾아온다면?
알고 있다. 이것은 일시적 탈출, 유예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언젠가 필히 또 다른 카지노 게임 추천성 상실의 위기는 찾아와 나를 위협할 것이고 빈약한 자존감을 지닌 내 삶에균열을 일으키면서 또다시 공포로 날 밀어 넣게 될 것이라는 걸.
왜 모르겠는가. 나는 언제까지나 성적 존재일 수 없고, 카지노 게임 추천성과 성적 매력이 살아있는 몸은 영속적이지도, 영원할 수도 없다는 것을.그것은시간이 흐르면 의미 없어질 허울에 불과하다는 것을. 결국젊음과아름다움, 그것들과 카지노 게임 추천을 나란히 두는고정관념에서 벗어나언젠간카지노 게임 추천성의 의미를 재설정해야만 한다는, 단순하진 않지만 너무나도 명확한 해답을 말이다.
그러나 그 명확한 해답과 나의 거리는 아득히 멀다.평생을 그렇게 학습되어살아온 이로서 상실감을 단번에떨쳐내고 단호한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한 여자 연예인의 카지노 게임 추천성 거세의 공포감을 무심히 지나칠 수 없고, 생명을 잉태하는 거룩한 행위와 몸매의 망가짐을 비교하는 Y의 고민에웃을 수 없으며,완경 이후 여자로서의 삶이 끝났다고 슬퍼하는엄마에게 다른 일로정체성을 찾으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코 자비롭지 않은 사회적 평가의 기준과 가혹한 사회적 시선이 존재하는 이상 아마 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카지노 게임 추천성 상실이라는 고전적 공포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 것이다.
거품을 씻어내고 거울에 비친 가슴을 들여다보니 윗부분에 조직검사를 위해 바늘을 꽂았던 흔적이 아직 남아있었다. 어쨌든 아직 곡선의 형태를 잃진 않은 것이다. 안도감이 다시 한 번 밀려들었다.
나는 애써 노력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그 공포에서 헤어나오기 힘듦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그렇게 단지 버티며 살다 보면 어느 순간 해답에 가까워져 있을지, 어느 순간괴로움의 감정마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히 사그라질지, 아니 혹시 상실의 고통을 계기로 훌쩍 성장해버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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