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앞에 마주한 우리 가족의 모습들
퀴블러 로스라는 심리학자는 죽음과 죽어감에 관한 5단계를 정의했다. 본인이 호스피스 병동에서 임종을 앞둔 환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서 겪는 심리적 단계를 파악한 것이다. 5단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국어로는 '부분타우수' 영어로는 DABDA 모델이라고도 한다.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단계를 거쳐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부정
첫 번째 단계는 부정단계다. 죽음은 아니지만 죽음에 가까워지는 질병에 걸리거나 암선고를 받게 되면 '에이 아닐 거야. 설마. 그냥 건강검진하다 나온 걸 꺼야'라고 부정을 하게 된다.이것은 환자 본인 외에 가족들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나게 된다.
분노
두 번째 단계는 분노 단계다. '왜 내가? 내가 왜?'라고 하면서 원망을 하게 되고 감정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주위에 있는 의료진이나 가족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 이것은 내가 아직 살아있고, 나는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이해가 부족하여 갈등이 빚어진다.
타협
타협의 경우 불행을 어떻게든 뒤로 미루어 회피하는 것을 뜻한다. 종교에 믿음을 갖게 되기도 하고, 다른 것들을 통해 심리적인 보상을 얻으려고도 하게 된다. 환자를 간호하는 가족들의 경우 본인을 희생해서 환자를 간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내가 더 잘하면 나을 거야', '좋은 음식을 해드리면 나을 거야'와 같이 반응이 나타난다.
우울
우울은 스스로 회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질병이 나빠지거나 결과를 얻으면 모든 것을 잃고 슬픔에 잠기는 단계다. 이것은 신체적, 사회적 기능 감소로 인한 두려움과 생계적 문제로부터 발생하게 된다. 우울의 단계는 사실상 죽음의 문턱에 있을 때 일어나게 된다.
수용
수용단계는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단계다. 회피 의지가 강하면 수용하는 단계에 도달하기 어렵기도 하다.
죽음 이외에도 내가 죽을병에 걸렸다거나 충격적인 사건에 이해관계자가 되면 나타나기도 한다. 현재 우리 집이 그렇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면, 드라마나 다큐에서만 보던 장면들이 실제로 나타났다. 아버지께서는 2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하셨는데최근에검사를 해보니 폐에 1.4mm의 결절이 보인다는결과를 받아들었다.
아니겠지 싶어서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확인을 해봤다. 하지만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조영술 CT를 찍었다. 그 후임파선으로 전이가 됐을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 소식을들은건베트남 냐짱으로 여행을 떠나기 1주일 전이었다. 그것도 설날즈음. 태교여행 겸 아버지 칠순이었기 때문에 충격은 더 컸다.
여행을 떠나려 했던 아버지는 짐을 싸서 2월 3일에 여행이 아닌 병원으로 입원을 하셨다.
병원으로 입원하시니 전화 너머로 그리고 상황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죽음과 죽어감의 5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아버지와 누나 어머니에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있다.
처음에는 건강검진 결과를 보고 인정하지 않았다.뭔가 잘못된 것이리라는 부정의 단계에 모두가 들어서있었다. 그 후 조금씩 각자 변화가 달랐는데 나의 경우 분노를 건너뛰고 타협과 우울, 수용의 단계를 모두 거치게 되었다. 문제는 여기에 머물러 있게 될 경우, 나 자신이 파괴될 수 있고 6월에 태어날 아이에게도 영향을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그래서 생각을 하게 됐다. 내 인생도 아버지의 인생도 내 손안에 있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 있다는 사실을. 타협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는데, 무작정 희생만 해서는 발전하는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 할 수 있는 만큼 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의 전환이 생겼다.
어머니의 경우 동일하게 부정으로 시작했는데 타협단계에서 번아웃이 오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옆에서 음식도 하고, 이것저것 몸에 좋은 식단을 시작했음에도 아버지께서 잘 따라와 주지 않으니 우울해지고 계신 것이다. 심리적으로 지원을 받을 필요가 있을 듯싶은 상황에 놓여 있다.
누나의 경우 부정에서 우울로 넘어갔다. 우울하니 비슷한 병을 갖고 있는 환우들의 카페를 방문하여 정보를 얻고 있다. 그리고 두렵고 무서워하고 있다. 우울단계가 극심해질 수도 있어서 이에 대해 도움이 필요하다.
현재 몇 기인지 얼마나 퍼졌는지 알 수는 없다. 필요한 검사를 모두 마쳐서 기다리고 있다. 사실,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간에 정해져 있는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여기에서상황을 변화시킬수는 없어도 선택은 내릴수 있다. 더 나은 선택을 고를 수 있다.
우울과 분노, 타협모두 선택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우울과 분노의 감정에 휩싸이는 것은 환자와 가족 모두를 망쳐버릴 수도 있다. 암보다 오히려 사람의 마음의 감정의 폭발이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이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선택을 내리길... 그런 힘을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