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는 어떻게 이렇게 생겼나?"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이 했던 말이다. "어떡하겠습니까?" 하고 넘어갔지만, 몽둥이를 손바닥에 탁탁 퉁기며 내 면전에 대놓고 했던 그 말은 이미 40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한국사 명강사인 전한길 선생님의 저서'네 인생 우습지 않다'에 나오는 일화다. 4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는 선생님의 이야기에 나도 떠올랐다. 20년도 더 지난그 일이.
어린 카지노 쿠폰일 층 공동 현관에서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리기에 뒤를 돌아보았다.삼 층 아주머니였다. 그녀의 번뜩이는빨간 장화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주머니는 수산업 종사자라 운동화보다 무릎까지 덮는장화를 더 자주 신었다. "안녕하세요." 내성적이었던 카지노 쿠폰 용기를 쥐어짜 수줍은 미소로인사했다. 언제 봐도 강인한 인상에 오만한 태도의 그녀는 만날 때마다 사람의 기를 빼앗는 것 같았다. 아주머니는 인사를 마다하고뾰로통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못마땅한 낌새로 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그녀가 조롱하듯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야. 네 동생은 예쁘게 생겼는데 넌 왜 그렇게 카지노 쿠폰?" 그것은 사고였다. 내가 예상했던 대답은 "놀다가 집에 가니?"라던지 "잘 가라."라는 식의 형식적인 인사였다. 놀란 나는 얼른 아주머니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헝클어진 파마머리에 거무튀튀한 눈화장, 강압적인 말투와 눈빛. 어른이 아이에게 가하는 위화감은 이미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나는 죄인 같은 심정이 되어 잘못했다는 듯이 고개를 땅에 박았다. 이럴 땐 죄송하다고 대답해야 하나? 혼란 속에서 할 말을 찾고 있는 나를덩그러니남겨두고 아주머니는유유히 사라졌다.
고작 찰나였으나 견디기 힘들 정도로 긴 시간이 흐른 느낌이 들었다. 엘리베이터 안의놀람과 두려움의기운이 나를 휘감았다. '나는 못생긴 아이구나.' 겨우 얼굴을 들어 거울 속의 내 외모를확인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이 진짜 내 것이 맞는지부터가 궁금했다. 남들 눈에는 이보다 훨씬 괴물 같고 흉측한가 보구나 하는생각이 들었다. 내가보는 나와 남들이 보는 나 사이에는 얼마나 큰 괴리가 존재할까?
그날 늦은 오후까지내내 머뭇거리다가 겨우 엄마께 여쭸다. 내가 최대한 상처받지 않도록 그러나 진실만을 말해 줄 사람이었다."엄마. 내가 그렇게나 못생겼어?" 하던 일을 대번에 멈추시더니엄마가 놀란 눈으로 되물으셨다.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딸이 얼마나 예쁜데. 안 예쁜 구석이 하나도 없는데. 누가 너보고 못생겼다고 했어?" 삼층 아줌마가 내게 했던 말을 그대로 전했다. 엄마께서는 피식 웃으시며 "그 아줌마가 얼마 전에 아빠께 한소리 크게 들었거든.그래서 우리 딸한테 분풀이를 했나 보구나. 신경 쓰지 마. 예쁜 우리 딸." 겨우 초등 저학년인 내겐 너무나 강도가 세고 철없는 그러나 확실한복수였다. "야. 넌 왜 그렇게 카지노 쿠폰?" 그한마디는 내게 외모 콤플렉스, 외모 강박, 외모 지상주의 썩을 삼 종 모종을 심었다.
못된 아줌마의한 마디는 때마다 나의 귓전을 때렸다. '여기서 더 못 생겨지면 안 돼. 살찌면 안 돼. 예뻐져야 해.' 외모의 변화는 자라나는 키만큼이나 더디고 진부했다.답답한 마음에 서점에 가서 예뻐지는 주술이 들어있는 '주문 외우기 217'이라는 책을 샀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정결한 몸과 마음으로 책을 펴놓고 주문을 외우기도 했다. 먹으면 살이 찔까 봐 틈만 나면 열심히 달려 다녔다. 햇빛에 뛰 다니다가 생긴 주근깨를 없애려고 엄마의 채널 컨실러를 두 볼에 덕지덕지 바르기도 했다. 그걸 바르면 주근깨가 영영 사라지는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채널이라고 인지했던 엄마의 화장품은샤넬이었다.딸을 전혀 나무라지 않으셨던 엄마가 존경스럽다.) 소녀는 거울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예뻐지게 해달라고매일기도했다.
그 결과 "왜 이렇게 예뻐졌어?"라는 말을 참 많이도들었다. (POINT: 예쁘다 아님. 예뻐졌다임.) 마녀 같은 아줌마 덕분에 자기 관리 끝판왕이 된 나는 의술의 도움 없이 중학생 때 몸무게와 주름을 그런대로 유지하며 살고 있다. 이게 다 삼 층 마녀 덕분이다.
사춘기를 어렵사리 통과하고 이젠 한 사람에게만 예쁘면 되는 누군가의 아내가됐다. 예뻐지고 싶다는 열망은 잔잔한 바람 정도로 바뀌었다. 거울 앞에 앉아 로션을 바를 때면 지금도 가끔 앙칼졌던중년 아줌마가 떠오른다. 그때 발끝만 바라보고 있을 게 아니라 촌철살인이 뭔지 가르쳐 드렸어야 했는데. "저는 아직 어리니 희망이라도 있죠. 마트에 가서 도끼빗이라도 사다 드려요?"
이십 년 이상 시달렸던 외모 콤플렉스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던 계기는 남편과의 만남이었다. 화장을 하든 안 하든, 머리를 기르든 자르든, 원피스를 입든 운동복을 입든 항상 "예쁜데?" 하고 말해주는 남편 덕분에 지긋지긋한 못생김 트라우마를 치유했다. 어떤 감탄사나 영혼 없이(...!?) "예뻐.", "예쁘다." AI처럼 말해주는 남편이다. 만일 내가 뭘 어떻게 해야만 예쁘단 소리를 입밖에 내는 남자와 살았다면 외모에 더욱 집착하는 사람이 됐을 것이다.
내 이름 석 자는 물론 얼굴조차 까맣게 잊고 사실아주머니는 여전히 내게 알게 모르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말은 사람을 살리고 죽이고 벌레로 만들었다가 왕으로 만들기도 한다. "넌 왜 그렇게 카지노 쿠폰?"이 한 마디를벗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인고의 노력을 기울였던가. 다신 그런 악담을 듣지 않기 위해 갖은 부지런을 떨었다. 살면서 몸무게의 앞자리가 '4'를 벗어났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니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까.
내 몸에 보이지 않는 수갑을 채웠던 그녀의 흑마술을 깨뜨릴 열쇠를 긴긴시간이 지나 어렵사리 찾았다.
미의 기준은 개개인마다 다르고 시대상에 따라 변한다. 콤플렉스라는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는 한 나다움이란없다. 타인은 우리에게 상처를 줌과 동시에 약 주는 것은잊어버린다.해답은 자기 속에 있다.
내 경우 외모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최고의 방법은 결코 예뻐지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보다 잘나고 예쁜 사람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생긴 대로 살지 않으려는 노력은 허망함을 선사할 뿐이었다.
외모로 나와 남을 평가하지 않는 것. 외모를 가꾸기 위해 기본적인 노력을 하되 사람의 근본은 내면에서 찾기.이것이 상처를해독했고나를행복으로 이끌었다. "나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라는 물음이 "아. 나는 이렇게 생겼구나."로 바뀌기까지 숱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저러나 고작 아홉 살 먹은 아이가 독기를 가득 품은한 마디에 와장창 무너지지 않았다니. 그 대신 악으로 깡으로 발전하고자 노력카지노 쿠폰니어찌 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복잡한 사춘기를 보낸 나를 이제와 돌아보니흥미롭고 재밌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