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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그다드Cafe Apr 24. 2025

9살에 도망간 울 카지노 쿠폰

홍시가 열리면

“울 카지노 쿠폰 참 좋제?"


거래처 A사장님의 질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했다면, 대부분의 대답은 "우리 카지노 쿠폰 좋다" 일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 질문에 선뜻 대답 할 수 없습니다. 왜 저는 선뜻 대답할 수 없을까요? 간단한 질문이지만 저에게는 사십 평생을 되돌아 봐야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거래처 미팅이 있었습니다. 오전 미팅을 마치고 A사장님이 고생했다며 점심을 사주겠다고 했습니다. A사장님의 차를 타고 함께 이동하는데, 핸드폰에 연결된 음악이 자동으로 차 스피커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카지노 쿠폰가 생각이 난다


저는 이노래를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A사장님은 연신 노래를 흥얼거리며 왼손으로는 핸들을 잡고 오른 손가락으로 박자를 탔습니다. 그리고 나서 저에게 질문했습니다.


"울 카지노 쿠폰 참 좋제?"


A사장님은 두 가지 뜻이 담긴 질문을 한 번에 했습니다. 일할 때도 성격이 급하신 걸로 유명한데, 점심 먹으러 가는 차 안에서도 트로트를 들으면서 한 번에 두 가지 질문을 하신 겁니다.


1. 나훈아의 노래가 참 좋제?

2. 너(바그다드Cafe)도 너의 카지노 쿠폰가 당연히 참 좋제?


저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습니다.


첫 번째 이유로, 저는 이 노래를 처음 들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트로트를 잘 듣지 않기 때문에 처음 듣는 트로트 가락에 그다지 끌리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이유로, 저는 울 카지노 쿠폰에 대한 아무 감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팅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나훈아의 노래를 다시 한번 들어봤습니다. 가사도 찾아봤습니다. 제목은 '홍시'이고 '울 카지노 쿠폰'는 부제이더군요.


홍시(울 카지노 쿠폰)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카지노 쿠폰가 생각이 난다

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주던

울 카지노 쿠폰가 생각이 난다

눈이 오면 눈 맞을 세라

비가 오면 비 젖을 세라

험한 세상 넘어질 세라

사랑땜에 울먹일 세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카지노 쿠폰가 그리워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도 않겠다던

울 카지노 쿠폰가 그리워진다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카지노 쿠폰가 생각이 난다

회초리 치고 돌아앉아 우시던

울 카지노 쿠폰가 생각이 난다

바람 불면 감기들 세라

안 먹어서 약해질 세라

힘든 세상 뒤쳐질 세라

사랑땜에 아파할 세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카지노 쿠폰가 그리워진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도는

울 카지노 쿠폰가 그리워진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찡하는

울 카지노 쿠폰가 그리워진다

울 카지노 쿠폰가 생각이 난다

울 카지노 쿠폰가 보고파진다


저의 카지노 쿠폰는 32년 전, 제가 9살 때 도망갔습니다. 정확히는 32년 전 저의 부친과 이혼하고, 저와 동생을 남겨둔 채 떠났습니다. 동생은 6살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울 카지노 쿠폰'라는 노래를 들어도 아무 감정이 일어나지 않았던 겁니다.


하지만 카지노 쿠폰에 대한 감정이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정확히는 아주 어렸을 때 카지노 쿠폰를 좋아했었고, 9살 이후부터 얼마 전까지 카지노 쿠폰를 미워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카지노 쿠폰에 대한 감정이 모두 소진된 상태입니다.


저는 84년생인지라 제가 학창 시절을 보냈던 90년대와 2000년 초반에는 이혼 가정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심했습니다. 저 역시 카지노 쿠폰가 없다는 사실에 매우 부끄러워했습니다. 부모님의 이혼 사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도 못했습니다. 부모님의 이혼이, 엉망인 가정이 어린 저한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저의 잘못도 아닌데, 제가 부끄러웠으니 저를 제대로 돌보지도 못했습니다.


뒤늦게 부모님의 이혼이 저의 인격 형성에 심각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지독한 자기혐오주의자였습니다. 지금도 그런 성향이 남아있구요. 쉽게 좌절하고, 부정적이고, 걱정 많고... 이런 저의 인격과 성격의 많은 부분들이 제 탓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너무 괴로워서, 스스로가 너무 미워서 제대로 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 저에 대해 알아보려고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노력을 하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의 이혼이, 불우했던 성장 배경 '탓'이 컸다는 것을요.


우리나라에서는 잘못의 원인을 개인의 잘못으로만 '탓'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정신력이 부족해서...', '노오력이 부족해서...' 저도 그래서 괴로웠습니다. 저의 모난 성격이, 약한 정신력이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극히 미약하더군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사회 시스템 앞에서 개인은 그저 무기력한 존재일 뿐입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지금의 북한과 미얀마를 보면 개인이 아무리 노력한들, 개인의 힘만으로는 헤쳐나갈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렸을 때 저에게 가장 중요했던 배경이자 시스템은 부모님이었습니다. 부모님이 저의 사회요, 저의 시스템이요,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런 부모님이 매일 싸우고, 급기야 이혼을 했고, 그 결과로 한창 돌봄이 필요했던 나이에 저는 흔들리는 시스템 속에서 제대로 클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부모님'탓'을 조금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제가 어디까지 '울 카지노 쿠폰'에 대한 글을 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여전히 부끄럽고 무섭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 글을 쓰는 주된 목적은 현재 이혼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청년들을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 이혼 가정의 트라우마로 인해 고생하는 분들을 위한 글이기도 합니다. 저만의 넋두리로 그치지 않게 조금씩 써보겠습니다. 저와 비슷한 환경으로 고생했던, 혹은 고생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 가끔 도움이 되고, 아주 가끔 위로가 되는 글을 써보고 싶어 용기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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