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헤어지자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런 후, 허전함을 무료 카지노 게임으로 착각했던 적이 있다. 그랬기에 다음 이별에서 나는 이기적으로 서서히 이별을 준비했다.
나는 제대로 직장생활이란 것을 해본 적이 없고, (지금도 일하고 있지만) 언제나 학교에만 머물렀기에 보통의 회사원과는 생활이 달랐다. 내가 만나던 사람들과는 나는 꽤나 많은 일상을 공유해 왔기에, 연락 못 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바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나는 일상 속 자잘한 얘기들을 메시지로 조잘거리곤 했다. 보통은 말이 없는 사람이 속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에 대해서는 말이 많아지는 사람이라- 나는 나의 연인들에게 언제나 조절거리곤 했다. 그렇기에 데이트를 할 수 있는 시간자체들은 많지 않았어도, 언제나 옆에 있는 것 마냥 나누는 것들이 많았다. 아마도 지금보다는 더 어린 나이였기에 그랬을 수도 있다.
먼저 헤어짐을 말했었다. 상대가 해외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게 정해져 있었고, 나는 기다리거나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다지 깊은 감정이 남아있지도 않았고, 그냥 이제는 정리하는 게 좋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헤어지자 말했다. 그렇게 헤어진 다음 날, 허전함이 몰아쳤다. 그때는 그게 무료 카지노 게임인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상대에게 연락이 왔고, 적어도 자신이 떠날 때까지는 만나줄 수 있겠느냐 말했다. 나는 내가 느낀 것이 무료 카지노 게임이었나 보다 싶어, 그의 말에 알겠다 말하며 그가 떠나기 전까지 우리의 관계를 지속했다. 나중에야 알았다. 그건 허전함이었다. 원래 쓰던 물건이 없어져도 느끼는 게 허전함이다. 일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공유하던 사람이 사라졌는데, 그 빈자리를 느끼지 못하는 게 이상한 거다. 허전함은 당연한 거였다. 습관처럼 보내던 아침 인사를 해서는 안되니 다시 휴대폰을 꺼버릴 때나, 누군가에게 바로 전하고 싶었는데 전할 상대가 없어졌다거나, 그런 소소한 것들을 함께하던 대상이 사라진 거다. 그렇다고 그게, 그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의미는 아닌 거다. 그러나 그때는 몰랐다.
내가 느낀 것이 무료 카지노 게임이 아닌 이유는 뭘까. 무료 카지노 게임이었다면, “그 사람”이어야 했다. 내가 느끼던 것들은 굳이 그 사람이 아니어도 되는 것들이었다. 그저 함께하던 상대가 없어져서였을 뿐이지, 그 사람일 필요는 없는 것들이었다. 그 사람이 보고 싶다고 느끼는 것도 아니었다. 그 사람이 아니라도 다른 걸로 채워질 수 있는 감정이었기에 내가 느끼던 것은 무료 카지노 게임이 아닌 허전함이었다. 그러니 그 감정에 사랑은 없었던 거다. 허전함은 시간이 지나면, 다른 일로 채워진다. 하지만 사랑이라도, 그렇게 쉽게 채워지진 않을 거다.
내가 헤어짐을 다짐했던 다른 만남에서, 나는 이전에 느꼈던 “허전함”을 경계했다. 혹시라도 다시 그 허전함이 힘들어, 이별을 힘들어할까 두려운 마음에 나는 이기적이기로 했다. 나는 서서히 연락을 줄이고, 그 사람이 없는 일상에 먼저 익숙해지기로 했다. 어차피 마음은 사그라들어 있었기에, 그 사람의 자리를 다른 것으로 채우는 것은 쉬웠다. 그렇게 그 사람을 내 일상 속에서 조금씩 비워가고, 허전함이 이제는 괜찮을 거라 느껴질 때쯤 나는 이별을 고했다. 이기적이라면 이기적인 거다. 상대는 아마 서서히 줄어가는 나의 연락 속에서 이미 나의 마음을 어느 정도 눈치챈 모양이었다. 우리의 이별은 깔끔했다. 헤어지자 말한 전후로 나는 고작 두 시간 남짓 조금은 ‘이걸로 끝인가?’하는 생각을 했을 뿐 이내 보통의 일상으로 돌아간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후, 그의 번호를 지웠고, 그렇게 완전히 끝났다. 허전함은 없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은 당연히 없었다.
상대의 감정이 어땠는지는 모르겠다. 그에 대해 얘기하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도 나와 비슷하게 마지막 순간에는 서로에게 미적지근한 감정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게 아니었다면, 내가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으니 그도 잘못한 거다. 이별의 과정에서는 어떻게 생각해도 내가 이기적이었다. 내가 쉬워지기 위해 서서히 이별을 준비해 갔으니까. 하지만, 혼자 마음으로만 해서 어느 날 날벼락같은 이별 통보는 아니었으니, 마냥 나쁜 것은 아니지 않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해보기도 한다. 우리는 어차피 헤어질 사이였다고 그렇게 나의 결정을 합리화한다.
부부 관계라면, 헤어짐이 쉽지는 않을 거다. 그저 사귀는 연인관계라면 그보다는 결정이 쉽겠지만- 여전히 함께하던 누군가가 사라질 때, 우리는 당연히도 그 상대의 빈자리를 느끼곤 한다. 그 빈자리를 아마도 많은 이들이 나처럼 무료 카지노 게임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만남을 다시 시작할 수도 혹은 그 빈자리가 무서워 이별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빈자리는 말 그대로 빈자리다. 채워질 수 있는 자리이다. 관계 속에 사랑이 없다면, 껍데기에게 자리를 채우게 하는 것보다, 빈자리로- 새로운 것으로 채울 수 있는 자리로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허전함과 무료 카지노 게임, 그것은 다른 거다. 사랑이 없다면, 무료 카지노 게임이 아닐 거다. 허전함은 그냥 빈자리 같은 거다. 빈자리는 채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