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너머
*‘공동선’ 제180호 ‘두려움 너머’ 꼭지 게재 글입니다.
제목: 카지노 게임 추천 연대기 / 글쓴이: 박현경(화가, 교사)
1.
‘카지노 게임 추천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손해를 본다는 것입니다.’라고 민들레국수집 서영남 대표님이 쓰셨다. 그 문장을 읽으며 새삼 깨달았다. 내가 카지노 게임 추천했다는 것을. 그리고 카지노 게임 추천하고 있다는 것을. 그것도 몹시.
2.
2015년 1월.
그르노블 역을 향해 부지런히 걷던 토요일 아침이 있었다. 리옹까지 열차를 타고 가서는 액상프로방스행 떼제베를 탔다. 편도만 네댓 시간 걸리는 여정이었고 떼제베 티켓 가격도 당시의 내 처지로선 만만치 않은 돈이었다. 하지만 머릿속엔 그 어떤 계산도 존재하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돈이 얼마나 들든 상관없었다. 그를 잠깐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액상프로방스 역에 도착해 그를 만나는 순간이면 모든 현실이 다 녹아내리고 오직 그와 나만 남았다. 영원히 안주하고 싶은 달콤한 평화가 시작됐다. 그리고 그 평화는 바로 다음 날인 일요일 오후면 끝날 것이었다. 그와 작별 키스를 나누고 리옹행 떼제베에 몸을 싣는 내 가슴은 찢어져나가는 듯 쓰라렸다.
토요일에 그르노블에서 액상프로방스까지 갔다가 일요일에 다시 그르노블로 돌아오는 긴 여정을 나는 체류 기간 중 매주 반복했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그가 나에게 온 일은 없었다. 매번 내가 갔다. 가진 돈을 전부 헌금한, 복음 속 가난한 과부처럼 내가 들일 수 있는 시간과 비용을 온전히 다 들여 그에게로 갔다. 그리고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들을 그에게 줬다. 내 마음, 내 몸, 내 작품……. 아무것도 아깝지 않았다. 나는 철저히 호구였다. 하지만 아낌없이 카지노 게임 추천했기에 후회는 없다. 아니 에르노가 ‘단순한 열정’에 썼듯, ‘그 사람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세상과 더욱 굳게 맺어주었다.’
3.
2024년 10월.
새벽에 눈을 뜨면 곧바로 작업 시작. 좁은 관사 방, 몸을 누일 공간만 빼고 방바닥을 거의 다 차지한 130×200cm 크기 종이를 크레용으로 조그만 동그라미들을 그려 빼곡히 채우는 작업. 작업을 하다 창밖이 밝아 오고 아침 7시가 넘으면 출근 준비를 했다. 오후에 퇴근하고 돌아와선 가방만 내려놓고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작업 시간을 확보하려 저녁을 컵라면으로 때우는 날이 많았다. 밤까지 지치도록 작업을 하다 그대로 쓰러져 잠들곤 했다. 그리고 다시 새벽이 오면 작업 재개. 가성비나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방식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있는 대로 다 쏟아 작업을 했으니 나는 작업을, 창작을 아낌없이 카지노 게임 추천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천사’ 연작을 그렸다. 그리고 이 연작에 부치는 시를 썼다.
내 눈에는 보여,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내 눈에는 보여, 너의 조용한 기쁨.
내 눈에는 보여, 너의 은밀한 고통.
네가 허락해 주면 너에게 다가갈게.
너랑 함께 살려고 이 땅에 왔어.
네 얼굴을 만지려고 이 땅에 왔어.
밥도 돈도 나오지 않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생활을 몽땅 바치는 나도, ‘너랑 함께 살려고’, ‘네 얼굴을 만지려고’ 천국을 버리고 이 땅에 온 천사도 모두 호구다. 손해 보는 자들이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손해 보면서 계속 이렇게 카지노 게임 추천하겠다. ‘네 얼굴을 만지려고’ 우주를 건너겠다.
4.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반, 비상 계엄령 선포 1보에 가슴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기사와 뉴스들을 보느라 결국 밤을 새웠다. 바로 다음 날부터 매일 저녁 도청 앞에서 지역 집회가 있었다. 퇴근해 쉬고 싶은 시각에 꽤 차가운 날씨였지만 참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집회 후 행진 때, 긴 행렬로 거리를 누비는데 지나가는 시민들이 응원의 박수를 쳐 주셨다. 나라 꼴은 한심하지만 이 사람들에겐 뭔가 있다, 뭔가 멋지고 소중한 게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12월 7일 토요일,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탔다. 지하철 여의도역은 빠져나가는 데만 30분이 걸릴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했다. 모두 국회 앞 집회 장소를 향하는 사람들이었다. 전국에서 모인 백만 명 넘는 사람들과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치며 찬바람 속에 오래 있었다. 추위에 떨며 생각했다. 나를 비롯한 이 사람들 모두 지독한 호구라고. 소중한 주말을 바치고, 따뜻한 이불 속을 떨치고, 더 재미난 약속과 모임을 제치고, 차비 들여가며 광장에 모여 추위를 무릅쓴 채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우리. 이 나라가 우리를 카지노 게임 추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는 이 나라를 카지노 게임 추천하는구나. 우리, 굉장한 카지노 게임 추천꾼들이구나. 이 호구들, 바로 이 카지노 게임 추천꾼들이 끈질기게 이 땅을 지탱해 왔구나.
5.
이것도 주고 저것도 내놓고 있는 대로 전부 다 주는 카지노 게임 추천, 계산할 줄 모르는 어리석은 카지노 게임 추천으로 나는 사람을 카지노 게임 추천하고 작업을 카지노 게임 추천하고 이 땅을 카지노 게임 추천해 왔다. 그러다 아무것도 안 남으면 어쩌려 그러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다. 아무것도 남지 않고 오직 카지노 게임 추천만, 오직 카지노 게임 추천만 남기를 바란다고. 나는 계속 손해 보며 카지노 게임 추천하겠다고. ‘네 얼굴을 만지려고’ 우주를 건너겠다고.
그림: 박현경_천사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