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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사는 까만별 Jan 20. 2025

5화. 장남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봄



형들이 집으로 돌아간 후, 한동안 서로에 기대 잠을 자던 대완의 교과서들이 기지개를 켜며 먼지를 떨구었다. 고독한 땀이 흥건히 배던 링에서 새어 나온 학업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대완은 구슬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형들의 조언을 받아 빠르게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암기과목에 매진하는 것에 대완은 집중했다. 창밖엔 매미가 고등학교 3학년 대완의 여름을 관통하고 있었다. 매미가 나무 아래서 울어 대듯, 아버지는 나무껍질만큼 척박한 대지에서 풍년을 맞이하기 위해지금도말없이 허리를 숙일 것이다. 고랑이 깊게 파여 해마다 바스락거리는 아버지의 손을 상기하면 대완은 조급해졌다.


그 후로도 대석이 형은 서클 사람들과 이따금 밤늦게 2층 계단을 올랐고, 그들을 맞이하는 대완의 반가움은 커져갔다. 저렴한 술상에서도 거리를 위해 진실한 고민을 하는 형들의 언어는 마음에서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대완은 형들이 자주 오길 기다리다, 형들과 같은 고민을 하고 싶다가, 어느 순간 형들과 같은 곳에 속하고 싶어졌다.


귀뚜라미의 소리가 멈출 때 즈음, 사촌 형 대석이 대완에게 말을 걸었다.

대와이 니 수험 생활은 잘하고 있나?”

이제얼마 안남았으이, 열심히 해야지.”

갈 학교는 정했나?”

아직 잘 모르겠는데, 나야 형들하고 가까워지고 싶지 뭐.”

대석은 반가운 목소리로 대완의 말에 대답했다.

이고,그래도보기 좋았가배. 그러면우리 학교로 와라.다닐만하다.”

대완은 약간 걱정되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근데... 형도 알다시피 내 제대로 공부지는 얼마 안가꼬, 안정적으로 합격할란가 싶네...”

완아, 그카면 신문방송학과는어떤노?”

대완은 약간 의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 신문방송학과? 언론에 별 뜻도 없는데...”

아이 그기 아이고, 과가 생긴 지 얼마 안 됐거든. 인지도가낮아 가지고 다른 과보다조금수월할 수도 카이. 합격이 우선이면 거도 고민 함해보래.”

그래... 형아. 고맙데이. 생각해 볼게.”



형들의 일상을 동경하며 책싱에서 계절을 보내다 보니, 도서관 앞 나무에는매미와 귀뚜라미와 눈송이를 거쳐 어느덧 보드라운 새순이 돋아나기 시작했다.대석의 조언에 따라 원서를 넣고 결과를 기다리던 2월의 어느 날. 대완은 대석과 함께 버스를 타고 대학교 정문으로 이동했다. 정문에는 대완 또래의 학생들이 상기된 뺨으로 커다란 종이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대완도 군중과 함께 고개를 들어보았다. 벽돌 건물에 붙은 커다란 전지에는 합격자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대완은 신문방송학과에서 자신의 이름을 정신없이 찾기 시작했다. 한참 찾다 보니 대석이 형이 옆으로 와서 대완을 툭툭 건들였다.

야야, 니 이름 저 있네!! 축하한다 대와이!”

대석이 형이 가리킨 곳에 ‘진대완’이란 세 글자가 분명하게 쓰여있었다. 마른 손으로 눈을 씻고 다시봐도 자신의 이름이었다.


탄식과 기쁨이 엇갈리는 학생들 사이를 비집고, 대완은 교정의 공중전화부스로 달려갔다. 농한기의 고향을 향해 검지 손가락으로 번호를 힘껏 돌렸다.

아부지요. 저 합격했심더.”

그뤠... 알았다.

전화선처럼구불구불한산길을 뚫은 아버지의 음성은 뭉툭하고도 과묵하게 전해졌다. 전화를 끊고 아버지는 말없이 열어 산자락을올려다보았다. 험악한 산바람에 얇은 문풍지가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그래도 이 겨울만 나면, 그리고 대완이 괜찮은 직장 하나만 가지게 되면, 문풍지 말고 도시의 형님댁처럼 두꺼운 유리가 가족을 지켜줄 것이. 전화를 끊고도지켜만보던 대완의어머니가 말을 건넸다.

와이 아부지요. 뭐라카등교?”

붙었단다.”

아이고,가가 이때까욕봤네요... 인쟈우리가 욕봐야지요.”


대완의아버지는 더는대답을 않았다. 앞으로 4년 동안 이 집에는 겨울이 불어 닥칠 것이다. 그래도아버지는 대완을 위해서, 식구들을 위해서,허리를 숙일 각오가 충분히 되어있었다.

문풍지 사이로 겨울바람이 비집고 들어와도, 몇 년 후 대완을지켜줄 탄탄한창호를생각하면 아버지는 춥지 않았다. 겨울바람이틈으쉼없이새어 들어오듯, 온라인 카지노 게임입에서도 아무도 모를 웃음이새어 나왔다.




다음 화에 계속 이어집니다.







https://youtu.be/bjkPQYWNTlg?si=-K3PcPH5HGp1S0X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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