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입학을 하고나니 하루가 멀다하고 학교에서 나눠주는 유인물을 가져옵니다. 코로나 관련, 학교 운영 관련, 동아리 운영 관련 등. 그런데 자꾸 보다보니 거슬리는 표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학부모’입니다.
학부모는 말 그대로 학생의 아버지, 어머니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을 하면 우리는 인사말을 건네죠. “드디어 학부모가 되는구나.” 그런데 이게 왜 문제가 될까요. 학생을 실제 보호하고 있는 사람은 그 학생의 아버지, 어머니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 학부모 대신 학부형이란 말이 많이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학부형이라는 말은 학생의 아버지와 형이라는 뜻으로 학생의 보호자를 가족 중 '남자'로 한정하고 있는 용어입니다. 요즘 학교에서는 '학부형'이라는 단어는 거의 쓰지 않고 '학부모'라고 하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에서는 '학부형'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죠. 다양한 가족 형태가 공존하는 요즘은 학부모라는 단어도 한번쯤 다시 사용을 고려해봐야 합니다.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청소년종합실태조사에서 2020 자녀의 가족 형태를 살펴보면 카지노 게임 추천 자녀와 함께 사는 경우는 91.5%, 아버지와 자녀가 사는 한부모 가족은 1.8%, 어머니와 자녀가 사는 한부모 가족은 6.1%, 할아버지 혹은 할머니와 자녀가 함께 사는 조손 가족의 비율은 0.6%라고 합니다.
학급당 적어도 2-3명은 한카지노 게임 추천 가족이나 조손 가족일 수 있다는 것이죠. 지역에 따라서 한카지노 게임 추천 가족과 조손 가족의 비율은 더 높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섬마을 시골에 살고 있는데요. 제 주변에만 봐도 조손가정이 제법 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실제 양육을 하는 경우도 있고 고모, 이모, 삼촌, 위탁보호시설 관계자 등 다양한 보호자가 존재합니다. 이런 다양한 형태를 무시하고 학부모라는 단어를 계속 고집하는 건 옳은 일일까요. 학부모 대신 우리는 ‘보호자’라는 더 적절한 단어를 이미 갖고 있습니다.
얼마전 첫째가 다니는 학교에서 회의가 있었는데요. 거기에서 나온 의견 중에 바로 이 부분이 있었습니다. 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고 소외감을 느끼는 학생이 생기지 않도록 단어를 바꾸자는 것이죠. 이 회의록을 보고 가슴이 참 따뜻해졌습니다.
섬마을 어느 초등학교의 보호자 회의록 중
4. 교내 가정통신문, 알림장 등에 사용되는 학부모 단어에 대한 사용이 적절한 지에 대한 협의 필요성 제기(학생의 아버지와 어머니에 한정되는 학부모'라는 용어 대신 다양한 가 족의 형태를 인정하고 소외감을 느끼는 학생이 생기지 않도록 '보호자' 로 바꿔 사용하자는 의견)
별 것 아닌 단어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사실 우리 사회를 드러내는 창이기도 합니다. 제한된 언어, 구별하는 언어를 사용하면 어딘가에 분명 소외되는 사람이 생깁니다.
학부모가 없는 아이는 학부모라는 단어 하나에서 이미 이 사회의 기준과는 다른 삶을 자신이 살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런 학생의 보호자는 보호자라는 자신의 위치에 자부심을 갖지 못하고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더 다양한 가정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려면 단어 하나도 신중하게 사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학부모가 아니라 보호자라고 칭하는 학교가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