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가 하루만에 좋아질 줄이야
아이들과 치앙마이, 어느덧 2일차다. 푹 자고 일어난 아침은 시원한 단비가 내린 하늘처럼 맑디 맑았다. 알람 없이도 저절로 눈이 떠졌고 몸을 가뿐하게 일으킬 수 있었다. 예전에는 자는 시간이 아까워 늦은 밤까지 잠들지 못하고 방황하거나 일을 벌일 때가 많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잠 자는 시간을 확보하는 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다는 걸 절감한다. 카지노 가입 쿠폰중일 때도 마찬가지.
설 양가 방문으로 집을 떠난 지 일주일이나 지난 때문인지 어제 둘째는 치앙마이에 도착하자마자 살짝 눈물을 보였다. 집에 가고 싶은 것 같다고 말하는 아이. 몸이 천근만근이었던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이 들었기에 그럴 수 있다며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그랬던 아이가 아침부터 능동적으로 밖으로 나가자고 졸라댄다. 어제 저녁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발견한 야쿤 카야토스트점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 유명한 야쿤 카야토스트 지점이 숙소 바로 앞에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발견하고는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손가락으로 가리켰더니 그걸 기억한 아이가 아침부터 카야 토스트를 먹으러 가잔다. 본격적인 태국 카지노 가입 쿠폰에 돌입해도 모자란 둘째날 아침에 싱가포르 음식이라니. 하지만 뭐 어떤가. 카지노 가입 쿠폰이 별 건가.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먹고 싶은 걸 먹으면 되지.
아침에 숙소 밖으로 나오니 공기가 어제와는 사뭇 다르다. 어제 오후에 도착하니 푹푹 찌는 더위에 2월 치앙마이가 초가을 날씨라는 건 잘못된 정보구나, 싶었는데 아침은 선선하니 공기가 가볍기만 하다. 잠도 잘 잤고 하늘은 푸르고 공기는 신선하고… 지구 끝까지라도 걸어갈 듯 발걸음이 가뿐하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손을 잡고 토스트를 먹으러 향했다.
카야잼과 버터가 넉넉히 들어간 카야토스트를 간장 넣은 달걀 노른자에 푹 찍어 먹으니 여기가 천국이다. 아는 맛이 이렇게 무섭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먹는 카야토스트를 정신없이 흡입했다. 나 역시 그랬고. 우리가 함께 했던 첫 국외카지노 가입 쿠폰이 떠올라 반가웠다. 그 덕에 마음의 부침을 겪던 둘째가 치앙마이를 조금 좋아하게 된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밖으로 나오니 공기가 그새 제법 달궈졌다. 초가을 날씨는 오전 10시 이전까지만 해당되나보다. 그랩을 타고 아이들과 바로 올드시티로 향했다. 첫째가 원하던 사원을 구경하기 위해. 그랩 기사님께 물어보니 왓wat은 태국어로 사원temple을 뜻한다고 한다. 어쩐지 사원 이름 앞에 죄다 왓이 붙어 있더라니.
왓 프라싱에 도착하니 둘째가 묻는다. 근데 사원은 왜 가는 거야. 아이들의 질문에 평소 자동 설명모드로 전환되는 나는, 전세계 대다수의 관광지는 종교와 연관되어 있다는 말을 한다. 인류 최초의 건축물이 종교, 장례와 연관되어 있는 것처럼 인간은 나약했고 죽음이 두려웠고 알 수 없는 세상에서 버티기 위해 종교가 필요했으며, 자신이 믿는 신을 기리기 위해 수많은 건축물을 짓고 드나들며 마음을 평온하게 다져야만 했노라고.
불상과 파고다 등 사원 이곳저곳을 둘러보고나서 우리는 사원 앞길을 따라 동쪽으로 향했다. 둘째날이 되니 나름 요령이 생겨 되도록 그늘 쪽으로 걷는다. 건기라 그런지 습도가 낮아 해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온도차가 크다. 좁은 인도도, 횡단보도가 없는 도로도 좀 적응이 됐는지 어제보다는 익숙하게 아이들과 걸을 수 있었다.(이틀을 걸어보니 횡단보도는 거리에 따라 위치에 따라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다.)
걷다 보니 수많은 상점들이 눈에 띈다. 제주 시골마을에 사는 데다 내가 물욕이 없는 편이라, 아이들도 쇼핑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해외에 나오면 나도 아이들도 쇼핑이 재밌다. 새로운 물건들, 현지에서만 살 수 있는 것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들은 출발하기 전 각자 기념품을 꼭 사겠다고 했는데, 괜찮은 가격에 멋진 물건이 있는지 찾는다고 더위도 잊도 신나게 상점들을 둘러보았다.
태국의 사원은 민소매와 무릎 위로 올라오는 바지를 입으면 출입을 제한하는지라, 사원갈 때 입으려고 코끼리 무늬가 그려진 100바트 짜리 냉장고 바지를 내 몫으로 우선 하나 샀다. 어른과 달리 아이들의 복장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했다. 어른의 경우 바지도 무릎 길이면 대충 봐주는 듯했고. 아이들은 작은 코끼리 키링과 기념품을 각각 하나씩 장만했다.
올드시티는 걷다 보면 의도치 않아도 사원을 만난다. 왓 프라싱보다 더 인상 깊었던 건 왓 쩨디루앙이었다. 란나왕국의 힘을 보여주는 높이 60m의 거대한 탑이 불상을 품고 늠름하게 서있었다. 1411년 완공 당시 원래 높이는 90m였다는데 큰 지진과 전쟁으로 일부 부서져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탑의 모양이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와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떠올리게 했다. 아이들과 한참을 올려다 보며 600년의 세월을 상상해보았다.
정문쪽 사원에서는 철푸덕 바닥에 앉아 불상을 향해 각자 소원을 빌었다. 무신론자는 카지노 가입 쿠폰지에서 성당 교회 사원을 가리지 않고 다니며 온갖 신에게 안녕을 부탁하곤 한다. 스물다섯 홀로 떠난 첫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 갔던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에 위치한 사크레쾨르 대성당에서, 오르간 소리에 귀기울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툭 흘리고부터는 카지노 가입 쿠폰을 다니며 온갖 종교 시설을 가리지 않고 들어가 본다. 신을 믿진 않지만, 신을 믿는 인간이 건축한 공간이 주는 오묘한 기운 속에 조금 달라지는 나를 알기에.
사원을 나오니 점심시간이라 유명하다는 블루누들로 향했다. 왓 쩨디루앙과 무척 가깝다. 도착하고 보니 웨이팅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오쯤이라 날은 덥고 배는 고프고 갖고 있던 물은 미지근하기만 했다. 인근 가게에서 시원한 물을 사와 아이들과 충분히 목을 축이고 몸 여기저기에 차가운 물병을 갖다대니 그제야 더위가 조금 가셨다. 최대한 그늘에 머물며 줄을 서니 생각보다는 기다릴만했다.
그렇게 사십분쯤을 기다려 자리에 앉아 아이들과 각자 원하는 국수를 주문했다. 가장 대중적인 7,8번 메뉴에 각자 원하는 면 굵기를 골랐다. 국물을 한 입 입에 넣으니 진한 바디감의 국물 맛이 일품이다. 나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굵은 쌀국수면으로 주문했는데 부드러운 식감과 목넘김이 좋았다. 그런데 고기가 질기다. 맛집 맞아, 갸우뚱하다 젓가락으로 고기를 잘게 찢으니 그제야 좀 씹을 만하다. 국물을 다시 들이키니 질긴 고기도 용서가 된다.
고기라면 마다하지 않는 첫째는 열심히 국수를 먹고, 고기를 그리 즐기지 않는 둘째는 고기를 찢고나서야 조금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덥지만 따뜻한 국물을 먹으니 몸이 다시 기운을 찾는 느낌이 들었다. 혼자 카지노 가입 쿠폰을 다닐 땐 돈을 아끼느라 대충 끼니를 때운 적도 많았는데 아이들과 함께 하니 끼니 만큼은 제대로 챙기게 된다. 특히 먹는 것에 진심인 첫째와 함께 하자니 더 그렇다.
블루누들에서 나와 좀 걸으니 동쪽 성곽인 타페 게이트가 나온다. 소문대로 비둘기가 바글바글하다. 성곽을 따라 마침 란나 푸드 페스티벌을 하고 있다. 수많은 길거리 음식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이름 모를 가수와 연주자가 배경음악을 깔아준다. 배가 불러 뭘 먹지는 못하고 아이들과 숙소에서 먹을 만한 과일만 조금 샀다. 란나왕국의 이름에도 등장하는 란나Lanna는 태국 북부지방을 의미하는 단어로 수많은 논을 지칭한단다. 풍요의 상징이랄까.
코코넛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는 아이들을 데리고 그랩을 다시 탔다. 그랩을 호출하고 기다리고 타고 가며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는데 내내 데이터를 쓰게 된다. 이런 상황은 예상치 못했는데… 4G짜리 로밍을 신청했는데 데이터가 부족할까 걱정이 된다. 남편이 올 때까지는 버텨야할텐데… 유심을 살 걸 그랬나. 이심이라도 쓸 걸 그랬나.
길에서 잡을 수 있는 툭툭은 부르는 게 값이라 너무 비싸고, 아이들과 이동하기에는 그랩이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인데 데이터가 발목을 잡을 줄이야. 해봐야만 아는 세상이 있지. 그러고 보면 한창 카지노 가입 쿠폰을
다니던 시절에는 어플이 이렇게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다. 스마트폰이 없을 때도 있었고. 인터넷에서 카지노 가입 쿠폰정보를 찾기도 어려웠다. 카지노 가입 쿠폰지에 도착하면 카지노 가입 쿠폰객을 위한 인포메이션 센터부터 찾아 지도를 받았더랬다. 물어 물어 찾아가고 해결책이 없으면 나올 때까지 걷는 게 그 시절 카지노 가입 쿠폰이었다. 시대마다 카지노 가입 쿠폰도 달라진다.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잠시 숨을 돌렸다. 나는 가져간 책을 좀 읽고 아이들은 신나게 게임을 하고. 저녁으로 태국음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팟타이, 똠양궁, 망고밥까지 먹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어찌저찌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니, 치앙마이는 정말 전세계 카지노 가입 쿠폰자들이 몰려오는 곳인 듯하다. 방콕의 카오산로드, 네팔의 카트만두처럼. 통계로는 중국인과 한국인이 가장 많이 온다는데 거리마다 온나라 사람들이 다 보인다. 관광객의 연령대 뿐만 아니라 혼자든 여럿이든 구성도 다양하다.
혼자 다닐 때는 다른 카지노 가입 쿠폰객들과 자주 말을 섞고 종종 일정을 함께 하기도 했다. 지금은 두 아이와 함께 다니니 그런 기회를 얻기가 어렵다. 그런데도 이곳 치앙마이는 워낙 전세계 관광객이 거리마다 넘치다 보니 상점에서 물건을 사다가, 엘리베이터나 길에서 우연히, 다른 나라 관광객과 간단한 말을 섞게 된다. 워낙 짧은 대화라 어디서 왔니, 얼마나 머무니, 이건 뭐니 등 별 얘기는 나누지 않지만 가끔씩 나누는 소통이 반갑기만 하다.
가볍게 인사만 나누거나 눈짓으로 소통할 때도 있는데 표정과 제스처에 다들 여유가 넘친다. 스쳐 지나갔던 카지노 가입 쿠폰지에서의 수많은 찰나의 인연들이 떠오른다. 쉽게 가까워지고 못내 아쉬워하고 이메일을 주고 받기도 하고 다음 카지노 가입 쿠폰지를 함께 찾기도 하던 인연들. 얼굴도 이름도 이제는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내 안에는 그들과 나눴던 대화의 조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기대하지 않으면 그 어떤 카지노 가입 쿠폰지도 최고가 될 수 있다던, 영어를 쓸 수 있는 사람을 드디어 만났다며 처음 만난 나를 가족처럼 대해주던, 이곳에 오는 게 너와 나 모두의 꿈이었단 걸 알고는 반짝이는 눈망울로 꿈을 이뤘노라 이구동성으로 말하던, 인연들.
그러고 보니 사람이 싫어 떠나곤 했지만 나는 다시 사람의 힘으로 살아갈 용기를 얻곤 했다. 한국사회의 문법만이 인간이 살아가는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라는 걸, 세상은 넓고 삶의 방식은 다양하고 그럼에도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다는 걸, 나는 모두 카지노 가입 쿠폰지에서 만난 사람을 통해 배웠다. 그리고 지금은 그걸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 떠나왔고.
현재의 카지노 가입 쿠폰은 과거의 카지노 가입 쿠폰과 만나 켜켜이 누적된 경험과 생각들을 폭발시킨다. 자유로운 나홀로 카지노 가입 쿠폰객들을 보며 지난날 방황과 방랑만을 추구하던 나를 만나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카지노 가입 쿠폰객들을 마주하며 우리가 아이들에게 카지노 가입 쿠폰을 통해서만 가르쳐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곱씹고, 하얀 머리카락을 흩날리면서도 낯섦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니어 카지노 가입 쿠폰객들을 보며 잘 늘어감에 대해 생각한다.
어제는 남편과 전화를 끊으며 아직은 치앙마이가 왜 좋은지 모르겠다고 말해버렸는데, 글을 쓰면서도 온갖 트집을 잡았더랬는데, 불과 하루만에 홀딱 마음을 빼앗겨버린 나를 마주한다. 치앙마이에 머물기로 계획한 날은 총 열흘. 벌써 이틀이 지났다.
이곳에서도 나의 하루는 똑같은 다짐 속에 흘러간다. 하루하루는 성실히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이동진 평론가의 인생관이라지. 내 생각과 너무나 같아 듣자마자 외워버렸다. 내일도 아이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조율하며 되는대로 지내봐야지.
일기가 점점 길어진다. 누가 이 긴 글을 끝까지 읽으려나 싶지만… 나는 쓴다. 오랜만에 매일 글을 쓰기로 스스로와 약속했으니까. 퇴고를 하지 못하더라도 우선 그냥 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그냥 쓰는 것이니. 다만 문장과 문단은 성실하게 쌓는다. 전체 글은 될대로 되라지뭐. 그나저나 옆방에서 너무 크게 드라마를 본다. OST가 익숙하다. 눈꺼풀이 무겁다. 많이 걸은 만큼 깊은 잠에 들거라 믿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