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의 HR 커피챗 시리즈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의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최근 정기근로감독 시즌이 마무리되고, 유명 창업자의 52시간 관련 발언으로 3~4분기에는 노무/ER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근로감독 기간에도 많은 대표님들과 HR리더분들이 조언을 구하지만, 평상시에도 더 많은 문의가 들어온다. 주요 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카지노 게임 사항을 왜 준수해야 하는지
•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을 때의 Risk
• 규정과 현실의 경계를 유지하는 방법과 노하우
나는 한국에서 가장 노무 영역이 엄격한 현대차 출신이다. 하지만 토스에서의 경험으로 HR, 특히 ER 영역에 대한 관점이 크게 바뀌었다. 법 준수 자체보다는 근본적인 문제 인식과 유연한 적용이 중요했다. 때로는 나에게 속해있는 HR 구성원들로부터 리스크 예방보다 감내를 선호한다는 지적을 받지만, 비즈니스와 실무가 우선이라고 생각해왔다.
이는 조언을 구하는 대표님들의 가장 흔한 질문이다.
사실 나도 내가 대표라면 당연히 물어볼 것 같다.당장 회사의 존폐가 걱정되고, 열심히 일해야 하는데다, (표면적으로는) 구성원들도 열심히 하겠다는데 왜 법은 그걸 막는 걸까!
나는 틀에 박힌 답변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답변으로는 질문하신 대표님들이 전혀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한국의 특징적인 모습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다. 한국에서는 특이하게도 여론과 국민 정서가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영역이 있다.
① (미국의 독과점과는 다른) 개인 자영업자들을 보호하는 골목상권으로 대표되는 공정거래 영역
② 대한민국 남성들이 수행하고 있는국방의 의무를 담은 병역법 영역
③ 근로자의 권리를 대상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영역
이 3가지 영역의 공통점은 사전에 정의된 Frame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법 자체의 순수한 정의 구현이 아닌, 국민 정서가 영향을 미치는 측면이다. 갑과 을로 표현되는 권력층과 비권력층이 그 정서 속에 깊이 자리 잡은 프레임이다. ②번은 예외로 보일 수 있으나, 이 영역이 이슈가 될 때는 주로 배경, 재산, 학력 등과 무관하게 '대한민국 남성'이라는 보편적 기준이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았을 때다. 대개 병역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이들이 권력층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③ 번 카지노 게임 영역을 자세히 살펴보면, 근로기준법 위반 시 실제 처벌 수위는 그리 높지 않다.
52시간 위반의 경우 명시된 처벌은 대표이사에게 최대 2년 징역 또는 2천만 원 벌금이다. 대부분 계도 위주로 진행되며 실제 벌금 부과도 드물다. 회사의 존폐를 걱정하는 입장에서는 이 정도 벌금은 감수할 만한 리스크로 여길 수 있다. 세무 이슈처럼 시스템으로 자동 적발되는 것이 아니라, 신고나 감독을 통해 적발되기 때문이다. 발생 확률까지 고려하면 벌금은 충분히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보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세 영역의 특징은, 법조문에 명시된 내용과 실제 적용 사이에 예외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예외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 같은 골목상권 진출이라도 대기업이나 유명 기업의 경우 더 큰 비난을 받고 국정감사에 소환된다..
•같은 병역회피라도 어떤 이는 가벼운 처벌을 받는 반면, 유승준은 수십 년간 입국이 금지되었고 싸이는 군 복무를 두 번 완료했다
처벌의 수위는 국민의 분노가 해소될 때까지다. 어느 정도면 충분한지는 정량화할 수 없다. 그래서 때로는 매우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카지노 게임은 특이한 성격의 회사다.
•현재는 중장년 창업도 많지만, 일반적 이미지는 청년 창업을 대표하며
•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고 기반이 약할 뿐인데 기성기업 (대기업/중견/중소기업)에 대비되는 포지션이며
• IT기술을 많이 활용할 뿐국가 경쟁력 측면에서는 아직 미흡함에도 많은 혜택과 지원을 받으며
•우수 인재를 채용하지만 제조업 대비 채용 규모가 작음에도 청년 실업 해결사로 인식되며
• 성장하며 기성기업의 체계와 사상을 수용하면서도 수평적 문화, 창의력, 자유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대표한다
이러한 카지노 게임 브랜딩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도 드라마 '영웅시대' 시대에 카지노 게임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더 혁신적인 카지노 게임이었다. 단지 시간이 흐르며 성장하고 성숙해진 것뿐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현재 카지노 게임의 이미지에는 일부 의도적으로 형성된 면이 있다고 본다.
이러한 이미지 덕분에 카지노 게임은 상당한 정부 지원과 여론, 정치권의 관심을 받아왔다.성공적인 카지노 게임이 등장하면 반드시 이를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국회의원이 있다. 카지노 게임 때문에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선이 큰 주목을 받는다. 심지어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과기부 장관보다 더 화제가 되기도 한다.
• 국민들은 기성기업과 다른 패러다임을 표방하는 카지노 게임에서 오히려 더 심한 착취가 일어난다며 분노한다.
• 서민 경제 지원금을 카지노 게임 육성에 투자했는데 그 기업이 모범을 보이지 않는다며 비난한다.
• 해당 카지노 게임과 함께 이미지를 구축해온 정부나 특정 국회의원은 자신의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신속히 관계를 단절한다.
• 기존에 우수 기업으로 인정했던 기관들은 과거 평가를 빠르게 수정하거나 새로운 평가를 내려야 한다..
• 해당 기업에 투자한 VC들의 실체를 파헤쳐 제대로 된 검증 없이 (LP 레벨에서)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다고 비난한다.
• 만약 해당 기업이 IPO를 준비 중이라면 증권거래소는 기업의 건전성을 다각도로 재검토하게 된다..
• 인수합병 실사(DD)에서도 HR 리스크가 단순한 운영・비용 요소를 넘어 인수 기업의 이미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는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짧지 않은 카지노 게임 경력에서 실제로 목격한 사례들이다. 심지어 이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앞서 말했듯 국민의 분노가 해소될 때까지 이어지면 기업 경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 정치가 지나치게 여론에 의존한다고 비판할 수 있지만,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서는 존립이 어렵다. 앞서 언급한 세 영역은 모두 국민 정서와 분노가 투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가들의 주장에도 합리성이 있다.
하지만 근로자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설령 기업가들의 말대로 회사가 망해 더 큰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근로자들이 그 부분까지 공감하고 이해할 필요는 없다. 이것이 프레임의 무서움이다. 프레임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지인 관계나 커뮤니티에서는 상대방의 의견도 합리적이고 인정할 만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결정과 정책결정에서는 결국 가부를 결정하는 이해관계자들의 프레임이 작용한다.
직원 100명 규모의 회사를 예로 들면, 대표 1명과 조직장 또는 사측 인원 7명이 있고, 나머지 92명은 근로자다. 입법기관인 국회나 정책을 수립하는 국가기관도 결국 국민의 지지와 여론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합리성만 따지면 8명의 의견이 더 타당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 관련 영역에서는 합리성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T보다는 F의 영역인 것이다.
여담이지만, 한국에는 아직도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근로자를 괴롭히며 임금을 체불하는 악덕 기업들이 존재한다. 과거보다 전반적인 수준이 개선되어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도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 영역은 여전히 포지티브 규제가 적용된다. 이는 이슈가 발생하면 한 사람의 예외가 아닌 인권 문제 자체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원래는 1편으로 마무리하려 했으나 이야기를 하다 보니 2편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2편에서는 기업 차원의 현실적인 카지노 게임 리스크 대응 방안을 다루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