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의 HR 개똥철학 시리즈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개인적인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 '비즈니스 미팅 / 커피챗 w iid' ( 신청 링크)
6개월 회고를 하던 중, 가장 많이 조회된 브런치 글이 HRBP에 대한 글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게 이렇게까지 반응을 얻을 줄 몰랐다. 그만큼 많은 분들이 HRBP에 대해 ‘관심은 많지만 확신은 없고, 말은 많이 들었지만 실체는 잘 모르겠는’ 상태라는 의미다.
글로벌 IT 기업에서 이미 도입된 개념
전략적 HR', '사업과 가까운 HR'이라는 슬로건
그리고 무엇보다 '멋있어 보이는 타이틀'
많은 조직이 HRBP를 도입하고 싶어하고, HR 내에서도 ‘나는 단순 HR담당이 아니라 BP야’라고 말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지금 HRBP는 때로는 ‘전략적 파트너’라기보다, 그냥 멋진 뱃지’로 소비되고 있다.
‘우리도 HRBP 체계로 바꿔야 하나요?’ 한 투자사 경영진의 질문이 있었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HRBP는 좋은 제도가 아니라, 전략적 선택입니다."
실제로 아래와 같은 현장이 많다
✔ HRBP가 직무가 아니라 직급처럼 쓰임 → 제도 담당, 교육 담당이 ‘BP’라는 이름으로 통칭됨
✔ BP라는 말이 주는 허들이 조직 안에서 오히려 장벽이 됨 → 구성원은 기대하지만, BP는 무력하거나 명확한 권한 없이 ‘조율자’로 소모됨
✔ HRBP의 역할이 HR전략 전체인 것처럼 포지셔닝됨 → 하지만 실제로는 리더와 구성원 사이에서 '운영자' 역할로 제한됨
HRBP가 좋은 역할이 되기 위해선, “준비된 인재”와 “제대로 된 조직 위치”가 전제되어야 한다.
HRBP 타이틀을 만들기 전, 아래 질문에 ‘YES’라고 말할 수 있는지 자문해보자:
우리 조직은 비즈니스와 HR이 함께 논의하는 구조가 되어 있는가?
HR 담당자는 팀별 이슈와 조직 전략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가?
HRBP가 책임질 수 있는 권한은 실제 주어져 있는가?
HRBP가 운영이 아닌 '조율'과 '기획'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YES’라고 할 수 없다면, 지금은 HRBP 타이틀을 도입할 시점이 아닐 수 있다.
HRBP라는 단어는 겉으론 HR의 연장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중요한 단어는 뒤에 있는 ‘BP(비즈니스 파트너)’다. 오래전부터 HR은 ‘전략적 파트너(Strategic Partner)’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해왔다. 그런데 여기엔 분명한 구분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전략적 파트너가 곧 비즈니스 파트너와 같을까? 나는 다르게 본다.
전략적 파트너는 HR 내에서도 역할과 성숙도의 진화를 의미한다면, 비즈니스 파트너는 아예 시야 자체가 비즈니스 중심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전략적 HR은 '좋은 HR'이 되는 것이고, HRBP는 ‘비즈니스를 책임지는 HR’이 되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HRBP든, HR Function Specialist든 둘 다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타이틀이 아니라, 비즈니스와 사람을 어떻게 엮어내는가에 있다.
내가 HRBP 리드로 있을 때, 실제 HRBP들에게는 자신이 담당하는 조직의 비즈니스 성과와 동일하게 성과 지표를 설정했다.
조직 몰입도나 퇴사율이 아니라, 영업 매출, 제품 출시율, 캠페인 성과가 HRBP의 지표였다.
이 지점에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해진다. 기존 HR이 ‘사람을 존중하고 성장시키는’ 따뜻한 가치 중심이었다면, BP의 HR은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인적 구조 설계에 가깝다.
BP가 된다는 건, '내가 HR로서 얼마나 잘했는가'가 아니라 '내가 담당한 조직이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가'로 평가받는 구조다.
많은 HRer들이 이 지점에서 혼란을 겪는다. 내가 믿어왔던 HR의 철학이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 사람을 믿고, 키우고, 지지했던 방식이 성과 중심의 언어와 충돌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틀린 것도, 잘못된 것도 아니다. 그냥 다른 것일 뿐이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에서는 HRBP를 HR 출신보다 비즈니스 출신, 전략 기획 출신, 개발자 출신에서 더 많이 선발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성과 중심의 마인드셋과 조직 이해도, 그리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현장 실행력을 갖춘 사람만이 BP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HRBP로 활동하던 야놀자 시절을 돌아보면, 정말 'HRBP'가 제도로 운영된 게 아니라 현장에서 ‘진짜 일하는 사람’의 방식으로 작동했던 구조였다. 당시 야놀자는 사업군별로 온라인, 오프라인, C&B 부문을 나누고 각 부문에 HRBP를 배정했다.
모든 HRBP는 전사 리더십 회의에 참석
비즈니스 논의 내용을 해석하고, HR 관점에서 솔루션 제시
매출·인력·성과 등 핵심 성과 지표 기반으로 조직 정렬
M&A 후 PMI, 구조 통합, 리더십 교체 등 직접 대응
당시의 HRBP들은 HR 출신이 아니었다. 전략기획, 컨설팅, B2B 운영 등 현업 출신들이었다. 그 당시 구조는 HRBP라는 직무가 HR에 머무르기 어려운 구조였다. HR적으로 문제를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직접 뛰어들어 해결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HRBP로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전형적인 HRer'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제도보다 현장에 관심이 있었고
✅정서보다 구조에 반응했고
✅따뜻함보다 합리성과 명료함을 중요하게 여겼다.
나는 HR 관점에서 벗어난 이야기들, 예를 들면 “그 정도 성과면 퇴사까지 고려해야죠” 같은 이야기들도 현업에 직접 전달했다. 그리고 HRBP 채용 시에도, 온실 속 HRer보다는 실제 비즈니스에서 부딪힌 현장형 인재를 선호했다.
HRBP는 단순히 HR 직무의 진화형이 아니다. 그 자체로 조직 구조와 일하는 방식에 따른 선택지다. 회사마다 아래 중 어떤 구조를 택할지는 ‘조직 규모’와 ‘권한 배분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HRBP는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되려면 전제조건이 필요한 체제다.
HRBP는 말 그대로 ‘파트너’다. 그렇다면,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그 파트너는 최소한 조직 내 의사결정이 가능한 Head 혹은 C-level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현장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장에서 결정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결정권이 여전히 대표에게 집중되어 있다면, BP는 파트너가 아니라 단순한 중간 관리자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 조직에서 HRBP를 배치하면, BP는 이름만 있고 실질은 없는 '역할 무효 상태'에 빠진다. 그럴 거라면 차라리 HR Function 중심의 중앙 조직이 더 낫다.
HRBP는 구조화된 조직 단위에 붙어서 작동한다. 기능적 독립성과 과업 단위가 명확한 조직이 있어야 한다.
Function: 예) 개발팀, 마케팅팀, 영업팀
Business Unit: 예) 커머스, 플랫폼, 오프라인 등
Product 단위 혹은 특정 목적(Object) 중심
핵심은 자율성과 목적성이 있는 덩어리여야 한다. 그 조직이 독립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해야 하는 구조라면, 그 안에서 HRBP는 역할/성과/운영/조직문화/채용 등을 조율하는 위치로 작동 가능하다. 덩어리가 없는 곳에서 BP를 만들면, 결국 ‘HR 매니저’가 된다. 특히, HR 출신이 아닌 사람이 HRBP 타이틀을 달고 이런 상황에 놓이면 어중간한 TPM, 어정쩡한 현업 보조자가 되기 쉽다.
아직 전사 규모가 작고, 각 조직의 독립성이 크지 않다면? HRBP보다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일하는 HR리드 1인이면 충분하다.
이때 HR리드는 단순한 운영자가 아닌, 회사와 비즈니스의 구조와 흐름을 파악하고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를 HRBP라 부를 수 있지만, 그렇다면 본인이 내리는 판단의 기준이 무엇인지 꼭 고민해보자. (HR의 정합성인지? 비즈니스 목표 중심인지?)
조직이 성장하면서 HR 체계를 고민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주제가 바로 이 두 가지다
HRBP 체제: 현업과 긴밀히 연결된 파트너 중심 구조
HR Function 체제: 기능 중심의 전문화된 운영 구조
어느 것이 더 좋은지는 조직마다 다르다. 중요한 건 “우리 조직에는 무엇이 더 적합한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다.
✅ Function vs HRBP 구조별 KPI 비교
Function 체계는 안정성과 일관성을 통해 HR의 '백오피스적 가치'를 강화한다. 반면 HRBP 체계는 조직별 '프런트 성과 정렬'을 통해 HR의 존재 이유를 실무에 가깝게 재정의한다. KPI는 그 구조가 지향하는 철학과 목적의 반영이다. 운영 중심으로 정렬된 KPI는 기준을 정하고, 비즈니스 중심으로 설계된 KPI는 행동을 유도한다. 두 가지를 병행하거나 전환하려면, 숫자만이 아니라 생각의 기준부터 함께 맞춰야 한.
현장에서는 아래와 같은 혼합 운영도 종종 활용된다.
✅ 중앙 Function 체제 + 일부 부문에 HRBP 배치
✅ HRBP 중심 운영 + 정책/기획 기능만 본사 Function 담당
혼합형은 말 그대로 두 체제의 장점을 절충하는 모델이다. 특히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유용하다.
조직 규모는 커졌지만, 아직 전사적 HRBP 전환이 부담되는 경우 :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일부 현업에 BP체계를 시범 도입
핵심 부문만 빠르게 대응이 필요한 경우 : 예: 영업/해외법인/PM조직 등에만 HRBP 지정
HRBP 인력이 부족하거나 HRer 경험이 부족한 경우 : Function 중심 운영을 유지하되, 일부 커뮤니케이션 허브로 BP 포지션 운용
※ 중앙 Function에서 가이드라인/기준을 제공하고, HRBP는 현업 내 이슈 해결 및 실행 주도
Function은 '기준과 설계', BP는 '실행과 조율' → 기준은 기능팀에서 책임지고, 현장 실행은 BP가 밀착
Function은 '전사 최적화', BP는 '조직 최적화' → 충돌 시에는 Function이 기준선, BP는 상황별 보정
BP는 전문기능 설계자가 아닌, 문제 해결자이며 설계보다 “적용·운영” 중심이다. 즉, Function이 설계한 제도가 현장에서 작동하는가를 확인하고 조율하는 역할이 BP에게 있다면, BP는 Function의 구조적 지원 없이 독립적으로 성과를 낼 수 없다. 두 구조는 병렬이 아닌 상호의존 관계이다.
한동안 ‘Recruiting Business Partner(이하 RBP)’라는 직무도 꽤 유행처럼 쓰였다. 토스, 네이버, 쿠팡 등 실리콘밸리식 구조를 참고한 HR 세팅이 확산되면서 리크루터도 단순 오퍼레이터가 아닌 비즈니스 파트너로 전환되길 바라는 흐름이 있었다.
나는 HRBP도 어려운 역할이지만, RBP는 그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어렵다. 왜냐하면 RBP는 단순히 ‘사람을 뽑는 역할’을 넘어, 그 사람이 뽑힌 이후의 구조와 성과, 조직 운영까지 미리 상상하고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비즈니스/기술 구조라면 앞으로 이런 인재가 필요할 것 같다.”
→ 회사의 성장 로드맵을 사전 이해하고 예측. 비즈니스의 흐름, 시장과 R&D 상황을 고려한 채용 시점/직무 설정
✅“A라는 인재가 필요하지만, 이 사람이 들어오려면 조직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 구조 설계까지 상상할 수 있는 사고가 필요. 핵심 인재의 역량이 빛나기 위한 조직·문화·리더십의 구조 재설계
✅“A가 퍼포먼스 내려면 지금의 팀으론 안 되고, B와 C급 인재가 옆에 더 있어야 한다.”
→ 단일 포지션이 아니라 팀 단위 조합 관점의 리크루팅이 필요. A만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B와 C까지 세팅해 팀 전체를 짜야 함
이 정도까지 사고할 수 있어야 RBP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된다. RBP는 말 그대로, 채용을 넘어 “조직과 사람의 전략 구성자”에 가깝다. 단지 채용을 잘하는 것이 아닌, “일이 굴러가기 위한 전체 그림”을 그리는 역할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주도적인 리크루터’일 뿐이다.
“두 역할이 동시에 필요할 순 있어도, 동일 조직에선 공존시키면 안 된다.”
HRBP와 RBP 모두 ‘비즈니스 정렬’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접근 영역이 다르고, 결국 영역 중첩과 리더 소통의 혼란이 발생한다. 둘 다 전략적 사고를 요구하지만, 하나의 조직에서 둘이 동시에 들어가면 결국 경계와 책임이 애매해지고, 소통의 루프가 복잡해진다.
역할 중첩 → 파트너 커뮤니케이션 혼선 발생
책임 애매 → 조직 성과 혹은 채용 실패 시 책임 소재 불명확
KPI 충돌 → 채용 성과 vs 조직 운영 성과 간 불일치
요즘 HRBP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심지어 "우리도 HRBP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말은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회사에서는 일종의 선언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질문은 이렇게 바꿔야 정확하다.
“HRBP는 지금 이 회사에 정말 필요한 일인가?”
“아니면 그냥 좋아 보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가?”
HRBP는 그냥 있으면 좋은 직무가 아니다. 그 자체로 역할과 무게, 맥락과 전제가 필요한 전략적 선택이다.
많은 사람들이 HRBP를 일종의 시니어 HR 타이틀처럼 이해한다. 또는, 그냥 평가·보상 담당보다는 HRBP가 뭔가 있어 보이니까 타이틀을 붙이려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HRBP는 ‘경력 연차’나 ‘직급’을 포장하는 배지가 아니다.
진짜 HRBP를 하겠다면 그에 걸맞은 관점, 메커니즘, 대응력이 필요하다. 시장을 읽고, 비즈니스를 읽고, 리더와 연결되며, 조직 성과를 HR의 언어로 번역하고, 다시 현장 실행까지 이끌어야 한다. 그렇기에 HRBP는 HRer가 아니어도 가능한 직무가 될 수 있고, 실제 글로벌 조직에서는 개발자나 전략 컨설턴트 출신이 HRBP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말하면, HRer라고 해서 HRBP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HRer들이 HRBP를 꿈꾸는 것을 응원한다. 단, 헷갈려서는 안 된다. HRBP가 아니더라도, HRer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이 있다. 회사의 구조를 이해하고, 비즈니스가 어떤 흐름으로 작동하는지 읽을 수 있고, 시장과 고객의 흐름을 통해 구성원의 과제를 유추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전략적 HR이자, 통찰력 있는 HR이다. 이 둘은 같지 않지만, 공통적으로 회사와 비즈니스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다.
문제는 HRBP라는 이름만을 가지고, 역할과 책임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이런 경우 HRBP는 조직에서도 애매해지고, 본인 스스로도 무력감을 느끼기 쉽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실제로 조직이 HRBP의 역할을 요구하게 되는 순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결국 그 자리를 버티기 어렵게 된다.
마지막으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다. HR과 마케팅은 다른 영역보다 트렌드에 더 취약한 분야다.
최근 들어 조직 곳곳에서 이런 말들이 자주 들린다.
“요즘은 BP 체제로 가야 해요”,
“OKR 안 쓰면 안 돼요”,
“우리는 토스처럼 해야죠”.
듣고 있자면 꽤 논리적으로 들리고, 멋져 보인다. 그래서 대부분의 조직은 ‘검토’보단 ‘도입’을 먼저 시도한다. “일단 해보자”라는 말로 시작하지만, 실은 기준 없이 베끼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두 영역 모두 형태와 감각이 중요해 보이고, 외부에 보여지는 ‘그럴듯함’이 빠르게 결과처럼 착각되기 때문이다.
✅ HR : 조직문화, 제도, 리더십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중심 → 외형으로 판단되기 쉬움
✅ 마케팅 : 브랜드·콘텐츠·채널 등 감각적 요소 중심 → 타사 사례와 쉽게 비교되어 트렌드로 몰림
그리고 이런 흐름은 대개 “누가 그렇게 하더라”는 소문에서 시작된다. 성공한 회사의 일부 제도나 컬처를, 전체 철학과 맥락 없이 적용한다
지금은 시장이 재편되고, 회사의 본질이 시험대에 올라 있는 시기다. 이런 때일수록 새로운 것을 들이기보다, 기존의 구조와 기준을 돌아봐야 한다. 아래 질문에 선명한 답이 없다면, 트렌디한 제도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이 조직 구조는 왜 이렇게 되어 있는가?
이 제도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도입되었는가?
이 구조 안에서 사람들은 버틸 수 있는가?
트렌드는 ‘무언가를 바꾸게 만들 수는 있지만’ 그것이 우리 회사에 왜 필요했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면,
그 변화는 ‘혼란’이 되고, 먼저 무너지는 건 결국 사람이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좋은 사례’들이 있다. 하지만 그 사례는 우리 조직이 따라야 할 정답이 아니다.
트렌드는 흘러간다. 하지만 ‘기준’은 남는다.기준이 없으면 어떤 제도든, 어떤 문화든, 결국 사람과 일 사이의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우리 조직만의 기준은 다음의 질문들을 통과한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겉보기에 멋져 보이는 제도나 프레임워크를 덮어씌우는 건 건물의 기초가 무너진 채 리모델링을 하는 것과 같다.
트렌드는 참고해야 한다. 하지만 그 트렌드를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면 그건 ‘우리 조직의 길’이 아니라, 남의 루트를 따라 걷는 것이다. 구조보다 기준이 먼저다. 기준이 없으면 어떤 제도도, 어떤 시스템도 오래가지 못한다. 우리는 결국 ‘우리 방식’으로 일해야 오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