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의 HR 커리어 성장 시리즈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의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 이번 글은 내가 HR insights 잡지 2024년 5월호에 기고하였던 아티클이다.
최근 기업들은 HR이 현업 조직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는 'HRBP' 직무를 도입하고 있다. 경영 환경이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현업 조직은 물론, HR도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와 프런트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역량, 유연성, 의사결정력을 갖출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조직에 실질적 효과를 가져다주는 HRBP로의 변화를 이루기 위한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HRBP는 'Human Resources Business Partner'의 약자로, 글로벌 기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포지션 명칭이다. 기존 HR 직무가 채용, 평가보상 등 기능(Function) 중심으로 분류된 것과 달리, HRBP는 조직(Organization) 중심적 직무다. 각 회사의 비즈니스와 조직 철학이 다양하므로, HRBP의 의미와 영역도 회사마다 차이를 보인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HRBP를 직무 자체보다는 개념이나 철학에 더 가깝다고 본다.
① 우선, 내외부 경영환경의 복잡성과 다양성 대응 차원에서다.
IT 기술의 발달로 기업들은 더 많은 도전과제에 직면하게 됐고, 이에 따라 유연하고 신속한 대응력이 필수가 됐다. 영업, 마케팅, R&D 등 많은 조직이 시장, 고객, 현장 중심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내부 구성원을 담당하는 HR은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외부 경영환경의 변화는 회사 전반은 물론 구성원의 채용, 평가보상, 조직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결국 HR도 HRBP 형태로 전환하게 됐다.
② ‘제도 중심’에서 ‘조직 중심’의 사고로의 변화도 한몫을했다.
기존 기능식 접근 방식은 각 기능의 전문성과 완성도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었으나, 문제 해결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기능 중심적 방식은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제도 운영상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만 개선했다. 이는 오히려 제도와 운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리소스 투입과 리스크를 증가시켰다. 결국 문제를 본질적이고 유연하게 해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인식에 따라 HRBP가 요구됐다.
③ HR에 대한 생산성 관점 접근도 HRBP로의 주된 변화 이유다.
한국 시장에서 HRBP가 유행하기 시작한 시점은 기업들의 생산성에 대한 회고가 진행된 시기와 맞물린다. HRBP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전문가 조직으로서 백오피스에서 프런트의 HRBP를 지원하는 'CoE(Center of Excellence)' 조직도 균형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구성하면 HR 인력 비중에 따른 부담이 커지기에, 우리나라의 많은 조직은 효율화를 위해 HRBP 중심으로만 구성하고 있다. 대신 각 HRBP가 전문 영역에도 능통한 전문가로서 조직을 담당하길 기대한다. 즉, HRBP 1명이 기존의 기능 조직 1개 팀을 대체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① 먼저, HRBP의 핵심은 ‘HR’이 아니라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BP는 단순히 회사와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것 이상이다. 일하는 관점과 시각 자체가 달라진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HR이 조직의 안정화, 인재밀도, 퇴사율 관리, 회사 소속감 강화 같은 지표에 집중한다면, HRBP는 영업 매출, 개발 로드맵, 고객 만족도 향상과 같은 비즈니스 지표를 성과지표로 삼아야 한다. 이런 지표를 담당 조직과 함께 달성하려면 일하는 관점 자체가 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영업 매출을 올리기 위한 어젠다가 있다면 비즈니스 리더는 영업전략을 고민하고, HRBP는 인센티브 제도와 조직구성,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을 고민한다. 또한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채용, 노무, 보상 측면을 복합적으로 검토한다. 독립적인 HR이 아닌 조직에 기반한 HR이기에 고민의 관점과 방향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HRBP는 문제 해결 관점이 강하기 때문에 실제로 글로벌 기업의 HRBP는 HR 출신이 아닌, 개발자나 비즈니스 출신도 많다.
② 또한 HRBP는 담당 영역이나 조직 내에서의 COO가되어야 한다.
HRBP의 역할과 범위는 '어떤 조직을 맡는지', '어떤 목표를 달성해야 할지', '어떤 문제를 해결할지'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는 모든 업무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런 전방위적 인재는 찾기 어렵다.
HRBP는 기본적으로 해당 조직의 HR 영역에 대한 소통창구이자 담당자 역할을 수행한다. 평가보상 과정에서는 각 조직의 운영을 담당하고, 채용 과정에서는 인력계획과 채용 진행상황을 관리한다. 또한 신규 제도 검토 시에는 조직구성원들의 의견을 전달하며, 온보딩, 교육, 퇴사 프로세스도 진행한다.
더 나아가 HRBP는 단순히 담당 조직의 운영 권한을 갖는 데 그치지 않고, 파트너로서 조직의 문제해결을 고민한다. 특히 조직의 고도화와 극대화를 위해 새로운 방안을 창출해야 할 때도 있다. 전사 차원의 제도나 정책이 담당 조직에 맞지 않다면, 단순 보고가 아닌 조직 단위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개선한다. 즉, 권한만큼 책임도 함께 지는 것이다.
사실 국내 기업에서 HRBP를 안착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HRBP는 주니어가 담당하기에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육성해야 하는데, 이 과정 자체가 쉽지 않다. MBTI의 F와 T처럼 HR 전문성과 비즈니스 전문성은 성격이 다른데, 이 둘을 모두 갖추고 유연하게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기업들은 HRBP 체제를 원하면서도 아직 기업 의사결정 체제는 조직장 중심으로 맞춰져 있다. 조직장이 비즈니스 의사결정 권한 외에도 인사권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사실 조직장의 인사권은 채용, 평가보상, 육성 측면에만 국한해도 충분하며, 이마저도 제대로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 외 HR 영역은 HR 전문가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많은 조직장이 이를 인사권 축소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 아직은 HRBP를 주요 HR 의사결정 이후의 실행 담당자라는 제한된 역할로만 활용하고 있다.
① 비즈니스에 대한 깊은 이해는 필수다.
HR 전문성보다 먼저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 회사는 이런 일을 하는 회사'라는 피상적인 이해로는 부족하다. 해당 도메인에 대한 이해와 지식은 책의 활자로만 아는 수준이 아닌, 실제 현장 경험에 준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HRBP의 파트너는 주로 조직의 헤드(Head)나 C레벨이므로, 최소한 그들에게 파트너로 인정받을 만한 수준의 준비가 필요하다.
예전에필자가 마케팅 조직 HRBP를 담당했을 때는 ATL/BTL, 퍼포먼스 마케팅/CRM 등 마케팅의 흐름과 솔루션을 공부했다. R&D 조직 HRBP 때는 주요 서비스 아키텍처, 개발 스펙과 그 특징을 학습했다. HRBP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속한 산업, 회사, 제품과 서비스를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한다. 또한 경쟁사 현황과 우리 회사의 강점, 약점을 투자사들보다도 더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수준의 학습은 필수적이다. 그래야만 어떤 미팅에서도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고 적절한 HR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파트너로서의 가치다.
②HR 한두 영역의 전문성으로는 이제 부족하다. 전체 영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오늘날 기업들은 HR 담당자가 모든 프로세스와 기능을 깊이 있지는 않더라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수행하기를 기대한다. 외부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내부 문제와 해결책도 다양해지고 있어, HR 전반에 대한 이해 없이는 문제 해결의 시작부터 어려울 수 있다.
안타까운 점은시장과 기업이 HR 담당자에게 더 넓은 역량을 요구하면서, 개인의 성장은 이제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회사는 기다려주지 않으며, 단지 상황을 제시하고 수행 가능 여부와 성과만을 평가할 뿐이다.
현재는 다양한 아티클, 강의, 책을 통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실무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얻고자 한다면, '이론' 30%와 '실무 경험' 70%의 비중으로 학습하기를 권장한다. 여기서 실무 경험이란 직접 수행이 아닌, 실제 사례를 통해 업무 수행 방법을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③ 통합적 관점의 문제 해결력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HR이라는 틀 안에서 현안을 파악하고 전통적인 HR 방식으로 해결했다. 하지만 이제는 문제를 더 깊이 있게 분석하고, 조직, 인력, 프로세스, 비즈니스 등 다양한 측면에서 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R&D 기술력을 단기간에 향상시켜야 한다면, R&D 리더십 확보, 우수인재 채용, 외부 연구기관과의 협업, 필요한 경우 다른 회사 인수까지 포괄적으로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이후현재 회사 현황과 리소스를 고려해 그
중 가장 효과적인 옵션을 선택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해결력은 비즈니스에 대한 깊은 이해와 HR의 통합적 관점을 기반으로, 담당 조직과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과 신뢰 관계를 통해 발전시킬 수 있다. 문제해결은 개인이 아닌 조직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HR이 HRBP처럼 전향적으로 바뀌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변화다.다만 그 역할을 수행
하기 위한 충분한 준비 없이 단순히 타이틀만 HRBP로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번은 투자사 경영진으로부터 "HRBP가 정말 필요한가요? HRBP 체제로 반드시 전환해야 하나요? HRBP에게 어떤 권한을 부여해야 제대로 기능할까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필자는 "HRBP를 단순한 유행처럼 여기면, 적합한 인재 채용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조직 내 혼란과 비효율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라고 답변했다. HRBP로의 전환 역시 전략적 선택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이해력, 현장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유연성, 의사결정력 등 HRBP에게 요구되는 역량들은 이제 모든 HR 담당자에게 필수가 되었다. 시대는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최근 채용공고에서 많은 포지션에 'BP'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