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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Apr 09. 2025

여행의 끝에서 도착하는 카지노 게임 한 장

카지노 게임


여행지에서 내가 꼭 하는 일이 있다.멋진 전망을 보는 것도, 맛집을 탐방하는 것도 아니고, 명소 인증샷을 남기는 것도 아니다.


바로, 카지노 게임를 사서 우리 집으로 부치는 것.


처음엔 기념품 가게에서 예쁜 카지노 게임를 하나둘 구입하다가 생긴 습관이었는데,이제는 여행에서 가장 소중한 의식 같은 일이 되었다.


관광지를 둘러보다 그 도시만의 색이 담긴 맘에 드는 카지노 게임를 고르고,근처 우체국을 찾아간다. 그리고,카지노 게임 뒷면에 지금의 감정과 풍경, 소소한 에피소드를 꾹꾹 눌러 적는다.


‘피렌체에서 하루에 13,000보씩 걸어서 힘들었어.’

‘비엔나에서 우연히 먹은 '학세'의 맛을 잊을 수가 없어.’

‘뉴욕의 야경이 너무 멋있었어!’


그리고 카지노 게임에 우표를 붙이고, 우체국 직원에게 조심스레 건넨다.


그 순간은 마치,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 사이에 작은 타임캡슐을 부치는 기분이다.여행이 끝나고 시간이 꽤 흐른 어느 날,집 우편함을 열었을 때 낯선 도시에서 날아온 카지노 게임 한 장이 발견되면,정말 시간을 거슬러 온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든다.


출장과 업무로 바빠진 일상 속,그 카지노 게임 하나가 나를 다시 여행지로 데려가준다.


카지노 게임를 보낼 때마다 나는 그 도시의 공기, 냄새, 거리의 소리를 카지노 게임에 담는 기분이다.그 한 장에는 마치“내가 여기 있었고, 이 순간을 느꼈다”는 증명이 새겨져 있는 것 같다.그래서 나는 카지노 게임를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여행의 일부, 여행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집으로 도착한 카지노 게임를 바라보다 보면,내가 여전히 그 도시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그곳은 분명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우체국의 도장 하나와 몇 줄의 손글씨 덕분에,마치 내 거실로 그 도시가 배달된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가끔은,카지노 게임가 도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그럴 때는 은근히 서운하다.내가 분명 정성껏 썼고,우체국 직원의 눈앞에서 보냈는데,그 카지노 게임는 어디선가 길을 잃어버리고 돌아오지 않는다.

바티칸 베드로 성당에서 보낸 카지노 게임가 사라졌을 땐,혹시 내가 카지노 게임를 넣은 우체통이 진짜 우체통이 아니었나 의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카지노 게임를 쓴다.그리고 보낸다.왜냐하면 카지노 게임는, 여행을 마무리 짓는 나만의 의식이자,다시 언젠가 그 도시를 그리워할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작은 기억의 파편이기 때문이다.


여행이 끝난 후 집에 돌아와 바쁜 일상으로 복귀하면,모든 게 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정말 다녀온 게 맞나 싶을 만큼, 여행의 온기가 빠르게 사라진다.하지만 우편함 속 카지노 게임 한 장은,그 모든 풍경과 냄새와 감정을 다시 불러온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음 여행에서도,카지노 게임를 쓸 것이다.여행이 잊힐 때쯤 도착하는 그 한 장의 기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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