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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우 Apr 16. 2021

그 시절이 어렴풋이 카지노 게임납니다.

내 우주가 가족으로 가득 채워졌던 시절이.


희미해진 카지노 게임들 사이에서 비교적 선명하게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조각들이 있다.


아빠 혼자 지옥에 갈까 겁이 나 아빠 팔을 붙들고 교회에 나가야 한다며새벽까지 울어대던 카지노 게임

아빠가 분당으로 일자리를 구해 떠나기 전날 첫 이별의 슬픔으로 밤새 숨죽여 울었던 카지노 게임

매년 여름 강원도로 가족 여행을 떠났던 카지노 게임, 그리고 아빠가 물놀이 후 끓여 준 라면과 직접 튀긴 오징어 튀김과 고기 튀김의 기름지고 고소한 맛

할머니와 미용실 놀이를 하다 할머니 머리를 진짜로 잘라 버렸던 카지노 게임

가을이면 밤을 따러 가고, 뒷산으로 칡을 캐러 다니던 카지노 게임

도심의 빌라에 살면서도 땡감을 깎아 곶감을 만들던 엄마의 모습. 적당히 꾸덕꾸덕해졌을 때 빼먹는 완벽한 반건조 곶감의 달콤하고 촉촉한 맛

눈 오는 겨울날 집 앞 비탈길에 포대자루를 가지고 나가 눈썰매를 타던 카지노 게임.


여름이면 양계장에서 토종닭을 사다가 백숙을 만들어 몇 날 며칠을 먹었다.

겨울에는 돼지등뼈를 한 아름 사다가 아빠의 레시피로 특별한 등뼈찜을 만들어 또 몇 날 며칠을 먹었다.

언젠가의 나는, 세상에서 우리 집이 가장 화목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언젠가의 나는, 엄마 같은 여자가 되어 아빠 같은 남자를 만나 나 같은 딸을 낳고 싶다는 꿈을 꾼 적이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가족이 싫어지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가족이 짐처럼 느껴지게 된 건.


나는 왜, 나의 하나뿐인 가족이 끔찍해졌을까.

나도 그 이유를 알고 싶어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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