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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노 Feb 28. 2025

온라인 카지노 게임 연재하는 성당 아빠

대학교에 ‘캠퍼스 낭만’은 없었다. 군대 제대해도 ‘내 세상’ 아니었다. “취업만 하면 결혼은 문제없다”라는 어른들의 수작에 현혹되지 말았어야 했다. 돈 걱정은 취업을 해도 끝나지 않았다. 이루려는 욕심을 내려놓지 않는 한 고민거리는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과정 자체를 즐겨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일들이 많다. 나는 돈이라는 정차역을 위해 달리는 기차였을까. 기차처럼 가까이 지나치는 풍경을 못 보고 지낸 건 아닐까. 이제는 지나쳐 놓치고 싶지 않다. 꽃도 나무도.


“수녀님, 저 그 정도 아니에요.”

2년 전 생활온라인 카지노 게임사 백디에고 수녀님께 꺼낸 첫마디가 이랬다. 여느 부탁처럼 글 한 편 쓰겠거니 했다. 무려 1년 치 부탁에 놀랐다. 겁도 났다. ‘수녀님 사칭 보이스피싱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내게 이런 일이 생길 리 없었으니까.

“신부님도 아니고 일반 신자가 어떻게 생활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글을 써요.”

“작가님, 애들 키우고 사는 얘기도 신앙이 아닐까요.”

“수녀님, 저 작가 아니에요. 그냥 기차 운전하고 애 셋 키우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아빠일 뿐인데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오래 다녔다고 신앙심이 깊은 건 아니다. 애 많이 낳았다고 가정생활에 충실한 것도 아니다. 글 쓴다고 인생 제대로 사는 건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백수녀님은 스스로 느끼고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내 삶을 바꿔 놓았다. 그날도 골목식당에 등장한 백종원 아저씨처럼 백수녀님은 진지했고 나는 벅차올랐다. 가슴 뛰는 일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전화 끊으면 두 번 다시 기회는 없겠지’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선, 한 달만 해보자는 백수녀님 제안에 나는 마음속으로 답했다.

‘나를 찾아 주신 백수녀님께 글 맛집으로 보답해 드리고 싶다.’


약속한 1년이 지나고 백수녀님은 “한 번 더!”를 외치셨고, 나는 “못 먹어도 고!”를 외쳤다. 그렇게 2년을 했다. 그르치더라도 무릅쓰고 더 하고 싶었다. 글 쓰는 의미도 되짚어봤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자체가 은총이었다. 2년 동안 연재는 쉽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들과 해야 할 일들 사이에서 챙겨야 하는 사람들까지 안고 허우적거렸다. 마음에 끌려 내가 쓴 글이지만 내 안의 누군가 한 일이다. 하려는 말들이 문득 떠올랐으니까. 그것들을 놓치지 않고 틈틈이 모아놓는 하루를 즐겼다. 글은 쓰고 나면 기쁨에 차올랐다. 더구나 생활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아닌가. 얼마 전에는 평화신문 인터뷰도 했다. 세상은 잠잠한데 혼자만 으쓱대고 다녔다.


글을 쓰면 전희성 일러스트레이터께서 원고를 받아 그림을 그려주신다. 유명하신 분은 달라도 달랐다. 재치 있지만 가볍지 않은 그림이 가슴을 울렸다. 작가님 쓰신 책들도 사서 읽었다. 아프고 즐거운 부모 마음이 내게도 닿았다. 애들 키우며 겪는 생각들이 서로 닮아서 이미 알고 지낸 사이 같았다. 작가님은 나와 가족들을 예쁘게 그려주셨다. 이 자리를 빌려 우리 가족들과 함께 감사드린다. 멋진 기관사를 그려주셨다. 함부로 모습을 드러내 기대를 무너트릴 수는 없다. 앞으로 얼굴 없는 기관사로 지내려고 한다. 생활온라인 카지노 게임 독자들에게 얼굴 드러내지 않고 꼭꼭 감추고 살 생각이다.


사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 하지만 좋은 글은 아무나 쓸 수 없다. 한 문장을 떠올려 보자.

“사랑온라인 카지노 게임 마음으로 감사온라인 카지노 게임 마음으로 살다 가자.”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문장이다. 흔한 글이지만 이 글은 좋은 글이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을 담았기 때문이다. 차범근 선수의 축구 이야기, 신영복 교수가 20년 넘게 옥살이하시며 쓴 글은 논리와 문장을 넘어 삶이 전해주는 울림이 있다. 글은 어떻게 쓰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나는 품격 있는 인생을 살고 있는가. 출입문이 닫혀버린 기차처럼 아무도 탈 수 없게 나만 보고 살고 있지는 않은가 돌아보고 반성한다. 때론 밝힌 내 이름과 세례명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나 혼자만 이럴 순 없다. 그래, 이거 다 내가 한 게 아니다. 기차처럼 함께 달렸다. 지금까지 나와 함께 달려준 아내 로사에게 이 영광 몽땅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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