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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송이 Feb 04. 2025

'온라인 카지노 게임 겨루기'를 했다

얼마 전 우리 집에 좋은 일이 생겼다. 큰 딸이 장애인복지관 주간보호센터에서 새로운 회장에 선출되었다.그냥 회장도 아니고, 역사에 길이 남을 최연소 회장이란다. 처음에는 단독 출마를 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였으나, 담당 사회복지사말로도 5살 많은 언니 한 명과 정정당당히 겨뤄 이겼다고 했다. 엄마인 나도 기분을 좀 내 봤다. 회장 엄마가 된 기념으로 20인분의 피자를 기분 좋게 쐈다.(20판 아님^^) 임명장도 받아왔다. 임명장이 뭐라고 딸은 남편과 내가 퇴근할 때마다 현관 입구부터 임명장을 자랑스럽게 펼쳤다. 마침 친정엄마 생일 겸 설명절 겸 친정 식구들이 모일 기회가 있었다. 딸의 자랑은 물러섬이 없었다.


"나 회장 됐어요. 최연소 회장이에요"

외삼촌과 외숙모, 이모, 이모부 모두에게 자랑스러운 임명장을 펼쳐 보였다. '와' '대단하다' '멋지다.' '자랑스럽다' 소리를 듣고 나서야 자기 방으로 가지고 들어갔다. 딸이 임명장을 자랑할 때면 얼굴의 입꼬리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거렸다. 어깨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거렸다. 발스텝까지 온라인 카지노 게임거렸다. 아마 보이지 않는 뇌세포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 온라인 카지노 게임 춤을 췄을 것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거림이라는 동심.


온라인 카지노 게임거리는 딸에게서 나는 동심을 낚아챘다.


나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거리던 때가 있었다. 국민학교 1학년 포도송이 칭찬스티커를 반에서 5번째로 모았을 때, 받아쓰기 백점 맞았을 때, 반장도 아닌 분단장이 되었을 때, 생활통지표에 체육 빼고 다 '수'였을 때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거렸다. 어린 나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거림에 우리 엄마도 내가 모르던 세계에서 가끔 온라인 카지노 게임거렸을지 모른다.

오늘 오린이 동심 세계는 바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거림'이다.

지난 '공기놀이 대항전'처럼 온라인 카지노 게임거림을 놀이로 승화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우리 가족 온라인 카지노 게임 겨루기' 배틀을 시작했다.


순서는 누구부터?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장유유서. 처음에는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빼시더니 아빠의 입꼬리가 금세 올라간다.나의 아빠부터 시작한다.

"내가 65살에 제주도 한라산 등반을 당일치기로 하고 온 남자야"

진짜? 이거 진짜 맞다. 백록담 앞에서 찍은 사진이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거림을 인증한다. 아빠는 당시 등산이 취미였는데, 새벽 비행기로 출발해서 저녁 비행기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빠는 일을 나갔다.

다음은 엄마 차례.

"내가 니네 아빠환갑잔치 때 마이크 잡고 경기민요 리싸이틀했던 여자야"

기억난다. 아빠 환갑잔치 때 엄마는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불렀었다. 그것도 아빠 친구와 듀엣으로. 식당 직원들도 초대가수가 왔냐며 몰려들었다. 함께 간 시어머니도 사돈의 노래 솜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남편 차례가 되었다.

"내가 왕년에 수학 좀 했잖아.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 대표로 수학 경시대회 나갔어, 게다가 난 문과였다! 푸하하하~"

웃음소리 크기로 보아 사실인 것은 같으나 수상을 못했으니 물증은 없었다.

다음은 내 차례.

"시어머니한테 욕먹어도 쿨하게 웃었던 며느리야"

뭐, 이건 20년 며느리 인생에서 가장 큰 치적이다. 사실 이거보다 더 큰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있긴 한데 그건 시어머니 변과 관련이 있어 생략한다.

웬일인지 사춘기 4년 차인 둘째 딸도 동참한다.

"나도 있지. 난 요즘 수학문제 많이 틀려도 하나도 속상하지 않아. 어차피 처음 배운 건데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잖아"

요즘 수학 학원에서 점수가 카톡으로 날아오는데, 확실히 아이가 덜 예민해졌다. 나는 그게 우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었다니 놀라울 뿐이다.


이거 재밌는데? 한판 더 이어진다. 이제는 2배 빠르기.

(아빠) 나 82세까지 개인택시했던 사람이야. 게다가 무사고. (엄마) 만두 한 번에 750개까지 빚었던 사람이야. 만두피 팔던 사장님이 증거임 (남편) 고기 뷔페에서 많이 먹었다고 쫓겨났던 사람이야. (둘째 딸) 사회 선생님이 내 발표가 대기업신입사원PT 같다고 했었어(나) 어어~ 잠시 뜸을 들이고 있으니남편이 자꾸 눈치를 준다. 당신 진짜 온라인 카지노 게임거릴 거 있잖아. 1살 연하 남편 데리고 살잖아.


그래 웃자. 모처럼온라인 카지노 게임거림에 가족 모두가 웃었다.


이상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거리다'라는 말에서 잔잔한 파도가 느껴진다. 자꾸 내 몸을 앞으로 밀어낸다. 조금씩 밀어내며 더 큰 세상으로 밀어낸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거리며 즐거웠던 순간들이 때론 우리를 앞으로 살아가게 하는 힘처럼 느껴진다. 맏며느리였던 엄마는 남편 환갑에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순간, 고단한 시집살이를 씻었고, 도시 노동자였던 아빠는 당일치기로 한라산을 오르던 체력으로 삼 남매 대학 공부를 시켰다. 수학만 잘했던 남편은 수학만 못하는 딸을 붙잡고 수학은 말이지~ 하면서 눈치인지 코치인지 모를 코치를 하고 있지 않는가.

그러니깐, 한 시절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거림은 과시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우리들의 힘인 것도 같다.


조만간 진짜 내 친구 오린이들을 만나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 겨루기 한 판을 해볼 작정이다.


(오린이 1)나 아직 갱년기 안 온 거 같아. 지금 너무 추운 거 있지? (좋겠다. 지지배~지금 난 덥다. 저기 히터 좀 꺼주세요)

(오린이 2) 나 이제 흰머리 염색을 해야 할까 봐.요즘100개는 는 거 같아 (좋겠다. 지지배~난 밥은 굶어도 염색은 안 굶는다)

(오린이 3) 우리 남편 이번에 지방 발령 났어.(좋겠다, 지지배~아직도 회사에 붙어있다니, 게다가 뭐 지방발령?오늘 밥은 가 사라)


이것이 바로 오린이들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거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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