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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Jun 05. 2024

연인을 놓치고 마지막 까지 잡은 것

구스타프 쿠르베 <상처입은 남자

나무에 기대어 눈을 감은 남자를 보자. 흐트러진 머리칼과 다듬어지지 않은 수염 사이로 드러난 그의 얼굴은 지친 듯하면서도 편안해 보인다. 시선을 사로잡는 흰 셔츠는 가슴께무료 카지노 게임 흘러나온 피로 얼룩져 있다. 잠과 같은 죽음일까, 아니면 죽음 같은 잠일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남자가 누군가에 의해 상처 입었다는 점이다.


무료 카지노 게임상처 입은 남자, 귀스타브 쿠르베, 1844~1824, 오르세 미술관, 프랑스 파리


남자의 오른 어깨 위로 보이는 칼자루, 순백의 셔츠를 물들인 붉은 피, 코트 자락을 움켜쥔 왼손 등에 불쑥 솟아오른 정맥, 그리고 저 멀리 어둠을 가르며 밀려오는 새벽의 미명. 이 모든 요소가 하나로 어우러져 한 남자의 운명적 종말을 속삭이는 듯했다.


그러나 이 비극적 맥락에 균열처럼 끼어든 것이 있었으니, 바로 그의 표정이었다. 고통의 한계를 넘어선 듯한 안도감, 혹은 어쩌면 에로스적인 황홀경으로도 읽힐 수 있는 그 표정은 전체의 분위기와 묘한 불협화음을 이루며, 이 그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처음 이 작품을 마주했을 때, 나는 마치 외줄타기를 하는 곡예사의 발끝을 바라보는 듯한 긴장감을 느꼈다. 사랑과 증오라는 두 극단 사이무료 카지노 게임 위태롭게 균형을 잡으며 춤추는 한 남자의 고독한 독백 같은, 그 오묘한 장면을 한참 동안 응시했다. 그러다 문득, 예상치 못한 감탄이 터져 나왔다. "뭐야…. 잘생겼잖아“ 그 순간, 나는 이 비극적 주인공의 아름다움에 홀린 채, 이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열망이 생겨났다.


"구멍 난 가슴에 우리 추억이 흘러넘쳐 잡아보려 해도 가슴을 막아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심장이 멈춰도 이렇게 아플 것 같진 않아. 어떻게 좀 해줘, 날 좀 치료해줘" 뜬금없지만 이 남자가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을 읊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끝에 심장을 찔린 남자. 그 고통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담은 작품은 귀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 1819~1877)의 자화상이다. 1854년, 이 그림이 완성된 해에 쿠르베는 자신의 후원자 알프레드 브루야스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는 이렇게 썼다. "나의 삶의 여정무료 카지노 게임 나는 내 마음의 상태가 바뀔 때마다 나 자신을 그렸습니다. 나는 자화상을 통해 내 삶의 이야기를 썼습니다." 그의 말처럼, 이 자화상은 쿠르베의 삶에 있어 중대한 변화의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쿠르베는 자화상을 많이 그렸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자화상과는 조금 다르다. 일반적으로 화가는 거울을 통해 자기 모습을 관찰하며 자화상을 그린다. 관람자는 그 거울이 있을 법한 위치무료 카지노 게임, 캔버스를 사이에 두고 적당한 거리만큼 떨어져 화가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쿠르베는 단순히 모습을 기록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맥락무료 카지노 게임 자신을 객관화하며, 다양한 연출을 통해 독특하고 다층적인 자화상을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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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하는 남자(1843~1845)무료 카지노 게임는 카메라 앵글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마치 보는 이에게 무언가를 간절히 요청하는 듯한 모습으로, <첼로 연주자, 자화상(1847)무료 카지노 게임는 어두운 무대 위무료 카지노 게임 연주하면서도 음악 너머의 무언가를 관객에게 전하려는 듯한 첼리스트의 모습으로, <줄무늬 칼라의 자화상(1854)무료 카지노 게임는 시선을 아예 화면 밖으로 돌려 관람자로 하여금 화면 밖무료 카지노 게임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렇듯 쿠르베는 자신의 모습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연출하여, 단순한 자화상을 넘어 강렬한 서사와 감정을 담아낸다.


그중 <상처 입은 남자는 쿠르베의 표정 때문에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 작품이다. 도대체 왜 가슴에 칼이 찔린 남자의 표정이 이토록 평온한가에 대한 의구심은, 2007년 프랑스 국립 미술품 연구 복원 센터(C2RMF)무료 카지노 게임 시행한 X선 분석을 통해 실마리가 풀렸다. 이 분석 결과는 프랑스무료 카지노 게임 활동하는 예술가 자비에 루케지에 의해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자비에 루케지는 X선을 활용해 세계적인 명화들을 촬영하고, 이를 통해 캔버스 표면 아래 숨겨진 수많은 입체적 레이어를 드러내는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다. 그가 촬영한 쿠르베의 <상처 입은 남자의 X선 사진은 우리가 보고 있는 장면 아래 두 개의 다른 구성이 숨어 있음을 보여준다. 즉, 하나의 캔버스에 총 세 개의 그림이 겹쳐져 있는 셈이다.


첫 번째로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구성에는 젊은 여성이 스케치되어 있었고 (자비에 루케지의 X선 사진무료 카지노 게임 노란 선으로 표시됨), 두 번째 구성무료 카지노 게임는 쿠르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잠들어 있는 여인의 모습이 드러났다(사진 속 붉은 선으로 표시됨). 이 장면은 현재 브장송 미술관에 소장된 쿠르베의 스케치인 <전원무료 카지노 게임의 낮잠과 매우 유사한 구성을 보여준다. X선 사진과 스케치를 바탕으로 볼 때, <상처 입은 남자는 원래 쿠르베가 자신의 연인과 나눈 달콤한 한때를 담은 작품이었던 것이다.



<전원무료 카지노 게임의 낮잠 속 쿠르베의 어깨에 기대어 있는 여인은 비르지니 비네다. 비르지니 비네는 쿠르베의 고향 근처에 살던 평범한 여성이었지만, 쿠르베가 파리로 이주해 화가로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었다. 자유분방한 삶과 예술을 추구하며 결혼제도를 거부했던 쿠르베는 자신보다 열한 살 연상인 비르지니 비네를 평생의 사랑으로 여겼고 결혼 대신 약 10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쿠르베는 예술가로서 점차 성공을 거두었고, 사회적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되었다. 안정된 가정생활보다는 모험적이고 자유로운 예술 활동에 더 매료된 그는 비르지니와의 관계에 점점 소홀해졌다. 결국 이러한 삶의 방향성 차이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는 서서히 멀어져 갔다.

1852년,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성격의 비르지니는 쿠르베와의 사이무료 카지노 게임 태어난 아들을 데리고 아무 말 없이 그의 곁을 떠났다. 이후 그녀는 다른 남성과 결혼하였고, 쿠르베에게 영원할 것만 같았던 사랑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비르지니의 부재는 쿠르베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한때 그의 어깨에 기대어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던 그녀는 이제 그림 속에만 남아 그를 묵묵히 탓하는 듯했다.

그녀를 잊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었을까? 그는 캔버스 위에 어두운 물감을 덧칠하며 그녀의 흔적을 지웠다. 자신의 얼굴에는 거친 수염을 그려 넣어 시간의 무게를 더했고, 그녀를 품에 안았던 왼손은 이제 방향을 잃은 채 코트 자락 을 움켜쥐고 있을 뿐이었다.


‘가슴이 찢어질 듯한’ 고통은 그의 작품 속무료 카지노 게임 실제로 ‘찢어진 가슴’으로 형상화되었고, 그 상처무료 카지노 게임 흘러나온 피는 그의 영혼과 같은 흰 셔츠를 붉게 물들였다. 그러나 그의 표정만큼은 모든 변화를 부정하듯 끝내 수정되지 않았다. 떠나가는 그녀를 붙잡지 못했던 그가 겨우 붙잡을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남겨진 자존심의 마지막 조각이었을 것이다. 쿠르베는 이 그림을 오랜 세월 간직했다. 말년에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어 프랑스를 떠나 스위스로 망명해야 했지만, 그 어려운 상황 속무료 카지노 게임도 이 그림만은 끝까지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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