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산책을 끝내고 요즘 꼭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도깨비 씨앗을 찾아내는 거다. 다리, 귀, 목, 배… 아이들 몸을 꼼꼼히 확인한다. 그럼에도 몸 안쪽 깊숙이 숨어서 놓치게 되는 씨앗도 분명히 있다.
이 도깨비 씨앗은 길거리 곳곳에 널려 있다. 마른 꽃처럼 보이는 열매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도깨비 모양을 하고 있는 씨앗이 가득 들어 있다. 이 도깨비 씨앗은 민들레 홀씨처럼 누군가에게 붙어 먼 거리를 이동하며 계속 싹을 틔운다. 아이들 털뿐만 아니라, 내 패딩이나 장갑 곳곳에도 붙어 있다. 겨울 산책을 할 때면 도깨비 씨앗의 강력한 영향력을 어디서든 느낄 수 있다.
개를 키우기 전에는 몰랐다. 이렇게 세상 곳곳에 도깨비 씨앗이 한가득 있을 줄. 도깨비 모양의 뾰족한 모서리가 있기에 아이들 몸에 붙어 있으면 따가울 거 같아서, 산책이 끝나면 신경을 곤두세우고 수색한다. 특히 털이 검은색인 기쁨이는 맨눈으로 보이지 않기에 손의 감각에 의지해 숨겨진 한 톨을 찾아낸다.
그래서 산책할 때면 이 도깨비 씨앗을 검거하는 시간이 꽤 걸리고 있다. 씨가 하나라도 더 묻을까 노심초사하는 나와는 달리,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도깨비 씨앗 군락지를 향해 점프한다. 아이들이 도깨비 씨앗 군락지로 들어갈 때면, 나는 “앗 안 돼!”라고 다급히 외치지만 이미 늦었다. 아이들은 도깨비 씨를 몸에 가득 묻힌 채 해맑게 웃는다. 그럼 나는 아연실색하며 함께 웃는다.
몇 년 전에는 도깨비 씨앗을 떼는 것에 지친 엄마가 아이들 산책로에 있는 ‘도깨비 씨앗을 품은 꽃’을 잘라내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노력해서 소용없다는 걸 알게 되셨다. 식물의 강력하고 강인한 생명력을 이길 순 없었다. 종말이 와도 이 도깨비 씨앗은 없어지지 않을 거다. 언제나 세상에 단단히 당당히 뿌리내리고 있을 거 같다.
드라마 〈도깨비〉를 보면 김고은 배우가 연기한 지은탁이 도깨비 신부의 운명을 타고났는데, 겨울철 우리 아이들은 도깨비 씨앗 공주가, 나는 도깨비 씨앗을 떼어주는 집사가 될 운명이었던 거다.
때론 귀찮기도 하지만, 도깨비 씨앗 덕분에 아이들 몸을 정성껏 살피게 되는 시간이 나쁘진 않다. 아이들이 도깨비 씨를 가득 묻히고 오면 내게 쉽지 않은 미션이 주어졌다는 생각에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도깨비 씨앗은 점점 가을, 겨울 산책의 묘미가 돼가고 있다.
참, 내가 카지노 가입 쿠폰 씨앗이라고 부르는 꽃의 정식 명칭은 ‘카지노 가입 쿠폰바늘(Bidens bipinnata)’로, 국화과 한해살이 여름잡초라고 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고 하는데,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이 카지노 가입 쿠폰바늘을 보면 무척 반가울 거 같다.
손가락 한 마디 채 되지 않은 작디작은 카지노 가입 쿠폰 씨앗은 엄청난 비밀을 품고 있으니까. 과거의 먼 시간과 현재와 미래가, 지구와 우리가 어디서든 연결되어 있다는 크나큰 사실을 알려준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더라도 길을 걷다가 이런 풀꽃을 만난다면, 가만히 살펴보면 좋겠다. 그 안에 촘촘히 박힌 카지노 가입 쿠폰 씨앗을 보며 태곳적 비밀과 식물의 생명력을 느껴보기를.
+ 겨울 추억 한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