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여기 쌀, 혹시 고시히카리예요?”
혼자 밥 먹으러 간 식당에서 그 말을 꺼낸 순간,
직원이 아주 잠깐 멈칫했다.
눈이 한 번 흔들리고, 고개를 살짝 갸웃한다.
그 표정.
아, 또 내가 이상한 질문을 했구나 싶었다.
나름 진지했다.
밥알이 자꾸 입천장에 붙는 게 신경 쓰였다.
어쩐지 오늘 밥은 찰기가 많았다.
입에 넣는 순간, 밥알이 미끄러지지 않고 들러붙는 느낌이었다. 입천장에 닿자마자 착, 감겼다.
여행지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가는 곳은 마트다.
박물관보다 진열대, 풍경보다 간식 코너.
그 나라의 표정은 늘 포장지에 먼저 묻어 있다.
식당에서는 쌀 품종을 물어본다.
대단한 미식가는 아니지만, 입이 먼저 캐묻는 것들이 있다.
누군가는 눈으로 보고,
누군가는 가슴으로 느낀다지만,
나는 늘 카지노 게임 먼저 반응한다.
감정보다 맛, 기억보다 식감.
씹는 동안만 진심이 된다.
이건 감정이 사라지고 난 뒤,
입안에 남은 것들에 대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