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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량 Jan 18. 2025

옷을 통해 보는 군사화된 세상

지난 달 떠들썩한 난리를 불러 온 계엄령. 우린 그때 전쟁이라는 무서운 단어를 떠올리며 치솟는 불안을 달래야 했다. 대통령이 사익을 위해 계엄령을 이용하는 것은 수십년 전의 일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뉴스를 통해 폭로되는 사실은, 끔찍한 폭력의 상황이 지척에 있었다는 것이다. 자꾸만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게 됐다. 그리고 그 순간 냉혹한 현실을 알아차린다. 사실은 우리의 일상보다 군사적 상황이 사회의 근본적인 토대를 이루고 있었다는 것. 군대는 도대체 어디에 위치하는가? 군대는 어떤 역할과 지위를 갖는가? 사회는 군대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군대가 항상 먼저였다


우리가 입는 것무료 카지노 게임부터 그렇다. 잘 알려졌다시피 우리가 입고 있는 많은 옷들이 군대무료 카지노 게임부터 시작됐다.트렌치 코트가 본래 군복이었고 참호를 뜻하는 트렌치(trench)무료 카지노 게임 이름이 붙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이외에도 피 코트, 더플 코트, 프록 코트 등의 여러 코트 유형 역시 군복무료 카지노 게임 유래했고, 점프 슈트, 항공 점퍼라고도 불리는 바머 재킷, 파카, 카고 바지, 나팔 바지, 다양한 형태의 부츠들, 넥타이나 손목시계와 같은 액세서리, 심지어 티셔츠까지 온갖 복식이 군무료 카지노 게임부터 시작되었다.


(아래 책 시리즈무료 카지노 게임는 우리가 일상무료 카지노 게임 입는 옷들이 군무료 카지노 게임 유래했음을 여러 사례로 설명한다. 재미 있는 사례가 많으니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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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람, 전쟁 그리고 패션


군에서 유래한 건 옷의 형태나 소재뿐만이 아니었다. 사이즈 체계의 필요성도 군에서부터 제기되었다. 신체 사이즈를 측정하고 이를 의복 패턴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19세기 이전에는 확인되지 않지만, 귀족이나 영주가 왕실에 군대를 제공하던 17세기부터 군인을 위한 대량의 유니폼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사이즈 체계에 대한 요구도 나타났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18세기에는 식민지 확장을 위해군대가 파견되면서 유니폼의 효율적인 보급이 더욱 중요해졌고, 19세기 나폴레옹 전쟁, 크림 전쟁, 미국의 남북 전쟁을 거치면서 그 필요가 커졌다. 물론 일상복의 대량 생산이 확장되는 사회적 변화와도 얽혀있지만, 군복 지급을 위해 국가가 의복 공급업체를 관리하면서 사이즈 체계의 개발이 촉구되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남북 전쟁 당시 군복 체계에 사이즈를 구분하기 시작하면서 이것이 시장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군복의 형태와 소재, 체계가 일상복으로 확산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군에서는 퀄리티와 효율이 우선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전쟁 상황에서는 신속하게 이동해야 하거나 참호에서 지내면서 추위와 비바람을 견뎌야 할 때도 있었다. 군복은병사의 생존을 위해내구성, 활동성, 신축성은 물론이고 계절에 따라 보온성, 방한 및 방수, 방풍의 기능이나 통기성,흡습성 등을 갖췄다. 더불어 군복 생산에 드는 예산은 아낄수록 좋고, 수많은 병사에게 양질의 제품을 보급해야 하니 생산 효율도 중요했다. 양질의 생산품을 빠르게 보급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질 좋고 튼튼한 물품이 ‘가성비’ 있게 생산되곤 했다. 그리고 그 물품이 남으면 전후에 일상생활로 확산되었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관리 체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군대는 퀄리티, 체계, 규율이 사회무료 카지노 게임 가장 먼저 갖춰지는 곳이었다. 아마 무력이국가가 존속하기 위해 꼭 확보해야 하는 힘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군에 부여되는 카리스마, 선망적인 이미지다.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 메리 퀀트(Mary Quant)는 자서전 <메리 퀀트: 여자를 완성한 여자에서 20세기 초반, 많은 영국 여성들이 해군에 지원했다고 회고한다. 패션을 경박한 것으로 취급하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해군은 멋지고 세련된 제복을 입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고. 군인의 제복은 ‘근사한’ 측면이 있었다. 이 측면을 좀 더 살펴보자. 군대는 국가의 존속을 위해 필수적일 뿐만이 아니라, 선망의 대상으로 추켜세워지는 경향이 있었다. 왜일까?




군인의 ‘멋’은 어디무료 카지노 게임 오는가


군대는 초(超)남성성의 공간이다. 힘과 권력에 따라 질서가 형성되는 위계적인 남성성의 정점인 공간이다. 이곳무료 카지노 게임는 남성성을 정의하는 전통적인 관념을 중시하고 우선한다. '남성성'은 힘과 근육, 카리스마, 리더십, 냉철한 판단력 등 다양한 가치로 설명되었는데,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실현하는 사람이 곧 최적의 군인이 된다.


'남성성'이라는 이상적 관념을 효과적으로 실현한 상태는 시장무료 카지노 게임 여러 이미지로 활용된다. ‘멋’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남성의 마초적 이미지가 남성복을 홍보하는 데 자주 활용되는 것처럼. 군대 바깥무료 카지노 게임도 군사주의적 남성성의 기준은 통용된다. 군사주의적 관점무료 카지노 게임 이상적인 남성성은 이성애적인 남성성과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군인의 신체적 매력을 강조하던 <강철부대를 떠올려보자. 이성애를 중심으로 한 가부장 사회와 남성성을 중심으로 한 군대는 깊이 결탁되어 있다.


어린 남자아이들이 군인을 선망하고 전쟁놀이를 하는 것은 생물학적인 본능일까, 미디어를 비롯한 주변환경으로부터 학습된 사회적 산물일까? 전자의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 후자의 영향이 적지 않음은 단언할 수 있다. 규범적인 남성성에는 사회적 기대가 반영된다. 즉 군인의 멋은 군인이 '남성성'의 정점에 위치한 존재로 묘사되기 때문이고,이는 이분화된 젠더 체계에서 정의하는 이상적인 남성성 관념과 연관된다. 이성애 중심적,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이상적인 남성을 실현한 군인은 그 이미지뿐만 아니라 성격, 지성, 역량의 측면에서도 이상적 존재가 된다.




군사화된 세상


우리는 군인에 이상적 남성성을 부여하고, 이성과 합리, 냉철한 리더십을 우선하는 '남성성'을 선호해왔다. 이처럼 사회에 군인의 존재란 너무도 당연하면서도, 일상의 거리 바깥에 위치한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일상과 분리된 것처럼 구조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무수히 많은 일상 복식이 군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일상과 사회가 군대와 맺는 관계를 폭로한다.

“군사화된다는 것은 군사적 가치들(예컨대 위계질서와 복종, 무력 사용에 대한 신념)을 택하여 그 자체를 더 중요하게 여기며, 군사적인 해결 방식을 각별히 효율적이라 생각하고, 군사적 태도로 접근하는 것을 최선으로 여겨 세상을 위험한 곳으로 보는 것이다(Enloe, 2007/2015).”**


위계질서와 복종… 익숙한 이야기지 않은가? 우린 이미 학교무료 카지노 게임부터 상명하복을 체득했다. 특히 우리나라무료 카지노 게임는 경제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경제 안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부국과 강병을 연결한 이념이 강하게 지배했는데, 이때 생산의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한 군사주의적 문화가 일상으로 확산되었다***. 자본주의와 군사주의가 결합하면서 기업에도 흔히 ‘군대식 문화’가 자리잡았다. 한국 사회무료 카지노 게임는 “군대가 일상화되어 있는 동시에 비가시화되어” 있다.***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패션 산업에서 나타나는 제3세계의 노동 착취는 위계질서에 기반하여 병사를 양적 노동의 토대로 인식하는 군사주의적 사고와도 맞닿아 있다.** 현대 사회에서 군사화는 지구화, 자본주의 등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사회 구조는 군대 안에서 압축적으로 재현되고, 군대의 법칙은 사회 체제 속에 깊이 깔린다. 이렇게 우리는 군사주의적인 세상에서 살고 있었던 셈이다. 복식의 대부분이 군대에 근거할 정도로... 무서운 건, 이 사실은 유독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군사주의는 분명 사회의 뿌리에 있고 우리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과 자본주의의 영향력으로 인해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군사화를 의식하지 않고도 평화를 논할 수 있을까? 여러 위기를 맞이하는 글로벌 상황 속에서 군사화의 과정을 지적해낼 수 없다면, 위기가 촉발할 수 있는 갈등 상황을 '잘' 해결할 수 있을까?





평소에 체감하지 못했지만 본래 군은 일상보다 앞선 곳에 있었다.우리가 겪는 평화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은 수많은 뉴스를 통해 알 수 있지만, 그래서 더 쉽게 잊혀진다… 이번 계엄령은 군이라는 무력의 법칙이 우리의 일상을 보이지 않게, 하지만 매우 가깝고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군사주의는 분명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이는 전쟁과도 같은 폭력의 상황이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무서운 현실을 의미한다.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무료 카지노 게임는 이런 물음이 떠돈다. “인간에게서 폭력을 빼앗을 수 있을까?” 어쩌면 폭력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쉬운 선택지이고, 무력은 질서를 형성하는 가장 쉬운 기준이다. 짧고도 긴 인류의 역사무료 카지노 게임 얼마나 많은 폭력과 죽음이 있었는가. 하지만 그렇게 긍정해버리고 마는 것은 괜찮은가? 인간중심주의의 관점무료 카지노 게임 본다면, 우리는 인간이 우월한 고등 생명체임을 확신하기 위해 오랫동안 다른 동물과의 차이점을 논해 왔다. 그 핵심은 동물적 본능무료 카지노 게임 벗어나 자유 의지를 바탕으로 정교한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복잡한 사회적 상황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회의 기반에, 정점에 여전히 폭력이 궁극적인 도구로 자리한다는 현실은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계엄령 이후, 민주주의는 ‘달성’된 것이 아니라는 반성이 터져나왔다. 분명 수많은 피와 눈물로 이룩한 쾌거임에도 어떤 잘못된 흐름으로 단번에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었다. 지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참고문헌

*Ashdown, S. P. (2007). Sizing in clothing: Devleoping effective sizing systems for ready-to-wear clothing. Woodhead Publishing.

**Enloe, C. (2015). Globalization and militarism: Feminists make the link. Bada Publishing (Original work published 2007).

***김엘리, 백승덕, 심아정, 장박가람, 조서연, 추지현, 허윤. (2024). 군대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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