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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재 Feb 23. 2025

내가 너의 알리미가 되어줄게

우리는 이미 충분한 엄마야

중등의 봄날은 슬리퍼로부터


여기 커피향도, 경치도 참 좋다, 그치? 2월 끝자락인데 눈이 내리네. 햇살은 따스한데 바람은 차갑다. 나뭇가지는 연두빛이 감돌고 그 위에 눈이 쌓여. 중학교 입학을 앞둔 우리 카지노 게임들 같아. 초등학생인듯 중학생인 듯.


너, 얼굴이 까슬하다. 너도? 어제도 싸웠어? 솔아가 쓴 글 보고 학교 알리미 깔아서 같이 보자고 했다가 씨알도 안 먹혔다고....그래, 속상했겠다. 학교는 지가 가지, 엄마가 가나? 그래도 화 안 내고 잘 참았어. 진짜 애썼어. 그걸 보고 직접 살펴보려 했다는 점, 그리고 카지노 게임에게 권했다는 점, 그것만으로도 너 훌륭한 학부모님이시다. 진짜.


고가의 전자 기기, 픽시 자전거랑 화장품 문제는 요새 카지노 게임들과 많이 갈등 겪는 부분이더라. 그래그래, 집마다 다 다른데 원래 남의 큰 병보다 내 감기가 제일 아픈 법이잖아. 우리 모두 다 아슬아슬한 저울 위로 올라서는 법을 배우는 중인 거지. 입학 준비물? 나도 챙기고 있어. 둘째여서 좀 더 편한 건 출산 때랑 비슷하더라. 남매니까 성별은 다르지만 공통적인 부분이 있으니.


참, 어제 백화점에 다녀왔거든. 내가 한동안 정장에도 스니커즈를 주로 신었는데 굽 있는 구두가 필요한 일이 생겼어. 워낙 곰살맞게 엄마를 잘 따라다니는 둘째가 차에서 냉큼 따라내리길래 별 생각없이 같이 올라갔지. 첫째야 차 안에서 나무늘보처럼 미동도 않았고. 내 구두를 고르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둘째가 말하는 거야.


엄마, 내가 이렇게 엄마 신발 사는 데 따라오면 제 마음 알아주실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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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마음? 관심법이 필요하더라. 아하, 슬리퍼 이야기였어. 최근 내가 솔아(솔아 작가님)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걸 듣더니 초등학교 때처럼 실내화 신을까 생각했다가, 그러기 싫었대. 하지만 엄마가 걱정할 것 같으니 꾹 참자, 했다가 이거 아니다 싶었다는 거야. 중학생이 되었으니 슬리퍼를 신고 싶다는 거지. 58,000원이 평균인 백화점 슬리퍼 매장을 돌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 남편이 왔으면 한 소리 했을 텐데 나만 내려서 다행이다, 쿡쿡 웃기도 했고. 이제 본격적으로 이 카지노 게임의 취향과 바람을 따라 여러 가지 할 일이 생기겠구나 싶었어. 어른스럽다는 건 어쩌면 어른들의 입장에서 편안한 거짓말을 부탁하는 일인지도 몰라.


카지노 게임의 마음을 여는 손잡이가 투명해지는 시기


큰 애가 있으니 동생 잘 챙기고 가르쳐주지 않겠냐고? 너, 어느 별에 살다 왔어! 물론 그런 유니콘들도 있을 거야. 기본적인 정보는 알려주기도 하고. 하지만 정작 본인들도 뭘 알려줘야 할지 모르는 것 같기도 해. 음...내 생각에는 사춘기는 말이야, 카지노 게임들 마음에 달려있던 손잡이가 투명해지고 사라지는 시기야. 반대로 그 문은 점점 형체가 또렷해지고 점점 단단한 성벽처럼 거대해져. 똑똑, 열어달라고 노크라도 해보고 싶지만 두드려보려 하면 이내 액체처럼 흐물흐물거려서 소리도 전달되지 않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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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당연한 일이야. 카지노 게임들은 본격적으로 '나'를 찾아 헤매이기 시작하는 때니까. 문제는 '나'에 대한 정답지는 어디에도 없기에 각자 알아서 찾아야 한다는 거지. 나는 뭘 좋아하는 사람인가,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운가, 120살까지 인공지능과 살아가야 할 시대에 '나'라는 토대를 다져서 앞으로 n번의 변신을 직면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 시기잖아. 우리는 부모지만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으니,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없고. 그러니 본인들 세계에서 누구보다 힘든 건 카지노 게임들일 거야.


그런데 어디 부모 입장에서 그런가? 부모들은 입장이 다르지. 중학교 시절이 카지노 게임들의 감정은 앞서고 이성은 뒤로 물러앉는 시기, 전두엽 재배열이 극광(강 아니야, 광이야)으로 치닫는 시기, 그런데 대학입시 바탕은 마련해야겠고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 시기라는 걸. 그런데 애는 입을 닫고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말도 안 하고, 엄마가 먼저 물어보면 자기를 못 믿는 거냐며 "내가 알아서 한다고!" 가시 돋힌 답을 하기 일쑤지. 모범 답안을 가진 부모와 자기 세계를 찾는 카지노 게임들의 갈등이 극에 달하는 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몰라. 그런 카지노 게임들 둘이 형제라는 이유로 바람직한 학교 생활을 '부모 마음에 드는 방식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지 않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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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무엇도 아닌 "기다림과 소통"


첫째 중학교 시절 보내면서 아쉬운 거 없냐고?


없어. 왜냐하면 그 가정 자체가 무의미하니까. 내가 쿨하고 잘나서가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하면 온갖 잡생각이 따라오니까. 가수 이적의 어머니 박혜란 선생님이 그러셨어. 먼지를 가만히 뒀다가 뭉치면 살짝 손으로 집어서 버리면 된다고. 그래도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좀 더 카지노 게임의 속도에 맞게 기다려줄 걸 그랬다 싶어. 나랑 소통방식이 너무나 다른 카지노 게임인데, 그 색깔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말문을 열지 않고 있으니 나는 물 속에서 빨대 하나로 숨 쉬는 기분이더라. 물에서 나가고 싶어서 오르고 오르고 올라가봐도 수면은 안 보이고. 공부나 이런 부분은 부차적이라고 생각해. 왜냐하면 관계가 망가지면 다 소용없다는 걸 나는 최고 학군지에서 정말 많이 봤거든. 모두가 불행하다, 극으로 치닫는다, 이런 뜻 아닌 거 알지? 다만 사교육 현장에 오래 있다 보니 그랬다는 거야. 다행히 나에게는 아직 앞으로 카지노 게임의 성장을 응원할 시간이 많이 남았잖아.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그 문은 이제 좀처럼 열리지 않을 거야. 부모 눈에 보이지 않는 또다른 세계로의 이동 경로를 만들어두고 그 길로 소통하니까. 그러니까 그 문 앞에 텐트 치고 기다려봐야 소용없어. 그럴수록 만나기 어려울 테니. 그 통로를 다 알 수도 없어. 찾아냈다 싶으면 그 길은 버리고 다른 곳을 만들테니. 갈수록 어려운 수수께끼와 미로가 될 거야. 이제 '그 카지노 게임'는 없어. 솜털 보송하고 품에 안으면 말랑하고 따듯하던 카지노 게임, 언제나 환하게 열린 창문처럼 내 소리와 몸짓에 반응하던 그 카지노 게임는. 그러니 카지노 게임가 언제든 기꺼이 자기 세계를 보여줄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해. 성적과 진도와 숫자 대신에 사랑하는 마음으로. 언젠가 그 문이 단단한 자기만의 색깔과 강도로 성채가 되리라는 믿음으로.


고입 원서쓸 때 내 카지노 게임 성적표를 처음 보는 일을 겪지 않도록


고상하게 말은 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 자, 봐봐. 다음 중 중학생 가방에서 나오지 않을 것은?


1. 다 찢어진 수행평가 관련 자료

2. 곰팡이를 배양 중인 간식 봉투

3. 쉰 내가 나도록 빨지 않고 넣어둔 갈아입은 옷

4. 화장을 지운 각종 쓰레기 및 용품들

5. 기타


고르게 다 나오더라고. 카지노 게임들이 알아서 뭔가를 하기 전에 챙기고 가르쳐야 해. 중학교에 들어간다고 알아서 달라지는 게 아니라 좀 더 믿고 맡기며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것도 부모 일이야. 초등학교 때처럼 고분고분하지 않으니 더 힘들지. 그래도 하나씩 챙겨나가야 해. 카지노 게임 영역을 존중하면서 원칙 있는 생활을 하도록 지혜롭게 도와야 해. 솔아가 알려준 학교 알리미 있지? 기본적으로 중학교 학사 일정과 교과 상황, 고교 입시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알고 있어야 내 카지노 게임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도와줄 수 있어. 사춘기니까 카지노 게임에게 무조건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면 오히려 나중에 더 어려워지기도 해.


나도 믿지 않았어. 카지노 게임들이 성적표를 집에 가져오지 않고 수행평가나 여러 부분에 대해 공유하지 않다가 고입 원서를 쓸 때가 되어서야 처음 보는 집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현실이더라. 유치하게 들리겠지만 이제 더이상 같은 교실에서 종일 생활하며 담임 선생님께서 챙겨주시는 알림장도 없고, 수행 평가에 쓰일 자료집이나 유인물을 챙겨주시는 분도 안 계시니까. 과목별 선생님들께서 각각 알려주시는 정보를 적고 유념해서 공부하고 준비하는 일은 다 카지노 게임의 몫이 되잖아. 무엇보다 부모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왜 그런지를 알아야 해.


나도 내 카지노 게임와 침묵의 시기를 견뎌야 했어. 그래도 학교에 관련된 사항,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 어려운 점들은 나와 상의하고 이야기나눴어. 가끔 답답할 때는 담임 선생님 도움도 많이 받았지. 선생님들께 내 카지노 게임 상황을 정확히 말씀드리고 여쭤보면 정말 진심으로 상담해주셨어. 또 하나 신기한 점은 집에서 보는 카지노 게임와 밖에서 생활하는 카지노 게임가 너무나 다른 경우도 많다는 거야. 밖에서 하는 것의 절반만 집에 와서도 해주면 안 되겠니? 그소리가 저절로 나온다니까.


2학년 담임 선생님은 그러셨어. 학교에서 많은 규칙과 학업, 친구 사이에서 신경쓸 것이 너무나 많은 카지노 게임들이니 집에 가서는 풀어져서 지낼 수 있도록 여유의 공간을 꼭 마련해주라고. 부모님이 어려우시겠지만 그게 부모가 지녀야 할 품이 아니겠느냐고. 사춘기 카지노 게임들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곁에서 보는 분들이시기에 섬세하게 나보다도 여러 면을 챙겨주시기도 했고. 사람은 누구나 변해. 그리고 우리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건 카지노 게임들의 독립이잖아. 그러니 우리가 어려워도 알아보고 준비해야 해. 기다리고 다독이며 묻고 독려해야 하고.


너, 너무 잘 하려고 애쓰지 마라


나태주 시인이 말씀하셨지. 너무 잘 하려고 애쓰지 말라고. 내 카지노 게임를 위해 남보다 조금 더 "너무 잘"하려고 애쓰는 마음이 우리를 지치게 할지도 몰라. 카지노 게임를 위한 마음인데 카지노 게임에게 가 닿지 못하고 밀려나는 나의 정성과 마음을 계속 바라보면 원망이 싹트게 될 거야. 사랑으로 시작한 일인데 원망으로 열매 맺으면 그 안에 담긴 씨앗도 원망으로 자라지 않겠어?


지금처럼 답답하면 털어놓고 모르는 건 물어보고 서로에게 알리미가 되어주면 어떨까. 내 카지노 게임를 위한 독점적인 정보를 찾다가, 슬며시 누군가를 제외하고 밀어내며 상처주는 방식 말고, 함께 키우며 알아야 할 것들, 좋은 정보를 나누면서 지내면 어떨까. 카지노 게임의 대부분은 학교에서 보내게 되는데 학원과 세상의 잣대로 학교를 바라보는 대신 정확히 카지노 게임가 지낼 학교에 대해 알고 준비해보자.


내가 너의 알리미가 되어볼게. 너도 나에게 알리미가 되어줘. 진로가 다양해지고 카지노 게임들이 가는 길이 본격적으로 나뉘는 중학교 시기,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는 엄마들도 비춰볼 수 있는 알리미가 필요하잖아. 말과 행동이 달라지면 알려주고, 초조하고 불안해서 자꾸 다른 길로 접어들려 하면 신호를 보내주자. 비교하고 공격하는 말을 하면 조심스레 다독이며 멈추도록 도와주자. 불안할 때는 불안하구나, 인정하고 쉬어가도록 초조할 때는 초조하구나 직면하고 나아갈 수 있도록. 지금보다 한 걸음만, 오늘보다 한 걸음만 더 나아지며 살아보는 거야. 이미 우리는 잘 하고 있어. 그러니, "너무 잘" 하려고 애쓰지는 말자. 우리는 이미 충분히 좋은 엄마들이야.

https://youtu.be/h178EQb6ASk?si=7hjHyEYo4zu9ji_3


아빠가 아들에게 도 누가 불러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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