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흑역사로 털어보는 쫄보의 역사
나는야 6년차 직장인. 글 쓰는 마케터다. 여러 스타트업에서 내 몫을 해 왔고, 건실하게 포트폴리오를 쌓았고, 얼마 전엔 좋은 기회로 멋진 회사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런데 왜.
난 아직도 입사 제안을 받는 자리에서 “수습기간이 지나고 퇴사하는 경우가 많나요?” 따위를 물어보는 걸까. 혹시라도 내가 일을 못해서 잘리면 어떡하지, 첫 직장에 간당간당 합격한 신입처럼 이런 걸 걱정한다. 내 연차에 이따위 질문을 하는 건 나뿐일 거다. 아, 부끄럽다.
사실은 부끄러워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한 사연이 있다. 코딱지만 한 월급을 받던 사회 초년생 시절, 1년 반 동안의 이야기다.
26살에 들어간 첫 직장. 내가 소속된 신사업팀에선 도무지 유저가 늘어날 낌새가 없는 앱을 만들었다. 나에게 주어진 일은 앱에 들어가는 콘텐츠 카피라이팅. 가르쳐 주는 사람 없이 혼자 일했다. 재밌지만 하찮은 일이었다. 카피가 좋던 나쁘던 애당초 그걸 볼 유저가 없는걸.
다른팀사람들은막내인나에게“그팀은무슨일을하고있나요?” 종종물어보았다. 우리가열심히벌어온돈을투자하는신사업인데성과가언제쯤보일까궁금하다고. 가망없는앱에돈을쓸바에야고생하는우리들에게복지로돌려주는게합리적이지않겠냐고. '우리들'에속하지않던나는돈까먹는팀에서자잘한일을하던죄로고개를숙일뿐이었다. 결국서비스종료가확정되고팀원들의행방을정하게되자대놓고“한창좋은나이니까기회가많을거예요” 격려인척나가라며눈치를주더라. 이를갈며이직을준비했고마침내새회사를찾았다. 퇴사의사를밝히자그동안고생했다며다음날부터나오지않아도괜찮다고했다. 1년4개월을일했는데잡는시늉조차하는사람이없었다.
이번엔 정말 잘해야지, 없으면 안 될 사람이 되어야지, 마음 단단히 먹고 옮긴 두 번째 직장은 뷰티 관련 앱을 서비스하는 곳이었다. SNS 광고를 돌리는 것도, 앱 마케팅을 하는 것도 처음인 채 신입 마케터 생활을 시작했다. 광고 예산 설정하는 방법과 간단한 콘텐츠 가이드라인만 전달받고 바로 실무에 투입되었다.
착붙템, 웜톤쿨톤, 파우치 대공개. 하루에도 몇 개씩 새로운 광고를 만들었지만 아무래도 효율이 나오지 않았다. 별달리 피드백을 주지 않던 팀장의 데면데면한 태도에 서운했지만 처음엔 다들 이렇게 일하나 했다. 그렇게 1달째. 퇴근을 1시간 앞두고 대표가 부르더니만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했다. 수습기간이 끝나려면 몇 달이나 남았는데. 이유가 뭔지, 내가 뭘 잘못했는지 여러 번 물었지만 그저 죄송하다는 말뿐이었다. 자리로 돌아온 내게 팀장은 딱 한 마디 했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쓸모없이 월급만 축내는 사람, 가르치기도 아까워 당장 내보내야 하는 사람으로 1년 5개월을 살았다. 애매한 경력으로 다음 직장을 찾으려니 두 달 좀 넘게 걸렸나. 그동안 월세는 어떻게 냈고 밥은 어떻게 먹고 다녔나 나도 모르겠다.
글쓰는마케터로내살길을찾은건그다음직장부터였다. 콘텐츠를만드는일에집중하고부터내몫을할수있었다. 퍼포먼스를관리하고SNS 광고를집행하는건여전히못한다. 그치만브랜딩을고민하고가치를전하는글을쓰는건제법해낼수있다. 동료들에게칭찬을받고, 함께성과를내는멋진경험들도차곡차곡쌓이고있다. 내가하는일이좋다. 나름잘해내고있는것같다. 계속잘하고싶다. 하지만그서럽던1년5개월은여전히기억한구석에남아있다.
지금도 나는대표나팀장이면담을요청하면심장이철렁한다. 잔뜩쫄아들어“제가일을잘못하고있나요?” 묻게 된다. 다들걱정하지말라고, 잘하고있다고하지만그게 정말일까.내 실력을 과대평가한 게 아닐까,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데까딱 잘못해서 잘리면어떡하지.이런어이없는생각을계속한다. 이쯤되면병이다. 카지노 가입 쿠폰이라고해둘까. 내가나를후려치는무서운병.
자신을 의심하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계속해서 노력하면 뒤처지지 않는다. 그치만 내가 힘들다. 나는 카지노 가입 쿠폰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그만 하고 싶다.
내가 나를 긍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만히 흐르는 시간은 약이 되지 않았다. 늦었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 재활치료를 시작해야겠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믿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은 좀 써 보려고 한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더 잘하기 위해 무엇을 고민하고 배워나가는지. 뻔한 글, 카지노 가입 쿠폰없는 글이라는 생각은 내려놓고 일단은 쌓아 보자. 그렇게 쌓은 글이 내 마음을 녹일 수 있길, 내가 카지노 가입 쿠폰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길 바라면서. 쌓아 두었던 싸늘한 눈초리를 이제 마음에서 지워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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