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편바라기입니다.
나는 어떤 사람과 카지노 게임하고 싶은지 늘 고민해 왔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배우자의 조건들]
1. 꿈을 막지 않고 옆에서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카지노 게임
(필수)
2. 예민하지 않고 무던한 성격을 가진 사람 (필수)
3. 나보다 튼튼한 하체와 듬직한 덩치를 가진 카지노 게임 (선택)
4. 내가 불안정한 직업을 가졌기에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카지노 게임 (선택)
5. 운동을 하는 카지노 게임 (선택)
나는 나와 어울리는 동반자가 이런 사람일 거라고 생각해 왔고, 결국 그런 사람과 카지노 게임했다.
연애의 감정이 싹트는 건, 그 사람의 한 가지 조건이면 충분했다.
고백하자면, 나는 남편의 ‘목소리’에 끌렸다.
처음 달리기 약속을 잡았을 때, 그의 프로필을 보았다.
넓은 이마, 다소 큰 얼굴, 듬직한 덩치, 짧은 머리.
솔직히 말하면,
프로필에서 본 외모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냥 함께 달릴 운동 친구가 될 거라 생각하며 만났다.
“너 어디야? 난 약속장소에 와 있어.”
“나 바로 근처에 있어.”
그런데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예상치 못한 느낌이 들었다.
낮고 굵직한 톤. 프로필 사진과 전혀 연관되지 않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실물은, 사진보다 백배 나았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3km를 뛰며 대화를 나눴다.
같은 종교, 비슷한 가정환경, 그리고 운동이라는 공통점이 통한 우리는 그날 이후로 자연스럽게 연락을 이어갔다.
나는 이 친구가 점점 궁금해졌고, 한 번 더 만나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어진 만남에서
그의 고백으로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연락하는 방식, 연애의 온도.
우리는 서로가 비슷했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만나는 관계.
잔잔하고 편안한,
스펙터클 하지 않지만 조용히 깊어지는 연애.
마치 곰탕 같은 연애였다.
배우자로서 생각한 모든 조건에 딱 맞아떨어지는 남자.
이 사람이라면, 카지노 게임해도 괜찮겠다고 싶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카지노 게임 전에, 우리는 서로의 갈등 해결 방식을 검증하기 위해 동거를 선택했다.
변기 뚜껑을 닫느냐 안 닫느냐.
치약을 중간부터 짜느냐, 아래에서부터 짜느냐.
설거지는 그때그때 하느냐, 몰아서 하느냐.
같이 살다 보면 사소한 것들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동거.
우리도 그랬다.
“저기...같이 사는 여자가 있는데 말이야...
자꾸 화장실 불을 안 끄는 것 같아...
네가 뭐라고 좀 해주면 안 될까?...”
그가 처음으로 나의 행동을 지적했던 순간이다.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나는 곧장 사과했고, 이후로는 주의하려 노력했다.
물론, 가끔 깜빡할 때도 있다.
그도 마찬가지다.
변기 커버를 안 내릴 때가 있다.
나는 두세 번 말하고 기다린다.
반복될 때면, 툭 던지듯 다시 말해준다.
그렇다면 지금은 완벽하게 고쳤을까?
그렇지 않다.
나는 여전히 가끔 화장실 불을 안 끄고,
그는 여전히 가끔 변기 커버를 안 내린다.
하지만, 그걸 발견한 사람이 그냥 하면 된다.
만약 자주 반복된다면, 서로 다시 한번 ‘툭’ 이야기하면 된다.
이게 우리가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동거 중 일본 여행을 떠났다.
일본어도 모르고, 길도 낯설었다.
그가 여행 계획을 주도했고, 나는 의견을 보탰다.
첫째 날, 둘째 날 무탈히 지나갔다.
마지막 날, 료칸이 있는 지역으로 이동했다.
숙소는 역에서 걸어가야 했다.
택시를 탈지는 생각도 못하고
그냥 그를 따라갔다.
경사가 있는 길에
캐리어를 끌고 걸었다.
생각보다먼 길,
등에 땀이지도를 그린 느낌으로 축축하다.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
'덜컹'
캐리어가 소리를 내며 멈췄다.
한쪽 바퀴가 완전히 망가져버렸다.
그런데 그는 묵묵히 내 캐리어를 들어 올려주며 계속 길을 갔다.
힘들기도 하지만괜히 미안한 기색의그를 보며
나는 일부러 더 밝게 말했다.
“와, 오늘 운동 못 할 줄 알았는데 딱 좋다! 개운하네!”
“그러게, 운동이 됐네.”
그는 짐을 들어주었고,
나는 가벼운 농담으로 그의 미안함을 덜어주었다.
그렇게 힘든 길을 지나 도착한 숙소.
마지막 밤, 우리는 땀을 씻기고
편의점에서 산 안주와 시원한 맥주 한 캔으로 여행을 마무리했다.
가족과도 힘든 동거와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우리의 검증은 끝났다.
우린 서로가 감정을 내세워 갈등을 키우지 않았다.
솔직하되, 배려하는 마음으로 누구도 상처받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리고 우리는 카지노 게임을 했다.
연애는 한 가지 조건으로 시작될 수 있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은 함께하는 삶이기에,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갈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나는 연애 경험이 많지는 않았지만,
여러 관계 속에서 ‘나와 맞는 사람’을 고민해 왔다.
운이 좋게그와 연이닿은 것이지만
그간의 고민 덕분에
그가 내 평생의 동반자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연애를 많이 해보라는 말은 무작위로 카지노 게임을 만나보라는 의미가 아니었음을 알았다.
연애는나와 맞는 카지노 게임은 어떤 부류인지 알아가는 과정중에 하나일뿐이다.
배우자는
연인이 되기도,
친구가 되기도,
부모가 되기도,
형제가 되기도 한다.
그간의 경험으로
예민한 친구,
예민한 애인,
예민한 동료.
예민한 가족과의 관계에서
내가 편치 않았단걸 알았다.
그래서 나는 예민하지 않은 무던한 사람이 나와 맞는다는 걸 알았다.
결국, 연애뿐만 아니라 여러 관계 속에서도
편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누구인지 깊이 고민하는 것이
좋은 배우자를 알아볼 수 있는 길이 아닐까싶다.
나는 어쩌다한 남자를 만났고,
그가 나와 평생을 함께할 사람임을 알아보았다.
처음엔 맹한 듯 보였지만,
한 입 한 입 먹다 보면 깊은 맛이 배어나는 사람.
끓이면 끓일수록 깊어지는 진국 같은 사람.
나는 그런 사람과 함께하며,
나날이 그를 더 사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