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규, <정신병동에도 카지노 게임이 와요
이 드라마가 대단한 작품이란 건
1화만 보아도 알 수가 있다.
좋은 예술이란 얼마나 카지노 게임을 어루만지는가.
한없이 약해져 있는 요즘의 우리들에게
큰 선물이자 약이 될 수 있을거라는 느낌.
드라마에게 이렇게나 고마운 마음이 들 수도 있다니 신기한 체험이다.
카지노 게임는 병들어 있다. 그건 그저 일상을 보내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기만 해도 알 수가 있다.
모든 카지노 게임들이 자기만의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이나 집착, 분노와 미움, 한없이 낮아진 자존감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찌그러진 감정의 소용돌이를 어쩌지 못하고 그것에 휩쓸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다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어떤 계기를 맞아(대개는 엉뚱한 상황에 엉뚱한 대상에게) 고장난 인형처럼 스스로도 놀랄만한 돌출적 행동을 드러내고 만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그 어떤 삶의 숙제보다도 어려워진 지금의 시대에, 이런 드라마의 등장은 어찌보면 예견된 필연이었을 수도.
이 미쳐가는 시대에, 그럼에도 오늘도 예술은 이렇게나 카지노 게임을 어루만지고 치유한다. 얼마나 다행인가.
이 드라마를 만든 작가와 감독,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깊은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특히 이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 모두의 연기가 실로 어마무시한데(마치 연기 대결을 보는 느낌이랄까), 매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환자들을 비롯해서 주조연이 모두 살아 숨쉬는 연기를 보여준다. 역시 그 중에서도 상처에 무방비로 노출된, 연약하지만 따뜻한 영혼을 섬세하게 연기해 낸 박보영 배우의 열연에 특히 박수를 보낸다. ("그게 그렇게 쉬운줄 알아요?"라며 절규하던 그녀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당신들이 던진 작은 돌 하나가 파문이 되어 누군가의 마음에 이렇게 닿아,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마음의 힘을 북돋아주네요. 감사합니다.
카지노 게임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때론 슬프게도 때론 아프게도, 때론 병들게도 한다.
그렇지만 때론 스스로 변하기 위해 던진 돌이 파동이 되어 자기뿐만 아니라 건너편의 누군가에게 닿기도 한다.
작은 파동에도 베이고 상처나고 카지노 게임은 그렇게 나약하다.
극본: 이남규 외
연출: 이재규 외
출연: 박보영, 연우진, 이정은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