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연필 그림일기 2
H씨댁에서 대낮 와인파티가 벌어졌다. 와인을 좋아하는 H 씨는 와인 인심도 좋아서 아낌없이 내놓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새우찜과 치즈, 모둠 튀김을 상에 차려놓았다. 아이스 와인을 마시려던 내게 S 씨가 눈을 찡긋하며 레드 와인을 따라준다. 아이스 와인보다 더 좋다는 뜻이렸다. 맛있는 거 먼저 먹어라, 없어지기 전에. 하는 뜻이렸다. 고뤠? 오~~ 레드 와인은 훌륭했다.
마늘 내놔라, 고추장 달라하며 떡볶이를 만들었다. 떡볶이라는 소리에 모두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떡볶이 국물에 튀김을 찍어 배부르게 먹고 호사롭게 와인을 마셨다. 남편하고 맞네, 안 맞네하는H 씨 말에 S 씨가 "이혼해!" 하고 소리쳤다.까르르 킥킥킥. 칫, 그리 말하는 S 씨는 남편이 9살 아래다. 앞으로 9년은 더 돈을 벌어 올 거다. 에이, 좋겠다. 그러게. 끽소리 말아라, 아무 말이오고 가다가 또 웃었다.
그러나 우린 또 겸손하게 인정했다.S 씨의9살 아래 남편이 사실 고수라고. 나도 그렇다. 겉으론머슴이니 어쩌니 하는 내 남편이알고 보면 고수라고. S 씨는스스로 하수라고 하지만 고수이고(힘들 때 나오는 그녀의 마음 씀은 그 어려운 헌신의 유전자가 듬뿍 들어있다) 나는 저 잘난 줄만아는확실한하수다. H 씨 남편에 대해선 언급을 회피한다(나와 같은 성씨라고 절대 두둔하는 것이 아님). H 씨는 나와 달리여러 면에서고수인데 그녀의 남편도 고수이기 때문이다.둘 다 고수라 부딪친다.부부가 잘 지내려면 급이 달라야 한다. 사랑은 그다음이다. 사랑 같은 소리 하네, 이혼해! 하는 S 씨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특별히 하수인 나와 고수와 하수 사이를 오가는 S 씨, 고수인 H 씨, 조용한 고수인 나 홀로 M 씨는(feat. 엄빠)잔을 부딪치며 대낮 와인을 즐겼다. 참고로부부스토리에 낄 수 없는 M 씨는 미혼이다.
고수와 하수들의 와인식탁에 놓여있던 꽃다발이 예뻤다. H 씨 아들이 준 선물이라고 했다. 햇살이 꽃과 식탁에 가득 내려앉았다. 와인의 향인지 꽃의 향인지 향기가웃음을 타고은은히 맴돌았다.
무료 카지노 게임, 치즈, 떡볶이, 이혼해!, 웃음,멋진 부엌식탁에 놓인 꽃 한 무료 카지노 게임과부드럽게 쏟아지던햇살에 뭉쳐있던 마음이 풀어지고 하수인 나는 그만행복해졌다. 집에 와 꽃을 그리니 와인향과 꽃향이 다시 맴돌았다.하수인척 하는 우리 집 고수님이 예쁘다고 했다.근심으로 가득 차 있던 나는꽃무료 카지노 게임과 햇살과 대낮 와인에 홀랑 넘어가 웃었다.틀림없는하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