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차:3.15. 토요일, 대체로 맑음, 기온 3도 ~ 8도
Morille ~ Salamanca 20km,누적 거리 508.3km
살면서 평강의 기쁨을 누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나는 왠지 모를 평안함을 한껏 맛보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첫출발은 그렇지 못했다. 출발을 위해 조용히 짐을 꾸려서 1층 식당으로 내려와서 미리 준비해 두었던 보까디요를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먹으려는데 정전이 되는 것이었다. 순간 암흑으로 변한 식당에서 충전하려고 코드를 꽂아 두었던 핸드폰을 더듬더듬 찾아서 불을 비추어야 했다. 어제저녁 때도 한 차례 정전이 되는 바람에 충전을 다 못했었는데...
아무튼 간단히나마 식사를 하고 여덟 시가 채 안 되어서 알베르게를 나섰다. 나오자마자 하늘을 쳐다본다. 구름 반 푸른 하늘 반, 비가 내리지 않으니 안심이다. 스페인 공기는 언제나 맑아서 좋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아침에 일어나면 직선거리 8km 밖에 있는 운길산을 바라보며 그날의 미세먼지나 공기 청정도를 대략이나마 측정하는 버릇이 생겼다. 공기가 맑은 날은 산세가 뚜렷하고, 미세 먼지가 약간 있으면 능선이 희뿌옇게 보인다. 중국이나 몽골에서 황사라도 날아오는 날이면 산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 날이면 마음도 온종일 어딘가 막힌 듯 답답하기 일쑤였다. 스페인에 와서는 어디를 가나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니 얼마나 좋은가.
스페인에서 가장 부러운 것이 맑은 공기이다.
길의 조건이나 그날 날씨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보통은 걷기 시작한 지 한두 시간 조용히 걷는다. 하루 가운데 가장 조용한 때이자 마음으로도 평안을 느낄 때이다. 카미노를 걸으며 주로 묵상하고 기도하는 때가 바로 이 시간이다.오늘도 살라망카로 향하는 길은 폭신하기도 했고, 차돌이 덮여 발목을 접질리지나 않을까 조심스러운 데도 있기는 했지만, 걷기에는 편안한 길이었다.
소 한 마리가 카지노 가입 쿠폰 막고 서서 버티고 있다. 피할 기세가 없어 보인다. 어쩔 수 없이 내가 피한다. 그 바로 뒤에는 앳된 송아지 세 마리가 이상한 듯 나를 빼꼼 쳐다본다.
먼 카지노 가입 쿠폰 무사히 걸으려면 '온전히 카지노 가입 쿠폰 즐기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나는 길에서 묵상하고 기도하리라는 마음이 앞서서 카미노를 택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 온전히 즐긴다는 것과 걸으면서 묵상하고 기도하는 것의 간극은 적지 않다. 즐기다 보면 기도와 묵상에 소홀해지기 쉽고, 기도와 묵상에 치우치다 보면 길이 너무 무겁고 버겁게 느껴지게 된다. 그 둘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혀 나갈 건가는 나에게 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생각을 하며 언덕길을 오르다 보니 로리아노와 거리가 벌어지고, 차돌이 울퉁불퉁 박힌 내리막길을 조심스레 걸으니 더 거리가 멀어지고 말았다. 오른쪽 무릎에서도 통증이 느껴진다. 찌릿찌릿 전기가 통하듯 하는 통증이 오면 불안해진다. 이러다가 다리가 완전히 무너지고 마는 건 아닐까, 이제 반밖에 못 왔는데 과연 이런 상태로 산티아고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한참을 그렇게 가는데 저만치 로리아노가 서서 기다린다. 서두르는 나를 보고는 오늘은 왠지 슬퍼 보인다고 이야길 카지노 가입 쿠폰 게 아닌가. 극구 아니라고, 단지 무릎이 조금 아파서 일부러 천천히 걷는 거라고 말하고는 큰 소리로 "바 뚜또 베네" 하고 외치니 로리아노가 "괜찮아"를 연발한다.
갈수록 원경이 멋있어진다. 언덕길에 오르니 시야가 확 트이고 저 멀리 살라망카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콧노래가 나온다. 순례카지노 가입 쿠폰 300미터 정도 벗어난 Mirande de Azán 마을에 들어가 카페콘레체 한 잔으로 기분을 고양한다.
이제는 참나무 숲보다는 푸르른 밀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광활한 밀밭을 지나다가 카지노 가입 쿠폰와 공중부양 놀이를 했다. 나이 들만큼 든 사람들이 젊은이들을 따라 하기는 쉽지 않아도 기분은 얼마든지 낼 수 있는 게 아닌가. 역시 나보다 9년이나 젊은 카지노 가입 쿠폰 사진이 더 그럴듯해 보였다.
살라망카로 접어드는 길 구불구불 이어진 길이 오히려 멋스러움을 자아낸다. 마지막 오르막길을 오르니 십자가가 서 있다. 살라망카가 조용히 내려다 보이는 곳, 십자가가 크지는 않지만, 믿음으로 다가서게 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조약돌을 모아 십자가 밑에 돌탑을 쌓듯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아내와 아들 딸, 며느리와 사위, 손주 들 숫자대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번 카미노를 걸으며 기도하는 이들 숫자대로...
주여! 부족한 이 종의 간절한 마음을 아시고 응답해 주소서... 잠시 기도를 올리고 벗어두었던 배낭을 둘러멘다. 왠지 배낭이 가볍게 느껴진다. 이제 남은 거리는 6km.
살라망카 대성당이 올려다 보이는 옛 다리를 건너자 대성당 바로 옆에 유서 깊은 살라망카 대학이 있다. 스페인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최초의 대학으로 유명하고, 그래선지 살라망카는 대학도시로 더 유명해졌다.
오후 1시쯤 도착해서 대성당 인근에 있는 알베르게를 찾아가니 오후 세 시나 되어야 문을 연다고 한다. 두 시간이나 남았다. 성당이나 관람하자고 카지노 가입 쿠폰와 대성당 쪽으로 가는데 코스타리카 친구들 3명이 나타난다. 며칠 만에 만나니 반갑다. 서로 끌어안고 인사를 나누고 물어보니 그들은 포르투갈로 넘어가 거기서 산티아고로 갈 예정이란다. 서로 부엔 카미노를 외치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대성당을 잠시 관람(원래 10유로인데 순례자는 9유로)한 뒤, 중앙 플라자를 둘러보았다. 햇빛이 사라져 추운데도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서 커피나 맥주를 마시며 주말을 즐기고 있었다.
한 바르에 들어가 로리아노는 카페콘레체를, 나는 추로스 세 개와 뜨거운 초콜릿 한 잔을 주문해 속을 녹였다. 진하디 진카지노 가입 쿠폰 뜨거운 초콜릿 맛이 기억에 남을 만하지만 역시 커피가 그리운 건 어쩔 수 없었다.대성당 바로 옆에 있는 그 유명한 '조가비의 집'을 보고 알베르게로 돌아와 체크인을 했다. 도네이티보로 운영되는 곳이다.
오늘로 누적 거리 500km를 돌파했다.오른쪽 무릎 통증이야 구조적인 문제일 뿐, 왼쪽 종아리 근육통이 조금 남아 있으나 발에는 아무런 문제 없이 아주 깨끗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