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차:3.17. 월요일, 흐림(햇빛 없음)
Calzada de Valdunciel ~ El Cuvo de la Tierra del Vino20km, 누적 거리 544.3km
'은의 길' 4주 차에 들어선 오늘은잔뜩 흐려서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듯하였다. 목적지까지 20km 구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있는 건 끝없이 펼쳐지는 벌판, 그 벌판을 뚫고 지나는 A-66 4차선 고속도로(스페인은 도로명에 A가 붙으면 무료 고속도로, AP이면 유료 고속도로)와 N-630 2차선 도로를 연하는 비포장 카지노 가입 쿠폰, 순례자들은 어쩔 수 없이 쌩쌩 달리는 차 소리를 들으며 걸어야 했다.
20km 구간에 마을이 없다는 건 마땅히 앉아서 쉴 곳도 없다는 것을 뜻한다. 갈증을 풀려면 배낭에 챙긴 물이나 마셔야 하고 마을이 없으니 바르도 없다. 커피 한 잔으로 힘을 더하겠다는 생각은 언감생심이다. 정 힘들면 길바닥에 주저앉아 빵 조각이나 사과 또는 바나나 정도로 요기를 해야 한다. 카지노 가입 쿠폰 3주가 지나니 이런 정도로는 긴장하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적응하게 되었다. 우리 인간의 자연 적응력이 생각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라면 할 듯했다.
그러나 그런 기세는 금세 꺾이고 말았다. 흙길로 된 카지노 가입 쿠폰로 들어서자 신발에 쩍쩍 들러붙는 흙덩이들이 괴롭힌다. 물 웅덩이를 돌면 푹푹 빠지는 진흙 구덩이가 기다린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우왕좌왕한다.
안 되겠다 싶어서 포장도로로 들어섰다. 그런데 웬걸 2차선이던 도로는 고속도로 연결되는 도로였다. 시속 100km 이상의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들이 클랙슨을 울리며 지나간다. 이크!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도로 좌우편에는 최소한 1.6m 높이로 철망이 설치되어 있었다. 어디론가는 빠져나가야 하는데 그럴 틈이 없다. 혹시나 해서 틈을 살펴봤지만 그럴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2km가량 고속도로 갓길을 따라 걸었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더는 안 되겠다 싶어 로리아노에게 울타리를 넘어서라도 빠져나가자고 하니 그도 바로 동의한다. 둘이 함께 풀숲을 헤치고 울타리로 접근했다. 울타리는 보기보다 높았다. 먼저 로리아노가 넘어가도록 도와준 뒤 내 차례, 로리아노에게 배낭을 넘겨주고 철조망 틈을 밟고 올라서는데 자꾸 비틀거린다. 철항을 붙잡고서야 중심이 잡힌다. 겨우 울타리를 넘어 카지노 가입 쿠폰로 들어서니 안심의 숨이 터져 나온다.
그렇게 진흙탕 구간과 고속도로를벗어나 비로소 비교적 배수가 잘 되는 카지노 가입 쿠폰로 접어들었다. 불안은 사라지고 다시 평안을 되찾은 기분이 든다. 우리 인생길도 마찬가지 아닐까. 잠시 잘못된 길로 접어들 수는 있다. 자기가 가는 길이 안전한 길인가, 망하는 길로 가는 건 아닌가, 과연 바른 길인가, 그렇지 아니한가 늘 점검해야 한다. 잘못된 길이거나 옳지 아니한 길을 택했다면 바로 돌아설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다면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하고, 뛰어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실제 뛰어넘는 실행력이 뒤따라야 한다. 실천하지 않는 자신감과 의지는 '뻥'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이후부터는 순탄한 길이었다. 콧노래도 나오고, 로리아노와 "괜찮아 괜찮아", "뚜또 베네"를 연호하기도 카지노 가입 쿠폰. 어느새 목적지에 이르고, 공립 알베르게가 없어서 로리아노가 예약해 둔 사설 알베르게로 향카지노 가입 쿠폰.
07:40에 출발해서 카지노 가입 쿠폰에 도착한 시간은 12:12, 카지노 가입 쿠폰 출입문 바닥에는 오후 2시에 연다는 메모가 놓여 있었다.인근에 있는 바르를 찾아 커피 한 잔 하며 추위로 떨리는 몸을 녹였다. 아침에 3도이던 기온이 5도에 머물러 있으니 추위를 느낄 수밖에... 나는 겉에다 우의까지 걸치고서도 그랬다.
지금 쉬고 있는 알베르게는 사설로써 기본 숙박비 18유로에 저녁식사와 내일 아침식사까지 모두 35유로를 지불카지노 가입 쿠폰.로리아노는 역시 천사였다. 배정받은 방에 들어와 보니 1인용 침대 2개, 2인용 침대 1개로 모두 4인용 실이었다. 1인용 한 개는 먼저 입실한 루이스가 이미 차지했고, 나머지 1개를 나에게 양보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니라며 로리아노에게 네가 써라 해도 극구 나에게 양보하는 것이었다.같은 돈을 내고서도 누구는 1인용 침대를 쓰고, 다른 누구는 오르내리기도 불편한 데다가삐걱거리는 소리에 잠을 설칠지도 모르는 2층 침대를 써야 한다니 얼마나 불공평한 일인가. 로리아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렇게 하기로 카지노 가입 쿠폰. 그가 고맙고, 역시 천사나 다름없는 친구라는 걸 확인하는 계기였다.
오늘은 특이한 두 사람과 인사를 나누었다.처음에는 내가 먼저 다른 이들에게 접근해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며 수인사를 나누기도 했으나, 점차 상대가 나에게 무관심한 듯하면 나도 그냥 지나치곤 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을 알베르게 앞에서 만나 기다리게 되니 그냥 지나치기가 어색했다.한 사람은 미국인 웨인 Wayne, 66세로서 살라망카의 알베르게에서 함께 묵었었다. 알고 보니 그는 카지노 가입 쿠폰 달인이라 할 만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미국에서도 총 거리 3,500km에 이르는 아팔라치안 트레일을 완주했다는 그는 산티아고 순례길도 마지막으로 은의 길을 걷는다며그동안 주파한 코스 이름과 산티아고 대성당 모습을 다리에 문신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독일산 카트(무게 12kg)를 끌고 다니는 중이었다.
또 다른 순례자, 그는 이탈리아인이다. 이름은 프란치스코 Francisco로 67세라고 했다. 그도 어제 같은 알베르게에서 묵었는데, 그리 좋은 인상은 아니어서 지나치다 오늘 알베르게 앞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그에 대한 인상이 별로였던 이유는 이렇다. 어제 묵은 공립 알베르게는 침대가 8개밖에 없는 곳이었는데 이미 들어온 사람이 7명, 침대가 단 1개만 남은 상태였다. 다른 사람들은 다 외출하고 나 혼자서 쉬고 있는 가운데 누군가 문을 두드리길래 내다보니 그 사람이 비에 쫄딱 젖은 상태에서 기다리는 것이었다. 얼른 문을 열어주면서 잠깐 앉아 기다리면 관리인이 올 거라며 안내를 해주었다. 그런데도 이렇다 저렇다 말도 없길래 좀 다른 사람이로구나 하는 인상을 갖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딘가 부산스럽고 산만해 보이기도 했다. 말도 많은 데다가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자기중심적인 면이 많이 보였다. 이를테면 의자에 앉아 있어도 다른 사람이 지나가기에 불편하지 않도록 당겨서 앉는 게 보통인데 그렇지 않고, 원형 테이블 주변에 단 한 개 있는 충전용 콘센트를 장시간 독차지한다든가 하는 행동이 눈에 거슬렸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도 몇 차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는데, 걸음걸이도 재고 뭔가에 쫓기는 것처럼서두르는 사람이었다. 로리아노에게 내가 말하기를 "저 사람은 어딘가 이탈리아인 같지 않다. 이탈리아인은 비교적 여유롭고 낭만적인 것으로 아는데 저 사람은 좀 다른 것 같다." 했더니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는 것이었다. 하기는 사람이 어디 다 같겠는가. 아무리 같은 민족이요, 한 나라 사람이라도 개성이 있게 마련인데, 그런 사람으로 전체를 이렇다 저렇다 규정지을 게 아닐 것이다. 결국 오늘은 그 프란치스코와 한 방에서 같이 자게 되었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앞서서 가는 독일 순례자 한스 피터 Hans Peter(76세)가 가방을 오른쪽으로 치우치게 메고 걷는다. 넓적다리가 내 허리만 한 까미노 베테랑이다. 멜빵끈 조절을 잘 못해서 저렇게 한쪽으로 치우친 모습으로 가방을 메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배낭이 한쪽으로 치우쳤어요."라고 얘기를 하고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 베테랑인 사람이 저렇게 메고 다닐 때는 분명 사정이 있으리라.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무슨 문제가 있는지 난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물어보기도 그렇다. 나름대로 어깨나 허리에 부담 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터득해서 저렇게 메고 가는지 모를 일이다. 그걸 내 입장에서 배낭끈을 조절해 보세요 하고 권했다가 그 만의 사정을 이야기한다면 서로 민망할 일 아니겠는가. 내가 다리를 절며 걷는 걸 본 이탈리아 청년 지오반니가 내 속도 모르고 내가 걷는 모습을 흉내 내던 것이 떠 오른다. 모든 것은 다 이유가 있을 것이며, 그 이유나 사정을 다 알기 전에는 뭐라고 섣불리 판단하거나 행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쉴 때였다.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사과 하나를 꺼내 손으로 갈랐다. 사과를 어떻게 손으로 사과를 쪼개느냐며 놀라는 표정을 짓는로리아노에게 한쪽을 주었다. 그러면서한국에는 "한 가치 담배도 나누어 피우고 기쁜 일 고된 일 다 함께 겪는" 하는 노래가 있다며, 소리를 내서 노래를 부르고(이 노래는 박목월 시인이 작사한 '전우'라는 군가임)"한국 사람들은 이 노래처럼 담배 한 가치도 옆에 있는 친구들과 나누어 피우듯이 사과 한 개를 너에게 나누어 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이탈리아인들은 1인 1 피자를 원칙으로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1 피자를 여러 사람이 나워 먹는 '정' 문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랬더니 로리아노가금세 하는 말, "나도 빵 나눠 먹을게." 하면서 카지노 가입 쿠폰가 간식으로 먹던 초콜릿 빵을 반을 잘라서 내게 주는 것이었다.그 뒤부터 로리아노와 나는 사과를 먹어도, 빵을 먹어도, 그 무엇을 먹어도 나누어 먹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처럼 피자 한 판, 파스타 1인분 시켜서 반반씩 나누어 먹기도 카지노 가입 쿠폰. 1인 1 피자 나라 사람은 상상하기 힘든 건데, 한 번에 두 가지 음식을 먹으니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