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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습관쟁이 Apr 22. 2025

지혜는 카지노 게임 남는 먼지였다

내 삶은 왜 여전히 얕은가

책상 위엔 읽다 만 책들이 층층이 쌓여있다.

형광펜으로 칠해진 문장들, 귀둥이가 접힌 페이지들,

얇은 포스트잇으로 마치 다 이해한 것처럼 표시된 흔적들.

나는 여전히 아침마다 뉴스레터를 받고,

퇴근길엔 인문학과 철학 팟캐스트를 듣는다.

튜버의 신간 추천 영상도 꼬박꼬박 챙겨 본다.

책을 읽는 일, 정보를 습득하는 일에선 나름 꾸준히 성실했던 사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문득 이런 질문이 들었다.

'나는 지금, 뭘 알고 있을까?'

머릿속은 복잡했지만, 정작 카지노 게임 잡히는 건 없었다.

많은 걸 배운 것 같은데, 막상 써먹을 줄은 몰랐다. 이 느낌은 뭔가... 얕고, 허전했다.


구글 킵 메모장엔 그럴싸한 문장들이 줄줄이 적혀 있다.

'지식은 경험을 통해 카지노 게임로 승화된다'

'세상은 연결되어 있다. 결국 모든 건 통섭이다'

아는 말은 늘었지만, 행동은 없었다. 손은 멈춰 있고, 발은 나서지 않았다.

어느 날 친구가 물었다.

"요즘 뭘 그리 읽어?"

"어... 심리학 쪽 책 좀 읽고 있어"

"오~ 그래서? 뭘 하고 있어?"

"그냥, 읽고 있지 뭐..."

그 순간, 내 대답이 스스로도 민망했다.

머릿속에선 말들이 굴러다니는데, 삶에 카지노 게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친구가 말했다.

"동네에서 북클럽 하나 만들어보려고.

같이 할래? 그냥 책 읽고 이야기 나누는 거야."

나는 망설였다.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도 모르는데...'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할 자신이 없는데...'

'좀 더 정리된 다음에, 나중에...'

그렇게 또 미뤘고,

그 친구는 결국 북클럽을 성공시켰다.

나는 책은 많이 읽었지만, 막상 손을 뻗을 땐 움찔했다.

그날 이후, 책을 읽을 때마다 질문이 생겼다.

'나는 이걸 정말 이해한 걸까?'

'이걸 써먹을 수 있을까?'


우연한 기회로 주말 농장 체험에 참여하게 됐다.

흙 만지고, 물 주는 단순한 일이겠지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허리는 아프고 손바닥엔 물집이 잡혔다.

장갑을 벗으려는 내게 옆에 계시던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처음엔 다 그래요. 카지노 게임 흙 묻히다 보면 알게 되는 게 있어요"

그 말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았다.

책에서 읽었던 멋진 명언들보다 훨씬 생생하게.

오늘 하루, 책 한 장 읽지 않았지만

무언가를 깊게 배운 기분이었다.


그날 이후, 책을 읽는 방식이 달라졌다.

무조건 요약하거나 밑줄 긋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던진다.

'이건 언제 한 번 해볼 수 있을까?'

'이 상황에 내가 처하면, 뭐부터 해볼까?'

실천은 작고 사소하다.

하루 한 문장 필사, 직장 후배와 짧은 대화. 잠들기 전 10분 명상.

대단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 작은 움직임들이

어제의 나와는 달라짐을 느꼈다.


나는 여전히 책을 읽는다.

하지만 가끔은 일부러 책을 덮고 밖으로 나간다.

걷고, 부딪히고, 땀을 흘린다.

그 후, 카지노 게임 남는 작은 먼지.

그게 바로 카지노 게임였다.

어떤 문장도, 어떤 강의도

그걸 완벽히 대신할 순 없었다.


카지노 게임 결국,

무언가를 만진 후에 카지노 게임 손의 먼지 같은 거였다.

나는 이제 그 먼지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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