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곤 (2024.11)
죽음학(Thanatology)은 인류학, 철학, 의학, 사회학, 심리학, 법학 등 여러 분야에서 접근하는, 사람의 죽음과 죽음 후의 세계와 관련된 학문 분야이다. 죽음학에서 근사체험과 사후카지노 게임은 중요한 요소이다. 근사체험(Near Death Experience : NDE)은 임종에 가까웠을 때 혹은 생물학적으로 사망한 상태에서 사후 세계를 경험하는 현상을 말하고 사후 카지노 게임(After Death Communication: ADC)은 사람이 죽은 후에도 생존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현상을 말한다.
인도 남서단 케랄라주의 한 조련사가 세상을 떠난 후, 그 집을 찾아온 코끼리가 있다. 이 조련사는 코끼리를 돌보며 사랑하던 분이었다. 그 조련사가 세상을 떠난 후, 코끼리는 조련사의 장례식장을 찾아왔다. (https://youtu.be/pBVgsyNcBN4?si=0UoQD-CDIoGVAPSq )
인도 외무부 소속 산림 감시원 파르빈 카스완(Parveen Kaswan)이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는 조련사 쿠낙드 다모다란 나이르(Kunnakkad Damodaran Nair)의 시신이 놓인 집을 향해 걸어가는 코끼리 브라마다탄(Brahmadathan)의 모습이 담겼다. 코끼리는 베란다 앞에 멈춰 조련사를 향해 코를 두 번 들어 올린 것처럼 보인다. 마치 잘가라는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처럼.
이 코끼리는 조련사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약 12시간에 걸쳐 20km를 걸어왔다. 또한 녀석의 눈에서는 끊임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고 해 보는 이의 안타까움을 더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처럼 동물들도 특히, 코끼리는 우리가 생각카지노 게임 것보다 더 많은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도 애도하고 위로카지노 게임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사례라고 말한다. 하지만 울컥카지노 게임 감동의 순간을 지나 제일 먼저 떠 오른 생각은 ‘코끼리는 조련사가 죽은 걸 어떻게 알았을까?’
지난 4월에 동료 교수님과 함께 천리포 수목원을 찾았다. 천리포 수목원은 2000년 국제 수목원학회에서 ‘세계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지정했다. 세계에서는 12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였다. 천리포 수목원 설립자 임산(林山) 민병갈 이사장(Carl Ferris Miller 1921~2002.4.8)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출신으로 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 해군 정보장교가 되었다. 1945년 해방된 한국에 들어와 미군정청에서 근무한 후, 민간인이 되어 한국은행에서 근무하였다. 지극하게 나무를 사랑하신 분이다. 1962년(49세) 천리포에 휴가를 왔다가 현지 주민의 요청으로 너 마지기의 땅을 구입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민 원장은 스스로를 청개구리라고 불렀다. 미국으로 돌아오라는 부모의 말을 어겼고, 한국으로 귀화했다. 평생 독신으로 지냈다. 부모가 저어했던 일들을 했기 때문이다. 민병갈 선생은 부모님 생각을 할 때면 어머님이 만들어 주시던 블루베리 잼이 생각나 고향 어머니 집에서 블루베리를 옮겨와 우리나라 최초로 식재하였다. 민 원장은 저수지에 새들이 앉을 자리를 만들어줄 정도로 자상했지만 블루베리만은 욕심을 냈다. 새들도 열매를 따먹지 못하게 폐어망을 씌워 놓았다. 블루베리로 잼도 만들어 먹고, 술도 담가 먹었단다. 아마도 어머님이 만들어 주시던 블루베리 잼을 떠올리며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으리라 ….
민병갈 선생의 어머니가 1996년 101세로 세상을 떠나자 천리포 숙소 마당에 어머니가 좋아 하시던 불칸 목련을 심어 매일 아침 ‘굿모닝 맘’이라고 문안 인사를 했다. 매일 하루 일과도 불칸 목련 앞에서 마쳤다. 민병갈 원장이 평소 이 나무를 너무도 사랑하였고 깊은 교감을 가졌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인지 2002년 봄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수목원의 그 많은 꽃 가운데 블루베리와 불칸 목련은 꽃을 피우지 않았고 열매도 거의 맺지 않았다고 한다. (고규홍 선생 왈)
이는 열매의 임자가 없는 것을 알고 블루베리도, 불칸 목련도 그의 죽음을 슬퍼해서가 아닐까? 뭉클한 감동의 순간을 지나 제일 먼저 떠 오른 생각은 ‘블루베리와 불칸 목련이 민병갈 원장이 죽은 걸 어떻게 알았을까?’
10년 전 12월, 장인 어른께서 병환 중이긴 하셨으나 위급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아내와 상의한 후 미얀마 출장을 갔다. 평소 비교적 잠을 깊게 자는 편이어서 다음 날 미얀마 공무원과의 아침 회의에 늦지 않으려면 핸드폰 알람을 해 놓아야 했다. 하지만 그날은 알람 때문에 깬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나를 흔들어 깨우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저절로 눈이 ‘번쩍’ 떠졌다. 푸르스름한 새벽, 비몽 사몽 간에 후다닥 핸드폰을 열자 마자 1초도 안 되어 메시지가 떴다. ‘장인 어른께서 돌아가셨다’는 집사람의 메시지가 막 도착한 것이다. 돌아가신 장인 어른께서 나를 흔들어 깨운 것이다.
해외 근무가 잦았던 아버님은 내가 중1 때 어느 날, 전쟁 중인 월남으로 출국하셨다. 전날 밤 형과 나를 불러 말씀하셨다. “전쟁이 나면 동생들을 데리고 부산 외갓집으로 가라. 그곳에서 매일 12시에 영도다리에 나와 있거라. 거기서 만나자.” 그리고 “신곤아, 아빠 엄마가 없을 땐 형을 ‘부모 보듯이’ 하여야 한다. 형이 몸이 아프니 네가 동생들을 잘 돌보거라. 이모 말 잘 듣고.”
그때 이후 서울엔 엄마 역할을 대신해 주신 이모님과 우리 사 남매만 오롯이 남아 서로를 아끼면서 컷다. 형은 동생들을 잘 챙겼고 나는 형을 ‘부모 보듯이’ 하라는 아버님 말씀을 기억했다. 이렇게 우리끼리 어린 시절을 보낸 사 남매의 형제애는 남 달랐다. 그런 형이 작년 갑자기 돌아가셨다. 나와 아내는 해외 먼 곳에 있었고 이승에서 형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돌아가신 형을 만난 것은 49재 때다. 49재가 끝나 나머지 가족들과 형 친구들은 모두 저만치 떠나고 나와 아내, 남동생이 마지막으로 가족묘지를 둘러보고 떠나려는 순간, 아내가 “나비가 왔네 …” 카지노 게임 소리가 들렸다. 어디선가 호랑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무덤 돌 뚜껑 위에 새겨 넣은 형 사진 위에서 천천히 펄럭이던 나래를 막 접고 있었다. 마치 나비로 환생한 형이 “신곤아, 내가 이 나비야…” 카지노 게임 음성이 들리는 듯하여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한참을 형 사진 위에 살포시 내려 앉아 있던 호랑나비는 훌쩍 날아 올라 팔랑 팔랑 춤을 췄다. 멀리 날아갈 듯 하던 호랑나비는 아내가 꽂아 둔 꽃으로 날아가 또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다 너풀너풀 떠났다. 이승에서 하직 인사를 못해 무거웠던 내 마음을 알기라도 카지노 게임 듯 형이 호랑나비가 되어 내게 이렇게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신곤아, 나는 잘 있다. 이제 봤으니 됬다….”
동서양을 통해서 공통적으로 많이 사용된 사후카지노 게임 매개체가 바로 나비, 또는 무지개, 이런 것들이다. 바다 한가운데 나비가 도저히 날아올 수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나비가 나타난다든가 또는 무지개가 생길 수 없는 장소에서 갑자기 무지개가 뜬다든가 하는 것들이 죽음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후 카지노 게임(ADE)의 사례이다.
그리스 신화 속의 프시케(psyche)는 그리스어로 ‘영혼’ 또는 ‘나비’를 뜻한다. 프시케를 표현한 미술 작품에서 나비의 이미지를 종종 만날 수 있는 것은 바로 프시케 라는 이름이 ‘영혼’과 ‘나비’ 라는 두가지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평생 호스피스 운동을 펼치면서 죽어가는 자를 돌보고, 죽음학을 정립했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1926~2004)는 “죽음은 그저 ‘한 집에서 더 아름다운 집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고치(몸)가 회복 불능 상태가 되면 나비(영혼)가 태어난다.”고 하였다.
자신을 돌보며 사랑하던 조련사의 장례식을 찾아온 코끼리는 조련사의 죽음을 어떻게 알았을까? 천리포 수목원의 그 블루베리와 불칸 목련은 하필 민병갈 원장이 죽은 그 해만 열매를 맺지 않았을까? 10년 전 그날 미얀마에서 나를 흔들어 깨운 건 누구였을까? 형의 49재때 나타난 호랑나비는 ‘죽음 후의 세계’로부터 온 ‘사후 카지노 게임’이 아니었을까?
우리 육체는 죽으면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고 우리 영혼은 다른 차원으로 건너간다고 생각한다. 죽음은 ‘소멸’이 아니고 ‘옮겨감’이라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의 이야기에서는 경이로움 마저 느껴진다. 죽음이 모든 것이 소멸하여 끝나는 ‘벽’이 아니라 영혼이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라면 죽음에 대한 공포를 떨쳐내고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카지노 게임 통신(After Death Communication: ADC)을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