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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바다 Apr 20. 2025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진짜'일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일까?

책 <가짜노동/데니스 뇌르마르크, 아네르스 포그 옌센 리뷰

가짜노동(Pseudowork)이란 일의 본질을 벗어난 일을 말한다.

노동의 궁극적 결과와 상관없이 조직으로 부터 명령받아 수행하는 업무들,

절차와 과정을 증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수많은 문서 작업들,

일은 하지 않더라도 급여 받는 댓가로 채우기 위해 하는 활동들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가짜노동'이라는 말보다는 '유사노동'이라는 말이 더 정확한 번역이겠다.

왜냐면 여기서 말하는 가짜노동이 반드시 고의적으로 노동을 회피하거나 태만을 일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의 댓가로 인정을 받고 이에 합당한 급여를 받는 일이지만 무가치한 일을 말한다.


이러한 가짜노동이 양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노동자 개인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일까?

사유하는 주체적인 존재로서 자신의 일의 가치를 탐구하기 보다는주어진 일만 열심히 수행하면 그만인 노동 구조적 문제의 결과로 가짜노동이 양산되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노동자 개인만을 탓할 일은 아니다.


이에 노동 구조와 자본가/경영진과 노동자간의 계약관계의 역사적 변천을살펴보아야한다.


1930년대 노동혁명 이후 관리직의 일들은 상당수 가짜노동의 전형이 되었다.

특히나 1980년대 정보혁신이 이루어진 이후 발달한 IT서비스업은 그런 함정에빠지기 쉬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필요에 의해 시작되어 많은 돈과 자원이 투입되었지만 결국에는 사용자로부터 외면 당하는 수많은 정보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들이 그것이다.


특히, 직접적인 생산에 투입되는 일이 아닌 간접적 지원 업무는 더더욱이나 개인의 노동의 결과를 계량화하기 힘든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짜노동이양산될 가능성이 더욱 높다.


이제, 우리지식노동자들은 노동을 공급하는게 아니라 노동의 '시간'을 공급하는 사람들이 되어 버렸다.

따라서 계약에 따라 할당된 노동 목표 시간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동 결과물을 생산해 내고 남은 여유시간에는 텅빈노동(Empty Labor)이라 불리우는

①빈둥거리기 ②시간 늘리기 ③일 늘리기 ④일 꾸미기에 시간을 투입하게 되었다.


예를들면 실행될 계획도 없는 공허한 프로젝트 짜내기,

결론을 낼 필요가 없는 회의 참여하기,

읽히지도 않을 두꺼운 보고서 만들기,

그리고 무언가는 했다는 증거용으로 채워야 하는 서류들...


단 몇시간이면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는 결과물일지라도

시간을 아껴 가치있는 결과를 낼 필요성을 못 느낀다.

우리는계약된 시간만 채우면되는 시간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관리자들도 본인이 맡고 있는 조직이 성과내는 부서로서 살아남기 위해

본질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고 남은 여유시간이 확보될 때마다

계속 부서원들을 분주하게 만들 새로운 방법을 내어 놓게 된다.


주주 또는 경영진은 효율적으로 일을 수행한 결과로 발생한 잉여시간을

노동자에게 여가시간으로 되돌려주지 않고,

좀더 높은 노동 생산성을 만들어 내기 위한 기회로 인식한다.

이는 노동자들에게 더더욱 가짜노동을 양산해 내는 악순환의 트리거로 작동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개개인의 책임으로 탓할 것은 아니다.


무슨 형태의 결과를 만들어내든 간에

노동의 결과가 아닌 노동의 시간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이 체계에서는

각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슬픈 현실이다.


일의 가치와 존재의 가치를 함께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사회/문화 변혁은 차치하고서라도,

적어도 주어진 틀안에서 각 개인의 일에 대한 존엄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온라인 카지노 게임책 <가짜노동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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