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4월 초가 되면 거리 풍경이 달라진다.
앳된 얼굴에 정장을 차려입고, 한 손에는 서류가방을 든 청년들이 무리 지어 걷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이들은 일본에서 '신사회인(新社会人, 신샤카이진)'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사회인이면 사회인이지, 왜 굳이 앞에 ‘신(新)’을 붙일까?’
처음에는 나도 이 표현이 낯설게 느껴졌다.
신사회인이란 말 그대로 ‘새로운 사회인’을 뜻한다. 일반적으로는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으로 회사에 들어간 신입사원을 지칭한다. 대부분 4월 1일에 일제히 입사하면서 ‘학생’에서 ‘사회인’으로 전환되는 순간을 상징한다.
이 시기는 단순한 채용 일정 그 이상이다. 일본 사회에서 신사회인은 하나의 ‘문화적 의례’에 가깝다.
예를 들면 이런 장면들이다:
아사히 맥주가 ‘신카지노 쿠폰 캠페인’을 시작했다.
면도기 브랜드에서는 ‘첫 출근을 위한 패키지’를 출시했다.
백화점과 정장 브랜드는 ‘신사회인 응원 프로모션’을 펼쳤다.
뉴스에서는 “오늘 전국적으로 신사회인이 첫 출근을 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기업들은 일제히 신입 연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이처럼 ‘신사회인’이라는 타이틀이 매우 상징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직장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학생’이 아닌 ‘사회인’으로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한국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이 차이를 보면, 일본 사회의 ‘집단 진입’ 문화가 엿보인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같은 시기, 같은 날 첫 출근을 하며 일생에 단 한 번의 ‘사회인 데뷔’를 함께 치르는 셈이다.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소속감과 연대감이 형성된다.
나는 ‘신사회인’이라는 단어가 지극히 일본 사회의 문화적 특징을 아주 잘 나타내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학생과 사회인을 명확히 구분하고, 그 사이의 경계를 의례적으로 강조하는 일본만의 방식.
‘사회인’이라는 말이 단지 직장인이라는 뜻이 아니라, 하나의 자격이자 공식적인 정체성으로 여겨지는 셈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사회인’이라는 표현을 특별히 쓰지는 않는다. ‘신입사원’, ‘취준생’, ‘입사’ 같은 현실적인 단어들이 더 익숙하다. 일본처럼 상징적인 ‘사회인 데뷔’ 문화는 없지만, 더 실무 중심의 흐름을 가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처럼, ‘신사회인’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일본 사회의 분위기와 문화,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언어는 언제나 그 사회의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