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가깝지 않은 시간에서 건너와
가까스로 한 곳에 모여들었네
그곳엔 여럿의 네가 있지
시선을 올리고 바라보는 평면 안에
입체의 마음들이 빼곡히 들어앉아있네
미끄러지듯 흐느끼기도
얼떨떨하게 비밀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퉁퉁 부은 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깊고 반짝거리는 미소를 보이기도 했지
어느 장면에서 너는 그저 풍경으로 흩어져있었지
읽기 어려운 문제
나도 모르게 질끈 눈을 감아버렸네
오래 걸려 도착한 편지는
하루도 늦지 않고 약속한 시간에 도착했지
몇 백 년 전 보낸 편지의 수신인은
나, 혹은 너, 혹은 아무개
기필코 네 마음을 읽어낼 거야
너의 편지에 답장을 쓰고 말 거야
첫 줄은 보드랍게 만져지는 인사로 시작해야지
안녕? 길을 잃지는 않았어? 숨어 버리고 싶은 페이지에는 어떤 색깔이 칠해져 있어? 붓이 오래 머물렀던 곳 혹은 물기를 오래도록 머금었던 곳은 어디야?
멈춰서는 곳마다 이어지는 질문들로
머뭇거리게 되는 발걸음
제각각 다른 얼굴의 너는 매 순간 대답하지.
시간을 돌려줄게
단번에 읽지 말아 줘
어느 날 멈춰 서서 오래 사로잡힐 수 있는 마음을 줄게
다른 길의 시간으로 시선을 옮길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