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카지노 쿠폰 목록
베르톨트 브레히트
아침에 처음으로 창밖 내다보기
다시 찾아낸 오래된 책
감격에 겨운 얼굴들
눈, 계절의 바뀜
신문
개
변증법
샤워, 헤엄치기
옛 음악
편안한 신발
이해하기
새로운 음악
글쓰기, 어린 식물 심기
여행하기
노래하기
친절하기
진은영 작가의 산문집을 읽다가 목록의 단순한 양식이 주는 기쁨에 대해 쓴 부분에서 독일의 극작가, 시인, 연출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카지노 쿠폰'이라는 시를 읽게 되었다. 그가 남긴 대부분의 시들과는 다소 다른 느낌을 주는 이 시는 목록을 작성하듯 카지노 쿠폰을 주는 것들을 주욱 나열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소소한 일상의 카지노 쿠폰, 언제 읽어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만큼 보편적인 느낌을 갖고있다. 목록을 입으로 소리 내어 읽기만 해도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가고 만족감으로 마음이 꽉 차오른다.
이 시를 만난 이후 주욱 이 글이 쓰고 싶었다.
지금 이 시간, 40대 중반의 나이를 지나는 나에게 카지노 쿠폰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
비 내리는 아침
글 쓰는 밤
저녁 달리기
혼자 있는 방
논길
미술관
비가 내린 숲
아이들과의 외출
큰 아이의 피아노연주
둘째 아이의 시
막내 아이의 그림
남편의 달그락달그락 살림하는 소리
내 어깨에 올라있는 손
친구 손 잡아 내 주머니에 넣기
아이들과 눈놀이하기
시집 읽기
꽃 속에서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 사진 찍기
기형도, 최승자, 김영승, 문태준, 박완서, 김연수
맘에 드는 문장 옮겨 적기
기도하기
기억, 옛사람
찬양 부르기
엄마랑 수다 떨기
도서관 가기
네 잎 클로버 찾기
봉숭아 물들이기
계단 오르기
식물 돌보기
그 계절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첫날
같은 노래 반복해서 듣기
안녕이라는 단어
편지 쓰기
그리고 오후 다섯 시
쓰고 보니 많아서 감사하다.
해마다 적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