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나헤라(Najera)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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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길위에서만난또다른메디, 그녀는햇살처럼밝은미소를지닌호주아가씨다. 기다란팔다리를살랑살랑흔들며내걸음속도에맞춰이런저런얘기를나눈친구다. 구름위를걷듯가벼운발걸음, 배낭이가벼운건가살폈더니, 아주큰배낭이다. 20대초반으로보이는메디는사람말에귀기울이는연습을많이한듯하다. 남과어우러지는에너지를가졌다. 상대가술술얘기할수있게배려하는방식으로대화의장을열었다.
인생그릇이커보였다. 오죽하면세미와내가힘들었던까미노얘기를그녀에게쏟아냈을까! 그녀는자신도겪은일이라며우리를위로해줬다. 어린친구에게얻는위로라더감동적이었다. 나이를떠나우린서로에게조언을해줄수있는사람들이다. 천사의속성을가진사람들에게는사람의마음을치유하는힘이있다.
메디는얼마간함께걸어도되겠냐고물었다.
“당연히 되죠! 메디는 천사니까!”
“와우,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메디는내허물없는농담에개구쟁이표정으로좋아라했다. 앞뒤로순례자들이보이지않았다. 혼자걸을때보다, 세미가있어서좋았고, 한사람이더해지니, 더든든했다. 혼자걷는길은좋으면서도고독하기에!
중간에 세미와 나는 오늘 아침을 부실이 먹어서인지,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메디도 함께 먹겠다며 카페가 있는 언덕으로 오르려는데, 어? 어제 만났던 출입구 2층 침대, 까칠한 그녀가 길에 서성거리고 있었다. 진작 앞서간 그녀였는데, 작은 마을에서 쉴 곳을 고민하던 중이라고 했다. 같이 카페에 가자고 했더니, 따라나섰다. 메디는 친절한 웃음으로 그녀와 인사를 나눴지만 세미는 별로 반가워하지 않은 눈치였다.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대하는 세미가 무슨 일이지? 무릎이 아파서 힘든 걸까?
카페밖테이블에앉아있던순례자들이메디를보자심하게반겼다. 메디는짧은인사동안, 진심을전하는인사를했다. 사람들은모두행복한웃음으로그녀를안아주었다. 사랑이많은천사라도만난듯! 천사가사람으로돌아다니면저런모습일까? 그녀의사랑이듬뿍담긴느린말투가한동안우리를지배했다. 상대가이야기할때, 눈을보고고개를끄덕이고, 눈웃음은기본, 애처로운내용에는고개를절레절레흔들며슬픈표정으로이미대답전에위로를건네고, 상대의대화가끝나면싱긋웃어주며사랑가득한목소리로말하는메디였다. 온전히상대에게귀기울이는법을아는그녀를누구나예뻐할수밖에없었다.
고양이와 커피
카페에는간단한오믈렛과빵정도만있어서다들차만마시고가자고했다. 어차피점심때도안되었으니조금쉬다가가자는것! 배낭을바깥에내려두고무슨차를주문할까고민중이었다. 당연히커피를시킬줄알았는데, 주스니, 코코아니, 다양한것들만시켰다. 세미의주문이남았는데, 카페앞길가에서들어올생각을하지않는다. 가보니, 쪼그려앉아고양이를만지고있었다. 고양이를안아올리더니사진을찍어달란다. 고양이도 어미 품처럼 안겨있다. 새하얀 새끼 고양이, 정말 예쁘다. 메디도그새뛰쳐나와"오마이갓"을외치며고양이를 쓰다듬었다. 나는일단사진부터찍어주었다. 그리고물었다.
“무엇을주문하시겠습니까?"
정신이 팔려 계속 고양이만쓰다듬는다.
"먹고가야지, 여기서살 거야?”
"커피시켜줘!"
메디는카페로돌아와함께주문했지만,세미는여전히 고양이만 안고 있었다. 커피가나왔을때오라고불렀더니, 자기커피를그리로가져다달란다. 고양이곁에서먹겠다는것! 안하던짓을하네? 혹시 까칠한 그녀 때문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걸까? 날이 흐려서 무릎이 더 아픈가? 어쨌거나뭔가위안이필요한가싶어 세미에게 커피를전달했다. 뒤늦게 커피값을내민다. 이미 주문할때지불했다고해도, 그냥후불로라도주겠단다. 세미가어째오늘은퉁명스럽다. 뭔가불만이 있는데? 어쩌라고? 나도 걷느라 힘들거든! 무언의텔레파시로'확그냥, 막그냥'을했다.
다시길을걸었다. 까칠한그녀도함께걸었다. 이조합? 함께사진도찍고, 즐거워하는데, 뭔가어색하다. 까칠한그녀가빨리걷고싶다고했다. 당연히우리도빨리걷고싶지만현실은달팽이! 메디에게도먼저가라고했지만, 우리와저금 더 걷겠단다. 이친구도사람좋아하는군! 그마음이전해져사람들도메디를좋아하는게로 군!오죽하면까칠한그녀도메디에게'정말예쁜사람'이라고표현했을까! 메디는그야말로순례자들의천사였다.
행운
얼마간 걷던 메디가 역시 먼저 갔다. 나헤라에 도착하면 같이 식사를 하자고 약속했다. 세미와 한참 걷다가 작은 공터에 앉아 쉬기로 했다. 한쪽에 투어 팀들이 막 떠나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이 머물던 자리에 먹을 것이 많이 남아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난 뒤였다.
“맛있겠다.”
“배고파!”
뷔페처럼 차려진 음식이 신기루처럼 보였다. 바람은 왜 갑자기 부는지, 처량한 포스로 진입하라고? 뒷정리 중이던 담당자가 갑자기를 우리를 부른다. 배낭을 내려놓고 낄낄 대며 쉬는 모습을 본 것이다. 그녀는 우리에게 음식들을 권카지노 쿠폰.
“덜어먹은 거예요. 좀 드세요. 다음 투어 장소로 가야 하는데, 새로 준비할 거예요. 원하시면 싸가도 돼요.”
“와우! 우리에게이런행운이! 감사합니다.”
어차피남은음식이라버리기도하겠지만, 다시보관할것들도보였다. 가벼운샐러드와샌드위치종류들과과일들, 우리에게는훌륭한음식이었다. 뷔페처럼차려진음식이었기에꺼리길것도없었다. 담당자가자기는급히떠나야한다며우리에게음식을덜어먹고, 싸가기도하라며일회용식기를주었다. 자꾸더많이싸가서다른순례자들과나눠먹으라는데, 배낭때문에오지랖까진어려웠다. 그나마차려진음식들몇가지만챙겼다. 세미와난먹으면서춤추듯신나했다. 때놓친점심을먹어서? 물론그것도이유지만, 행운이주어져서감탄한것이다.
담당자는기분좋은웃음으로우리에게행운을빌며벤에음식을싣고떠났다. 이건판타지다. 꿈처럼저너머를갔다온판타지주인공, 이건과연꿈이었을까? 할때바라본손에는'음식이딱!' 고로이것은현실! 정말찰나의연이었다. 투어팀이먹을때지나가도우리에게권하지못했을것이고, 뒷정리를하고떠났어도못만났을것이다. 저자리를지날때, 음식들이놓여있었다고누가상상했겠는가! 세미와난음식과행운을잡았다는생각에신나게다시걸었다. 음식과행운앞에어찌즐겁지아니할까? 가만보면, 세미도이럴때생기가살아난다. 나랑같은'과'가맞다!
배회
나헤라에들어섰다. 강위에 놓인다리를건너다가세미를잃어버렸다. 배터리가간당간당한차휴대폰이또말썽이었다. 사진찍고이것저것눌러보다가그녀를놓쳤다. 세미는오늘컨디션이좋지않았다. 먹을때만잠깐신났었지! 여느때와달리내가오는지살필겨를없이앞으로쭉가고만있었다. 나역시생각없이계속다리를건너다가끝까지도착,골목까지 직진했다. 가다보니, 세미가사라진걸알았다. 어? 어디에서묵을지정하지못했는데! 공립알베르게인무니시팔로가자고 했지만 그곳에자리가없을경우로다음숙소를얘기하다가말았다.
<알아두면 좋아요
나헤라(Najera)는 나헤리야 강을 중심으로 구 시가지와 신 시가지로 나뉜다. 과거 기독교 왕국과 이슬람 왕국 사이에 있었다. 로마 시대에 세워진 이 도시를 아랍인들은 ‘바위 사이의 도시’라는 의미로 '나사라'로 불렀다. 나헤라는 왕국의 수도이자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지나는 도시로 발전했다. 산따 마리아 라 레알 수도원 같은 훌륭한 건축물이 많고, 서른 명 가량의 왕의 무덤이 있다. 아로의 포도주 박물관과 에스까라이 산에서 즐길 수 있는 스키와 스노보드, 장대 춤으로 유명한 안기아노 축제, 사도 요한과 베드로를 기리는 축제, 순교자 요한과 산따 마리아 라 레알의 축제도 있다. 송어, 게, 과일, 포도주가 유명한 곳이다.
- 한국 산티아고 카지노 쿠폰자 협회 자료 참고 -
탕자
다리아래로내려가려는데, 누군가심하게아는척을한다. 손까지휘저으며인사하는데, 꽤적극적이다. 다가오는데, 모르겠다. 누구시더라? 어디서본것도같은데? 음, 어디지? 그때 떠오는생각, 앗! 성경아저씨다. 비아나응달골목에서하염없이수다를떨던아저씨! 자기만커피마실테니못다한얘기좀들어보라던아저씨! 결국성경구절을마구투척한아저씨! 반가울리없는아저씨! 숙소를찾아야하는이정신없는상황에나타난아저씨! 아저씨는용케도나를알아봤다. 손까지흔들며오는걸보면마치‘아이고, 정사장~! 반갑구먼, 반가워!’ 인사를하는듯했다. 나는적당한웃음으로그와인사를나눴다. 이번에도무슨얘기를하려는고입술을들썩이고있는지! 머리에서빠르게메시지가스쳐갔다.
‘튀여!’
그의입에서뜻하지않은말이나왔다.
“나 봤다. 네 친구! 너, 지금 친구 찾지?”
“엥? 내 친구를 기억해?”
“기억하지. 아까저리로 가더라, 너찾고다녔어.”
아, 다리에서 아래 계단으로 빠져야 하는 걸 내가 한눈팔고 쭉 가서 그랬구나! 나는 그저 세미가 증발했다고 생각했는데!
"저기 있네!"
그가 가리킨 곳을 보니, 세미가 아니었다.
“아닌데?”
“엥?”
그가한가롭게땅콩까먹다가놀란사람처럼엥? 돌아보더니, 어깨를으쓱했다. 아냐, 아까네친구맞아. 뭔코미디야? 어디서스탠딩코미디를하고있어? 아저씨, 내가가는길목에대기하듯나타난게수상해! 나한테추적장치달고기회를노린거야? 뭔가사기스멜이나는것같아서다시경계모드! 세미를본것도아니면서괜히어리바리하게주변을둘러보는나를발견하고접근한것같은데?
“정말 내 친구를 봤어?”
“어, 봤어!”
말과 달리 자기도 뭔가 헛것을 봤나? 하는 확신 없는 표정으로 얼버무렸다. 이 아저씨, 아무래도 다단계야. 치밀하진 못하네? 일단 튀고 볼일이다.
"어쨌든고마워요. 찾아볼게요!"
아저씨에게 얼버무리며 현장을 벗어나려던 찰나!
“어디 있었어?”
반가운 목소리! 돌아보니, 세미다. 골목 끝에서 정말 세미가 나타났다. 아저씨가 가리킨 쪽이 맞았다.
“와, 정말이네? 하하하”
“흠, 정말이지! 하하하!”
헛것을 본 게 아니라서 기뻤는지, 아저씨도 함박웃음이다. 이제는 팝콘 각 이다. 아저씨 눈에 흥미가 철철 넘친다.
“여태 너 찾고 다녔어. 아래로 내려갈 줄 몰랐지!”
“따라오는 줄 알았어. 갑자기 없어져서 계속 찾고 다녔어.”
아저씨는싱글거리며웃고만있었다. 전도(?)라는본업을망각한채친구의우정이담긴드라마를시청중이시다. 이아저씨, 너무적극적인게흠이지만고마운사람이었다. 내가긴장한표정으로계단을내려갈때일부러다가와말을걸어줬다. 설마, 길 찾아주고수수료챙기려 건아니었지? 인도에서겪은‘선친절,후 대가’신공 때문에 신경 쓰이네? 근데아저씨, 순례자는 맞아? 어째 땀흘려 걸은힘든기색이없네?현지인처럼동네에서 갑자기 나타나는게지난번과 비슷해!설마버스타고다니며순례자들을따라다니는 건 아니지? 아저씨, 어쨌든고마워!
나는 그에게무례하게대하진않았지만오해하고피하려던마음때문에 미안했다. 호의를내멋대로해석한결과다. 살면서이렇듯놓친진실들이얼마나또많을까! 애써알려주는길을외면하며꾸역꾸역내길이라고집했던일들! 한참을돌아오고나서야도움을주려던사람의호의를거절한내가얼마나어리석었는지, 깨달았던일들! 나는미안한마음에그에게주스라도대접하고싶었다.
마침주변에카페도있었다. 그런데생각은그렇긴 한데입이안떨어졌다. 그의모닝에진저리치던날이스멀거리며올라왔다. 지금은더체력이바닥난상태! 수다를받아낼엄두가안났다. 그래서애써찾아낸말이"다음에또만나면차한잔해요!"였다. 중요한건‘다음에’라는거다. 다음언제냐고집요하게묻기없기! ‘다음’은다음인데, ‘우연히’라는게핵심! 혹시라도약속같은거잡기없기! 나는열정을담은그의성경구절을지금들을자신이없었다. 그냥 돌아오지않은‘탕자’로여겨주시오! 언젠간때가 돌아가지않겠소? 언제? 언젠가! 역시'다음에'처럼기약할수없는그'언젠가' 말이오!
무니시팔
공립 알베르게, 무니시팔! 처음에는 욕 같아서 민망했지만, 나중에는 쩍쩍 달라붙는 말이 되었다. 나헤라는 며칠 묵어갔으면 좋을 곳이다. 앞에 작은 강이 흐르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온갖 편의 시설도 가까이 있고, 순례자들은 물론 마을 사람들도 활발히 오가는 곳이었다. 성당도 중심부에 있어서 미사를 드리고 오는 길에 사람들로 북적였다. 여행자들은 홀로 책 읽고, 차 마시며 시간을 보내기 참 좋은 곳이었다.
알베르게접수처에있는휴게터에는큰나무테이블이있었다. 햇살이비치는그곳에웰컴주스와수박이있었다. 공립알베르게에서이런준비를하다니, 전무후무한일이다. 무니시팔에이미사람들이많았다. 방하나에90명이들어갈규모다. 2층침대들이기숙사처럼빼곡히들어차서거울속거울처럼끝없이나열되었다. 샤워실과화장실은고작두개인데, 언제나줄서는사람들로북적였다. 부엌도나코딱지사이즈, 한두명들어가면꽉찼지만서로인사하며알아서준비한다. 이곳은마치순례길에있던사람들을압축해쏟아부은듯북적였다.
사람들이많았지만세미와나까지도1층침대를잡을수있을만큼큰규모였다. 도네이션으로운영되는알베르게는처음이었다. 보통은등록하며숙박료를지불하지만, 이곳에서는원하면나갈때기부금을내도상관없다고했다. 일단북적대는접수처에서벗어나주는게도와주는일같았다. 그래! 만족도가높으면5유로이상넣을수있지! 얼마간짐도덜어내기위해새제품을과감히기부도해야겠다. 큰기부박스가놓인걸보니, 이지점에서덜어내는사람들이많은듯하다. 나도더는버티지말고내놓야할시점이다. 필요한사람이있을때가져갈수있게하려면많은사람이머무는이런곳이좋다.
나는침대에배낭을가져다놓고, 일단빨래부터하기로마음먹었다. 햇빛이아직가냘프게뻗어있어서마당건조대에빨래를널었다. 이미널어진다른사람의옷사이로교묘하게너는신공! 처음에널었던카지노 쿠폰은여유롭게널었지만, 차차밀려서결국촘촘히빨래들이널리기마련이다.
무니시팔마당에서빨래를말리면서사람들과얘기를나누는모습, 담배를피우고, 서로깔깔웃으며맥주를마시는모습이어쩐지히피들같았다. 안쪽으로웰컴차와수박도있고, 햇살도적당히비추는이무니시팔은평화가깃든자유그자체였다. 아무래도관리하는사람들이신경을쓰는곳같았다. 그마인드에따라알베르게분위기도사뭇다른듯하다. 사람들은큰나무테이블에앉아서쉬다가마당에서쉬다가바로코앞산책로거닐다가동네슈퍼와바같은곳을전전한다. 어쨌든낭만이있는곳이다.
타인의 이야기
저녁을먹기위해식당으로향했다. 메디와다시만나기로한시간이되었다. 그런데이게누구인가? 영국뉴스아저씨가따악! 메디와일전에함께길을걸었단다. 친절한우리의천사메디는분명그의BBC급인터뷰에성실히임해줬을게다. 메디가조심스레영국아저씨가우리와함께식사를해도되겠냐고묻는다. 그도메디와저녁을먹고싶었을텐데, 우리와식사약속때문에같이왔던것같다. 당연히환영을해야했다. 그런데영국아저씨가어째내눈치를본다. 설마나를어려워하는게야? 식탁에마주앉은엄마가'밥알흘리기만해 봐'하며내가벼르기라도하는것처럼?오, 좋다. 차리라 잘됐다. 여러소리없으니 마음 편했다. 메디가성의껏그와대화를나눠주는게고마웠다.
우린각자피자와파스타를시켰다. 영국아저씨가갑자기와인한병을사겠단다. 아마도메디에게도고마웠지만우리가함께걸어줬던것도고마워하는눈치였다. 카지노 쿠폰자코스가아니기에와인은별도로 사 먹어야하지만부담없는가격이라 모두그의호의를받아들였다. 한모금도마시는않는나도고맙다고했다. 속으로는'콜라는안되겠니?'라고말할지언정, 그의마음은고마운것이니까!
성경아저씨도영국뉴스아저씨도말하기를좋아하는사람이다. 하지만사람을그리워하는사람일수있다. 누군가에게자기얘기를하고싶고, 이해와위로를받고싶은지모르겠다. 많은얘기보따리중한두개만성의껏들어줘도감동을받는카지노 쿠폰이다. 나는왜이들의이야기보따리를떠안지못했을까? 이야기라면어디든달려가서들어야할사람이난데말이다.
나는이미내안의이야기들로힘들어하고있다. 떠올리기싫은수많은아픔과후회, 무력감들로얼마나많은시간작아졌던가! 나는지금누군가의이야기를경청할힘이없다. 아니, 자격이없는지모르겠다. 자기에대한믿음이사라진건지모르겠다. 타인을이해해야만들을수있는진실, 그이야기를마주할자신도, 자격도내게는없다. 나는아직도상처받은마음을치유중일게다. 마음의문을열기위해나아가야길이다. 언제즈음, 나는스스로를사랑할수있을까. 언제즈음, 그래도된다고여겨질까! 언제즈음!
누군가의 원수
해가지기시작하자알베르게사람들이여기저기서모여들었다. 저녁을먹고들어온사람들부터이제막먹으려고슈퍼에서음식을사와서준비하는사람들, 저녁약속을해서친구들을기다리는사람들로더꽉찼다. 한쪽에서노트북으로일하는남자도있고, 여기저기아는사람없나기웃거리는사람도있고, 모두나무테이블근처에서앉거나서성이며이축제같은밀집을즐기는듯카지노 쿠폰.
갑자기한여인이나타나봉지를들고다니며카지노 쿠폰에게디밀었다. 뭔가싶어궁금하던차에그녀가봉지를내밀었다.
“머리끈이야! 제발 가져가 줘! 무거워서 덜어내야 한단 말이야. 제발!”
빌다시피 엄살을 부리는 그녀의 표정 때문에 모두가 까르르 웃었다. 머리끈이 얼마나 무겁다고 저러나 싶기도 했지만. 준비랍시고 괜한 걸 가져와 후회와 반성의 시간을 가진 사람들은 그 마음을 알기에 웃었다. 모두 비장한 표정으로 고무줄을 집다가 겨우 한 두 개만 쓱 꺼냈다. 머리끈이 필요 없는 사람들도 그녀를 놀리느라 그랬다. 다시 한 바퀴 돌아서 또 내게로 왔다.
“제발 팍팍 가져가 줘! 10개 더 가져가 줘!”
나는 도널드 덕처럼 머리를 빠르게 내둘렀다.
“아니, 아니, 아니! 더는 사양하겠어.”
모두 “케케케” 웃어댔다. 그녀의 머리 끈은 여전히 많이 남았다. 아무래도 내일 기부박스에 놓일 테다.
한참앉아있으니, 많이본사람들이나타났다. 우선, 백발여인의등장! 라바라떼에서마늘타령하던그할머니가뒤늦게도착한것이다. 그리고등장한또한사람, 내아래층침대에있던프랑스청년이었다. 그가언제왔었는지, 밖에서놀다가들어오면서아는척을했다. 자기는공립만이용할거라더니, 역시일찍와서놀다가온것이다. 그는껄렁하게생겼지만무척예의바른사람이었다. 마늘할머니의말도진지하게듣고공감하는눈빛이' 나착해'였다. 그러고보니마늘할머니는프랑스사람이었군! 그밤에이드러내놓고웃던모습과달리프랑스청년과는정상적인대화를하고있었다. 생각만큼이상한사람은아닌듯한데, 왜마늘타령을했을까? 까칠한여인을빗댄인종차별적망언이아닌, 정말레스토랑에서나는마늘냄새를말한것이었을까? 어찌되었든나는마을할머니에게서일정한거리두기를하기로했다.
그나저나노인을정성껏대하는프랑스청년이기특하다. 그마음씀씀이가좋아보였다. 어쩌면이할머니는까칠한그녀와전생의원수였는지 모르겠다. 다른이들에게는정상적인반응이다. 나에게조차! 세미가마늘할머니와프랑스남자사이에서적극적으로이야기를나누었다. 세미의결론은그노인네가지극히정상이라는것! 까칠한그녀가예민한것같다고도했다. 하지만까칠한그녀가괜히그런말을했을까? 정말마늘할머니가사악한마음으로조롱한거라면? 왜세미는그토록까칠한그녀를싫어할까? 혹시상사와닮았나? 궁금했지만묻지않기로했다. 괜히남의뒷얘기처럼되어버릴수있기에!
축복
세미와나는낮에투어팀에게얻어온간식들을사람들에게건넸다. 배낭에잘넣어온보람이있었다. 모두하나씩간식을집었다. 다들마다하지않고맛있게먹는다. 이것은순례자의정신이로세! 세미와저녁에미사를가기전에슈퍼에들르기로했다.
늦은시간이라고해서여유를부리며 슈퍼에서오는데, 미사가'롸잇나우!'라는것! 미사에간다는아주머니들에게낚여슈퍼봉지를펄럭이며달려갔다. 고요한미사에참석은했으나, 부스럭부스럭,비닐봉지소리어쩔거야? 이럴때는천천히조용히움직여서신경을오래쓰이게하는게좋은건지, 에라모르겠다시끄럽게라도해서얼른자리에앉는게좋은건지! 어쨌든죄송스러운마음반, 참석해서다행이라는안도의마음반이다.
어, 메디와영국아저씨가이미미사에참석했다. 함께밥먹으며미사얘기를했는데, 그들도오겠다고했던가? 그들은개신교인이었다. 서로통하는게많은듯했다. 다른나라로봉사활동도다닌듯했다. 둘다신실한믿음을가진듯했다. 그런데개신교인인데, 천주교에서왜성체를받지? 그러고보니, 순례길에서개신교든무신자든일단미사에참석하기도하던데, 성체도다받았던가? 까미노에서‘영발’을제대로받고싶은마음에성체를모시기도하지만원래는천주교신자만받도록되어있다. 세미가내게물었을때그리말해줬는데, 메디와영국아저씨를보니, 그냥세미도모른척받으라고할걸그랬나싶었다.
나도여행중에티베트불교사원이든힌두교사원이든, 시크교사원까지, 온갖‘복’은다받고다녔다. 세미에게눈짓으로'너도줄설거냐?' 했더니, '아니!'라고심드렁하게반응했다. 미사로발하나걸쳤으면됐지뭘굳이성체까지받을필요있냐는표정이었다. 이래저래나도헷갈렸다. 복받는거라면다받으면좋긴한데, 특히까미노길에서는성체의의미는더크지않을까? 그러니순례자들에게따로축복기도도해주시지! 어쩌면성체도눈감아주시지않았을까?
미사 후 신부님이 순례자들을 따로 모아서 축복을 해주셨다. 성모상이 새겨진 목걸이 알(?)과 순례자를 위한 카드도 주셨다. 순례자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며 하나하나 축복 인사를 건넬 때 감동했다. 우린 성당 밖으로 나와서도 다른 순례자들과 감동을 나눴다. 내 마음이 바뀐 건지, 영국 아저씨가 나를 조금 더 편하게 바라보는 듯했다. 메디는 여전히 천사의 날개를 숨긴 채 사랑이 담긴 미소였다. 세미 역시 뭔가 생각에 잠긴 듯했지만 편한 표정이었다. 뭐가 됐든 미사에 참석하는 모습이 기특했다. 나 같은 날라리 신자를 따라다니며 말이다.
우연히한국남자도우리와같이있었다. 미사드리면서서로알게되고, 성당밖에서인사를나눈것이다. 그는정말신실한천주교신자였다. 순례지에도착하면우선미사에참례한단다. 길을 걸으며 묵주기도는 기본으로 드리는 사람들이다. 남다른신앙심이느껴졌다. 어쩌면 수도자의길을고민하는사람이아닐까? 다음에우연히만나면또인사나누자고했다. 그는한적한곳에있다는숙소로먼저향했다. 잘가시오. 그길에축복이함께하시길! ‘부엔까미노!’
우리도각자헤어지기로했다. 메디와영국아저씨는 다른숙소에머물렀다. 어디선가들었나? 이많은 사람들이 묵는공립에서묵으려면 잠자는 건 각오하라고?
흔들리는 침대
역시그큰방에많은사람들이조용히잘거라는기대는하지말았어야했다. 어수선한소음에코고는건애교다. 하필천둥소리내는사람이내옆옆이라는것만빼면! 불안이밀려왔다. 밤을새우면어쩌지? 그런데코고는소리때문에잠못잘거란불안은금세가셨다. 더한인간이나타났다. 어린녀석들! 수련회에온것처럼날뛰고있다. 말그대로지상과침대, 2층침대사이를원숭이떼들처럼건너다니며날뛰고있다. 하필내앞과위와옆, 나를포진한무리들이다. 남녀가한무더기로친구인가보다. 대합실보다더큰생목소리로떠들고있다. 오늘내가무슨잘못을저질렀지? 반성하는시간을가져봐도이런벌을받을정도는아니었는데?
그래, 불이꺼지면자겠지! 아직자려고준비하는거니까! 그렇게인고의시간이흐르고, 드디어불이꺼졌다. 공식불꺼짐시간이리라. 그런데여전히안자고내침대가구름위라도날고있는지, 몹시흔들렸다. 아예2층침대에나란히누워대화를주고받고, 스마트폰을보여주고, 노래도틀고있었다. 깔깔거리는목소리! 슬슬분노감이차올랐다. 최소침대는흔들지말아야지! 예의를밥말아먹은녀석들! 이제막졸업한학생들같았다. 누군가불편할거라는생각은아예하지않았다. 급기야휴대폰불빛을왔다갔다내눈알에테러를행한다.
나는 소심한 복수를 꿈꿨다. 녀석의 누운 각도에 맞춰 화면을 열고, 디스플레이 밝기를 최강으로 했다. 앗! 내 눈! 내 눈! 이건 녀석의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내 속에서 나오는 절규였다. 아, 이런! 이건 내 눈알에 대한 셀프 폭격이었다. 역시 안 하던 짓은 안 해야 해! 모두 참는 데는 이유가 있으리라, 비아나에서 겪어봤지 않나! 계속 마주칠 수 있는 순례길이니, 참아보자. 그런 마음이 들자, 거짓말처럼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녀석들도 조용해졌다. 이제 정말 자야 할 시간, 잠이 온다. 다행이다. 잘 수 있어서!
보내는 마음
다음 날, 기부금을 내고 배낭도 덜어냈다. 관리자에게 새 모자와 새 장갑과 새 무릎 보호대를 손에 쥐어줬다.
“이건 모두 새 거라오! 필요한 사람에게 잘 나누어주시오.”
“어머, 정말 고마워요! 진짜 고마워요!”
그녀가과하게좋아하는것을보니, 버리고가는물품중에새상품을왕창덜어내는사람은드문가보다. 하긴지금까지짊어지고온건뭐며, 여태새거인건또뭔가? 이것저것다주었으니, 양도많았다. 오죽하면내가눈물을머금었을까. 여름날씨부터겨울날씨까지, 다겪어야했으니, 장비와물품을다준비했다. 없으니다새걸로산것이다. 그래서무게가장난이아니었다. 아직춥지않았으니, 일단겨울용품을덜어내고나중에더추워지면데카트론에서사자싶었다. 다시또시작된하루다. 많은사람들이같은코스를걸을테지만또언제다시만날지모르기에깊은인사를나눴다. 모두잘쉬다가가는나그네처럼가볍게길을나섰다.
“부엔 까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