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봄이 오기 전,
눈은 더 깊이 내린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겨울이 끝나기 직전이
가장 춥듯이,
벼랑 끝에서 견디는 시간은
늘 가장 길게 느껴졌고
그 끝이 언제일지 모를
막막함 속에
나는 오래도록
버티며 서 있고 싶었다
기껏, 그렇게
묵묵히 살아냈건만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
묻어둔 감정의 잔해들이
돌보지 못한 지난날을
원망하고 있다
눈물은
가끔 흐르다 멈추고
쉬며 갔는데
왜 슬픔은
가슴에 그렇게 오래
묵혀두었냐고,
이제 와
몸 이곳저곳에서
따지듯 묻는다
그래, 슬픔은
이렇게 아파야만
비로소
쉬어갈 수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