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뉴욕의사의 방콕 현지 무에타이 관람기
방콕으로 돌아온 후 태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 날, 나의 무에타이 여정의 화룡점정을 찍기 위해 친구에게 무에타이 경기를 보러 가자고 말했다. 때마침 그 날 저녁에 경기가 있어서 좋아라~ 하며 쌩쌩 달려 도착한 무에타이 경기장은 뭐랄까... 가 본 적은 없지만서도 경륜장이 이런 분위기가 아닐까 싶었다. 곳곳에 종이 조각이 휘날리며 사람들이 판돈을 걸고, 여기저기 소리 지르고 어수선한... 무슨 시장 바닥 도박장 같은 와중에 자리를 잡고 앉아 우리는 경기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관람한 경기들은 내 생각과 너무나도 달랐다. 우선 선수들이 너무 어려 보였다. 많아야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애들이었는데 다들 작고 마른 몸매이기 때문에 펀치를 하고 킥을 해도 별로 파괴력이 있어 보이지 않아 뭔가 괴리감이 생긴다고나 할까? 토니 자의 화려하고 파괴적인 무에타이를 생각하고 갔던 나는, 생각과 너무 달라 이건 뭐지...? 하고 물었더니 친구 왈, 바보야 그건 다 영화니까 그렇지! 하면서 옹박은 토니 자의 무술 신을 먼저 다 짠 후 스토리를 거기에 맞춘 예술 영화라고 말해줬다.
그렇게몇게임을보다가, 그날의제일하이라이트같은느낌이드는게임이시작되었다. 태국어를모르니분위기로때려맞추고있던내눈에도이선수들옷은더화려카지노 게임경기전인사나음악도더시끄럽고복작대고해서뭔가더중요한게임같았다.
옆에있던친구가문득"누가이길것같아...?" 카지노 게임물었다. 파란팬츠와빨간팬츠를입었으니청군과홍군이라고하자. 별생각없이잘모르겠는데? 그랬더니눈썰미좋은친구는
"홍군이 몸이 더 좋고 빨라. 쟤가 이길 거야".
그러고 보니 홍군이 청군보다 몸도 더 좋고 왠지 더 우세해 보였다. 그리고 역시 친구의 예상대로 시작 공이 울리자마자 일방적으로 펀치를 날리기 시작하며 기세를 몰아가던 홍군은 휘청휘청하는 청군에게 마지막 결전의 한 방을 날리고 그 날의 유일한 TKO 승으로 카지노 게임를 마무리했다.
스타디움을 나오면서 친구가 말했다.
"아까 마지막 경기 있잖아? 맨 마지막에 날린 마무리 펀치. 그때 청군은 이미 그로기 상태에서 휘청휘청카지노 게임 있어서 홍군은 아마 그 펀치 안 날렸어도 이겼을 텐데... 참 세상살이 같지 않아? 난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어."
나라면 어땠을까...
별생각 없이 보러 간 무에타이 경기였는데 엄청나게 많은 생각을 하면서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수년이 지난 후 뉴욕에서 일상을 살아가던 중 뉴욕 타임스에서 태국의 미성년 무에타이 선수들에 관한 기사를 읽게 되었다. 요약해 보면, 태국에서 빈민층 가정에서 중산층으로의 도약을 위해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무에타이 도장에서 훈련을 시킨다. 이들은 집안의 희망을 한 몸에 입고 자라면서 파이터로 자라나는데 그로 인해 많은 선수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발달 과정에서 이상이 생긴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한 선수가 뇌출혈로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하여, 대책 강구가 시급하다는 이야기이다.
https://www.nytimes.com/2018/12/23/world/asia/thailand-children-muay-thai.html
그런뒷사정을잘모르고무에타이에대한이해없이막연히우리나라의태권도같은호신술정도로만생각했던나는이기사를읽으면서내가갔던그당시에는이해되지않던수많은조각들이퍼즐처럼맞춰지며순식간에 이해가되기시작했다.
이제는 어릴 때 학교에서 배운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사회가 그렇게 놀랍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직 그런 걸 모르는 아이들은 좀더 자유롭게 카지노 게임 싶은 거 하면서 맘껏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표지 사진은 본문의 뉴욕 타임스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