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검토하니 좀 더 긴장하며 심사를 했고, 작은 차이도 크게 다가왔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걸 당연하지 않게 여겨야 했다.
예를 들면 허가를 위한 품질 심사 시에 실생산 PV자료를 요구하지 않는대신 PV 계획서가필요한 것은 동일했지만,계획에 불과해언제든바뀔 수 있다며가벼이 여겼던 PV 계획서를심도있게 검토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배치로 PV할 것인지, 그 배치가 실생산과어떻게 연계되고 파라미터는 어떻게, 왜바뀌는지에 대해 검토해야 했다.
물론 품질심사에 GMP를 얼마만큼 포함할것인가는규제기관마다 다르니우리나라와 WHO 심사 방식을 단편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같은심사 내용을 가지고도 다른 시각으로 본다는 걸 직접 체험하니 원래 알던 지식이 새로워지는 느낌이었다.
심사자 저녁 모임에서 한 컷
심사 말고도 욕심나는 것이 한 가지 더 있었으니, 바로 동료 심사자들과의 친분이었다. WHO PQ에서는 심사자간 '팀 빌딩'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서로에 대해많이 알고, 같은 목표를 향해 나가는 '팀워크'를 중시한다.
WHO PQ 프로그램에 4번 참여하는 동안, 나는 심사자들이 모이는디너 모임에빠지지 않고참석했다. 시차 적응이채 안 된 상태에서하루종일 꼼짝 않고 앉아검토만 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금방 지친다. 얼른 숙소에 들어가 지친 심신을'비비고돼지고기 김치찌개'로 달래고 싶었지만, 한국 규제기관 대표(?)로서, WHO프로그램에 적극적인 태도를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스몰 토크를 열심히 나눴다.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국가에서 온 사람들은 영어에 서툰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Swiss Medic에서 오신, 연배가 좀 높은심사자중에 그런 분이 계셨는데,마음이 편하니더 즐겁게얘기했다.^^또 스웨덴에서 온분은 수영복을가지고 다니며 카지노 게임 추천 앞바다에서 수시로 바다수영을 즐겼다며 자랑하시기도했다. 우리나라 월미도 앞바다였으면 일단 색이 누렇고 탁한데다<위험. 뛰어들지 마시오 엄중한 경고문이 붙어있어 아무도 안 뛰어들었을 텐데. 카지노 게임 추천 앞바다와 인천 앞바다가 비교돼서 재미있었다.
이런 저녁 모임 덕분에 현지인들이 갈 법한 핫스팟도 알게 되었고,같은 목적을 위해 모인 다양한 나라의 심사자들과 어울리는 즐거운 경험을 했다.
그리고 인상 깊었던건한 가지는,무려 1회부터 참가한 연세가 꽤 드신 심사자가 계신다는 거였다. (나는 108회부터 참가했다) 우리나라였으면 벌써 은퇴했거나 관리자 직급이어야 마땅한연세로 보였지만, 실제 심사 실무를 하시는 분이었다. 그런 분은 수십년 동안 의약품 품질 심사를 해 오신, 그야말로 심사 장인인셈이었다.그런 분들이 몇몇 계셨다. 이렇게 수십년 간심사하는 것도 가능하구나싶어인상깊었다. 나는 그렇게경지에 오른 심사자들이 가진 업무 철학이 궁금했지만, 시간도 없고 영어가 짧아 심도있게 대화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동료 심사자와 함께 한 저녁식사
카지노 게임 추천에서의 추억이 아름다운 데는 동행했던 동료 심사자와의케미가 좋았던 것도 한몫 했다.같은 워킹맘이라우리는 죽이 잘 맞았다. 도착한다음 날 밖에 자유 시간이 없어카지노 게임 추천 시내를 걸어서 구경하는 반나절 코스가전부였지만우리는 즐거웠다. 앞서 4번의 PQ 참여 경험이 더 있는 동료가 카지노 게임 추천의 유명 관광지(인어공주 동상, 니하운운하)를 안내해 줬다. 몇몇맛집과기념품 쇼핑(덴마크는 레고의 고향이니 레고샵)도 둘이 함께라즐거웠다.
매일 심사 자료와 조용한 전쟁을 치러야했던우리는,하루의 피로를 풀어줄맛있는저녁식사와 약간의 수다로 카지노 게임 추천에서의 하루하루를즐겁게 마무리 할수 있었다. 귀국하기전에우리는남은 레토르트 식품을 잘 싸서 2층 캔틴에보관해두었다가,다음 차수에 가서 다시 유용하게 활용하곤 했다. 그러고보니 그것들은다어떻게 됐을까. 이미4년이 지났으니 알아서 다 폐기했겠지? 폐기하신 분이 좀 고생하셨을 텐데, 한국어는 못 읽으셨으리라 믿는다...
매번 알차게 즉석 식품을 준비해 가서 잘 먹고, 남은 건 캔틴에 보관했다가 다음 번 방문할 때 다시 잘 활용했다.
이렇게 나의 식견을 넓혀주었고 호연지기를 길러줄 수도 있었던(^^) WHO PQ심사는,아쉽게도 2019년 11월 네 번째 참여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참여할 수 없었다. 코로나가창궐하기 시작해 나라 간이동이 어려워진게 가장 큰 이유였다.이후온라인으로 심사가 재개되었을때는 내가이미 다른 부서로 이동한후였다.
다만옮겨간부서가품목 분류만 다를 뿐어차피 품질 심사부서였기 때문에나는 내심 PQ참여를이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식약처에서는 국제협력 업무를 각 부서별로 운영하므로그 부서를 떠나면기존에 하던국제협력 업무를 이어가기 힘들뿐더러, 만약 이어간다 하더라도 본연의 심사업무량이 워낙 많았기에감히PQ 심사까지 참여할엄두를 내지 못했다.
당시 가졌던 내 욕심은지속적으로참여하면서 WHO PQ에서인정받는품질심사자가 되는 것이었다.열심히 하다 보면 스위스 제네바에 상주하는 WHO 정식 직원이 되는 길이 열린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길을 가고 싶다는 나름의 꿈을 품었지만,결국 현실에 붙들려꿈을접어야 했다. 그래도네 번의 PQ 심사 참여는 내가국제기구에서 이루어지는심사에 대한 인사이트를 가질수 있었던소중한 경험이었다.
UN city 기념품샵에서 산 심장(heart) 인형! 네 군데 달린 작은 지퍼를 열면 혈소판, 혈장, 백혈구, 적혈구가 각각 튀어나온다. 이건 안 살 수가 없었다 ㅠㅠ
처음 나에게 업무를 제안하셨던당시과장님의말씀이 기억난다. 내가 흔쾌히 참여하겠다고 하자과장님은"그래, 한번 해 봐. 선생님,업무 욕심이 많네."라고 하셨다. 그 기회는품질 심사자로서 일하는 데 있어 좋은 경험이 되었으므로과장님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아울러 일주일 넘게 자리를 비우는 동안엄마 없이 잘 있어 준 4살 서윤이와 시어머니와 서윤이 아빠에게 뒤늦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