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쿠폰령
교훈을 남기고 떠났다
대한민국헌법 제77조 제1항은 다음과 같다.
대통령은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카지노 쿠폰을 선포할 수 있다.
1948년의 제헌헌법에도 카지노 쿠폰령에 관한 조항이 있었는데 그때는 아주 단순했다. 다음과 같았다.
제64조대통령은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카지노 쿠폰을 선포한다.
어떻든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지금까지 헌법에 의거하여 대한민국에서 카지노 쿠폰령이 선포된 역사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위키백과)
지난 12.3 카지노 쿠폰이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조건에 해당했는지를 놓고 말이 많았지만 나는 그다음에 나오는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를 더 주목한다. 과연 2024년 12월 3일 우리나라에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었는지 묻게 된다. 그렇지 않았다고 보았기에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을 파면했을 것이다.
애초에 카지노 쿠폰이란 것은 어떤 지역의 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었을 때 발령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1949년 제정된 초기 카지노 쿠폰법에는 대통령의 카지노 쿠폰 선포를 기다릴 수 없을 때에는 다음과 같은 현지 군 지휘관이 카지노 쿠폰을 임시로 선포할 수 있었다. 그 후에 대통령으로부터 카지노 쿠폰의 추인을 받을 수 있었다.
1. 특명의 사령관
2. 군사령관
3. 사단장
4. 병단장
5. 요새사령관
6. 위수사령관인 독립단대장
7. 함대사령장관
8. 함대사령관
9. 통제부사령장관
10. 경비부사령관
11. 전각호의 제관과 동등이상의 권한있는 군대지휘관
물론 카지노 쿠폰법의 이런 조항은 1981년 카지노 쿠폰법이 개정되면서 없어졌다. 카지노 쿠폰은 대통령만이 선포할 수 있게 바뀌었다. 중요한 것은 군대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질서가 교란되었을 때를 위해서카지노 쿠폰이라는 제도를 두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 카지노 쿠폰이 선포된 사례를 보면 대부분 군대를 동원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질서 교란이 있었던 때였다. 여순반란사건, 제주 4.3사건, 6.25, 4.19 등이 그랬지 않은가.
그런데 사회적으로 평온했던 시기에 카지노 쿠폰령이 선포된 때가 두 번 있었다. 1972년 10월 17일 선포된 비상카지노 쿠폰령이 그랬고 2024년 12월 3일 선포된 비상카지노 쿠폰령이 그랬다. 적어도 겉으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갑자기 대통령이 비상카지노 쿠폰령을 선포했다. 두 비상카지노 쿠폰령은 그 점에서 대단히 흡사했다. 헌법상의 카지노 쿠폰 요건을 갖추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1972년 10월 17일의 비상카지노 쿠폰은 대통령의 뜻대로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국회를 해산하고 새 헌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으며 국민의 압도적 찬성으로 헌법이 개정되었다. 세상이 바뀌었다. 10월유신이었다.
2024년 12월 3일의 비상카지노 쿠폰은 선포된 지 2시간 45분 만에 국회가 해제를 의결했다. 대통령의 뜻은 간단히무산되었다. 그리고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를 받았고 111일 만에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되었다. 대통령은 52년 전인 1972년 10월 17일의 비상카지노 쿠폰을 모델로 삼아 거사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52년 전과 지금은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신문, 방송이 전해주는 것 말고는 세상 돌아가는 일을 전혀 알 수 없었던 캄캄했던 그때와 온 국민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실시간으로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지금은 도무지 비교 불가의 딴 세상 아닌가. 지금은 심지어 동영상으로 실황 중계까지 하지 않는가. 그런데도 대통령은 52년 전의 방식으로비상카지노 쿠폰을 시도했다. 포고령 내용이 거의 같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실패는 불을 보듯했다. 물러간 그가 남긴 교훈이 있다. 다시는 카지노 쿠폰령을 엉뚱한 목적으로 써서는 안 된다는 것 말이다. 앞으로 어떤 대통령이 함부로 카지노 쿠폰령을 선포하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