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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만 Jan 16. 2025

끔찍하고도 아름다운 카지노 게임 부활

인상적인 영화리뷰 2025 -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카지노 게임(Nosferatu, 2024)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신작 카지노 게임 <노스페라투는 동명의 클래식 호러를 다시 스크린에 옮긴 작품입니다. 그간 로버트 에거스 감독은 <더 위치, <라이트하우스, <노스맨 등 호러를 동반한 고유의 색깔을 지닌 카지노 게임로 마니아층을 두텁게 형성해 왔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 극장 개봉이 온전히 이루어진 적이 (극소규모로 개봉한 <노스맨을 제외하면) 없었기에 이번 <노스페라투의 빠른 정식 개봉이 내심 반가웠더랬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흔히 '드라큘라'라고 일컫는 뱀파이어 이야기의 원형을 따르고 있기 떄문이 아닐까 싶기도 했는데, 실제로 카지노 게임는 그렇습니다. 원작의 오랜 팬이었다는 로버트 에거스 감독은 각본과 연출을 겸한 이번 카지노 게임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뱀파이어 이야기의 원형을 비교적 충실하게 따르는 한편, 뇌리에서 쉬이 잊히지 않는 특유의 시청각적 연출로 고전에 스산하면서도 매혹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19세기 독일, 헌신적인 남자 토마스(니콜라스 홀트)와 갓 결혼해 한참 행복해야 할 엘렌(릴리 로즈 뎁)은 그러나 악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5년 전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 자신의 욕망을 이기지 못해 불러낸 카지노 게임 존재에 의해서 말입니다. 토마스는 갓 취직한 부동산 회사로부터 거액의 부동산 계약 건을 의뢰받는데, 계약 상대자의 상태가 몹시 쇠약하여 그의 계약서 도장을 받아내기 위해 뜻하지 않은 먼 출장을 떠납니다. 그 사이 엘렌의 불안 증세는 마치 무언가에 빙의라도 된 듯 더 극심해지고, 이는 지켜보는 친구 부부 프리드리히(애런 존슨)와 애나(엠마 코린)까지 불안하게 만듭니다. 엘렌이 그토록 몸부림치는 불안의 이유는 토마스가 향한 곳이 다름아닌, 오랜 시간 엘렌을 괴롭혀 온(혹은 매혹시켜 온) 악의 화신 올록 백작(빌 스카스가드)이기 때문입니다. 올록 백작은 토마스를 매개로 자신이 오랫동안 욕망해 온 엘렌에게 다시 가 닿으려 하고, 다시 죽음에서 깨어나 그 마수를 엘렌을 비롯한 산 사람들의 목숨을 향해 뻗치려 합니다. 엘렌과 프리드리히, 애나는 오랫동안 신비주의 철학과 주술 연구에 몰두해 와 미치광이 대접을 받았던 폰 프란츠 교수(윌렘 대포)의 도움을 받게 되지만 이게 정말 악마의 재림인지 그저 전염병의 창궐인지 의견이 분분하게 되고, 그 가운데 올록 백작은 서서히 엘렌이 있는 곳에 가까워집니다.


카지노 게임<카지노 게임(Nosferatu, 2024)


로버트 에거스 감독은 <더 위치, <라이트하우스, <노스맨 등 호러 장르를 기반 삼아 정교하면서도 때로는 보는 이의 신경을 예민하게 자극하는 심상들로 장르 팬들을 매료시키며 이름값 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어쩌면 그만큼 이름값을 쌓았기에 호러 팬이라면 그 이름을 모를 수 없는 '노스페라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만드는 야심을 비로소 실현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원작에 대한 존경심이 한껏 깃들어서인지, <노스페라투는 차별점이 되는 일부 디테일한 설정이나 세부적인 캐릭터 묘사를 곁들일 뿐, 큰 틀에서는 뱀파이어 장르 서사의 원형을 비교적 충실하게 따라갑니다. 독일에서 만들어졌던 원작 카지노 게임를 따라 역시 독일을 배경으로 삼아 동일한 이름과 직업, 처지에 놓인 인물들을 내세우죠. 다만 카지노 게임는 여기에 역시 우리가 잘 아는, 그리고 실제로 원작이 모티브로 삼기도 했던 브램 스토커의 그 유명한 '드라큘라'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녹여내며 한층 관능적인 측면을 더합니다. 피를 갈구하는 욕망을 통제할 수 없는 뱀파이어와 성적 욕망, 성공을 향한 욕망을 통제할 수 없는 인간을 병치시키며 이 이야기가 공포에 대한 이야기만큼이나 욕망에 대한 강렬한 이야기이기도 함을 보여주는 것이죠. 감독 특유의 불편하면서도 정교한 비주얼 구축이 이번 카지노 게임에서도 빛을 발하면서, 고전적인 서사를 뒷받침하는 이러한 심오한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노스페라투가 특히 인상적으로 빚어내는 이미지는 빛과 그림자의 대비입니다. 카지노 게임에서 가장 큰 공포를 이끌어내는 노스페라투의 등장은 대부분 그림자를 통해 묘사됩니다. 단지 그가 여기 나타났다는 신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작게는 한 저택의 벽에서 크게는 한 마을 전체까지 삼키며 엄습해 오는 그림자와 거기에 잠식되어 가는 밝은 부분의 대비를 통해 그의 존재감을 마치 선율처럼, 마치 조형물처럼 정교하게 매만집니다. 이렇듯 이 카지노 게임의 결정적인 공포는 (일부 점프 스케어가 등장하지만) 대개 갑자기 덮치기보다 서서히 번져오는데, 그래서인지 인물들을 뒷걸음질치게 하기보다 두려움에 찬 눈길로 가까이 다가가게 만듭니다. 서서히 번져오는 어둠 속에 몸을 실은 채, 혹은 빛과 나란히 선 그림자 안에 몸을 숨긴 채로 존재하던 악은 자신이 노린 먹잇감이 다가온 순간 날카로운 이빨을 내밀고는 그 피를 모조리 빨아먹죠. 카지노 게임는 노스페라투와 그에게 희생당하는 이들을 일방적인 호러 장르의 가해자-피해자 관계에 놓지 않고 보다 복합적인 관계 위에 둠으로써 공포의 함의를 발전시킵니다. 어린 날에 자신이 스스로 불러들인 어둠으로부터 끝없이 시달리며 그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뿌리치지 못한 채 귀기울이고 눈길을 보내는 자, 맹목적인 사랑을 동력 삼아 스스로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자, 자신과 가족을 잠식하는 어둠 앞에 무력한 자신을 끝까지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의 이야기가 노스페라투의 등장이라는 큰 사건 앞에서 교차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카지노 게임는 감당 못할 두려움을 눈 앞에 두고도 스스로 걸어들어갈 수 밖에 없는 인간 욕망의 스산한 심연을 들여다 보는 것이죠. 엄습해 오는 노스페라투의 그림자는, 어쩌면 거울 너머 그 주인을 잠식하려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비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카지노 게임(Nosferatu, 2024)


이처럼 카지노 게임가 담고 있는 욕망의 함의처럼, <노스페라투는 불편하고 끔찍하면서도 한없이 아름다워 뿌리칠 수 없는 마력을 발휘합니다. 빛과 그림자를 정교하게 조각하는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날선 연출력과 더불어 신경을 한껏 건드리는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이에 이바지하죠. 카지노 게임의 크레딧 맨 처음에 빌 스카스가드가 등장하는데, 사전에 아무 정보가 없이 이 카지노 게임를 본다면 그가 이 카지노 게임 어디에 등장하는지 끝까지 눈치 채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카지노 게임 속 공포의 근원인 올록 백작을 연기하는 그는 <그것에 이어 또 한번 파괴적(?)이기까지 한 분장에 자신의 본 모습을 완전히 감춘 채, 공포의 아우라로 세계의 공기를 틀어쥐는 한편 자신의 욕망 앞에서 한없이 얕아지는, 따지고 보면 그야말로 허상 뿐인 욕망 그 자체를 상징하는 악의 화신을 소름끼치게 연기합니다. 한편 노스페라투로부터 끊임없이 시달리는 여인 엘렌 역의 릴리 로즈 뎁은 온 몸을 던진 열연으로 기대 이상의 장악력을 보여줍니다. 어지간한 카리스마가 아니고서는 존재감을 드러낼 수 없을 분위기 속에서, 그는 고고한 한편 한없이 뒤틀리기도 하는 여인의 불안한 내면을 뛰어난 신체적 연기로 표현해냅니다. 아내를 향한 사랑으로 인해 덩달아 악으로부터 고통받는 토마스 역의 니콜라스 홀트 역시 단정한 신사가 악에 사로잡히면서 한없이 위태로워지는 과정을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어둠의 언저리에서 점차 고통에 시달리게 되는 프리드리히 역의 애런 존슨과 애나 역의 엠마 코린 또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페르소나인 윌렘 대포는 노스페라투에 맞서는 괴짜 교수 역을 맡아 특유의 광기어린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고전은 시대를 초월한 힘을 지니고 있기에 수많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고, 그 칭송의 크기만큼 솜씨 좋은 사람들에 의해 재창조되면서 그 생명력을 변함없이 이어갈 수 있습니다. <노스페라투 역시 독보적인 비전을 지닌 감독의 손에서 다시 조명되며, 오래된 괴담으로 머물 이야기에 선연한 공포와 매혹을 불어넣은 카지노 게임로 다시 나타났습니다. 고전에 대한 존경심을 한껏 담아 보존하듯 어루만진 이야기가 주는 쾌감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지만, 흑백카지노 게임를 통해 느꼈을 빛과 그림자의 압도감을 개성어린 필치로 재현한 이미지들은 그 전형적인 이야기에마저 일종의 전설처럼 느껴지게 할 아우라를 부여하며 보는 이를 두렵게 하고 동시에 설레게 할 것입니다.


<카지노 게임(Nosferatu,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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