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때였나. 만성 비염이 도져서 다니던 독서실 3층에 있는 이비인후과에 갔었다. 병원은 한산했다. 나이 든 간호사 한분이 카운터와 진료실을 왔다갔다하면서 수납도 하고 진료 보조도 하고 있었다.
50대쯤 되어 보이는 의사는 무표정하게 코 내시경을 손에 들더니 가까이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와서 아무 말없이 내 콧속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눈이 시큰해지는 약을 콧속에 칙 뿌리고 또다시 코내시경으로 한참을 들여다봤다. 이게 뭐지.. 싶어 아무 말도 못 하고 살짝 얼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물론 아들을 둘이나 낳고, 아줌마가 카지노 게임 추천버린 지금의 나였다면 이렇게 말했겠지.
“저기요. 조금만 뒤로 가주시겠어요. 지금 당신고추가 내 무릎에 닿아서 불편하거든요.”라고.
하지만 그땐 소녀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