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겐 집이 도화지였을까
이름만 대면 누군지 알만한 유명한 소설을 쓴 작가나 시인들도 에세이를 쓸 때는 주변사람들 이야기를 하거나 개인의 경험을 꺼내어 온다. 소설에서는 넌지시 이야기할 수밖에 없던 일이 에세이에서는 구체화되기 때문일까. 에세이에 진심이라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어느 작가는 에세이를 쓰기 위해서 소설을 쓰고 있다고 했다.
일단 소설로 뜬 다음에 카지노 가입 쿠폰 써야 카지노 가입 쿠폰 팔 수 있대나 뭐래나. 가수로 뜬 다음에 카지노 가입 쿠폰 쓰고, 연기자로 뜬 다음에 카지노 가입 쿠폰 쓰고, 선수로 성공한 다음에 카지노 가입 쿠폰 쓰는 뭐 그런 거랑 비슷한 맥락이란다. 소설을 쓰는 것이 훨씬 더 어렵지 않나. 이런 분들도 에세이에 진심을 담아 쓰는데, 내가 도대체 뭐라고 여기서 주접 같은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가 하면 소설가로서 에세이집을 내면서 멋쩍어하는 작가도 있다. 작가생활 50년에 낸 책이 소설이 아니고 에세이집이라서 부끄럽다고까지 했다. 잘 모르겠다. 그게 부끄러워할 이유인가. 소설에 기대지 않고 자유롭게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글로 옮기는 게 의미가 있을 건데, 부끄럽다 하다니, 겸손도 지나치시다.
각설하고
박범신 작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머니가 일 년 중 가장 좋아하는 날은 창틀의 낡은 한지를 떼어 버리고 새로운 한지를 붙이는 날이라고 했다. 그 장면을 그는 이렇게 묘사한다.
< 문살에서 헌 창호지를 벗겨내고 나서 어머니는 온 동네를 돌며 나뭇잎을 주워왔다. 맘에 드는 나뭇잎을 고르는 일 자체가 어머니에겐 큰 행복인 듯했다.
나뭇잎을 선별하고 미학적으로 배치해 형태를 만드는 일에 어머니는 온 마음을 쏟았다. 어머니는 작업에 몰입한 화가였고 장인이었다.
…중략…
그날이야말로 어머니는 지난한 삶에 눌려 있던 당신 가슴속의 ‘창조적 자아’를 발현시키는 날이었다. 누가 됐든 사람의 가슴속엔 본래부터 시인, 화가, 음악가가 깃들어 살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누구나 가슴속에 카지노 가입 쿠폰의 기질을 품고 있다는 말에 토스카나에서 만난 자비에르 선생님이 생각난다.
그는 집을 꾸미는 카지노 가입 쿠폰였다. 오래된 낡은 집을 사서 창틀을 고치고, 현관에 포치를 만들고, 담쟁이덩굴을 심어 벽을 초록으로 꾸미고, 굴러다니던 돌들로 낮은 담장을 만들고, 나무를 심고 차근차근 혼자서 늙은 화가가 온 힘을 기울여 한 점, 한 선을 그어가듯이 집을 꾸몄다. 남들이 보면 다 된 것 같은 그림이지만 늙은 화가는 만족하지 못하고 또 한 점을 찍고 다시 멀리서 바라본다. 자비에르 선생님도 다 끝난 것 같은 집을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다는 듯이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저기 저곳에 작은 연못을 만들려고 한다네“.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나도 한마디 한다.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닌 거 같습니다. 여름에 모기만 득실 거릴 거예요. 단테도 모기에 물려 말라리아로 죽었단 이야기 모르세요”
껄껄껄 웃으신다.
자비에르 선생님의 ‘창조적 자아’가 발현된 작품.
그의 작품에 대한 나의 오마주.
두근거리는 고요 - 박범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