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맹의 나라 캐나다에서 보낸, 나의 달콤쌉쌀한 30대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 영주권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살고 싶었던 나라도 아니었고, 적당히 몇 년 늦게 유학을 왔다는 보상심리 정도만 채우고 돌아가면 만족할 것 같았다.
학교 졸업 후 일을 할 수 있는 3년짜리 PGWP (Post Graduate Work Permit) 비자만큼 일하고, 그 후 유럽을 좀 돌며 경험을 쌓고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넉넉하다고 생각했던 3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고, 1년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코로나와 함께 내 체류 문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회사에 말하고 스폰을 지원받아 워크 퍼밋을 연장하는 것보다는 영주권을 신청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친구의 소개로 토론토의 유명한 이민 로펌과 함께 영주권 신청을 시작하기로 했다. 혼자 진행하려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 카지노 게임를 고용했으니 비용 면에서 부담이 적지는 않았다.
다행히 나의 한국에서의 경력과 학력 덕분에 추가 점수를 얻어 생각보다 높은 점수로 바로 인비테이션을 받을 수 있었고, 카지노 게임의 지시대로 한국에서 서류를 떼고 공증을 받는 작업을 시작했다.
모든 서류를 제출하고 두 달쯤 지났을 때, 카지노 게임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왔다. 영주권이 거절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지금은 해결되었지만, 내가 영주권을 신청할 당시만 해도 캐나다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에게만 “실효형 포함”이라는 문구를 꼭 넣어 범죄경력회보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그런데 그 당시 우리나라 법상 '실효형 포함'이라는 문구가 적힌 서류를 어떤 기관에도 제출하는 것은 불법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문제로 몇 년간 캐나다와 우리나라 간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의 설명을 듣고 나서 나는 이메일을 다시 확인했다. 분명히 서류를 떼기 전, 어떤 특별한 요구사항이 있는지 물어본 기록이 있었고, 카지노 게임는 컬러 원본만 준비하면 된다고 했었다. 이건 한국인 고객의 특수한 상황에 대해 무지했던 카지노 게임의 실수였지만, 카지노 게임는 계속해서 캐나다 정부의 실수라며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법원에 항소하자고 제안했다. 물론, 추가 비용은 내가 부담해야 했다. 나는 굳이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명확히 말하며,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고 싶었다. 카지노 게임는 자신이 실수했다고 먼저 입을 떼지는 않았지만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었고, 나는 하루 빨리 문제를 같이 해결하고 싶을 뿐이었다.
영사관에 가서 상황을 설명하고, 추가 서류와 함께 재고해 달라는 편지를 이민국에 보냈다. 또한 카지노 게임는 다시 인비테이션을 받기 위해 나의 프로파일을 재신청했다고 했다.
이제 몇 달 후면 영주권을 받고, 한국에 방문하려 했던 계획은 또 한 걸음 더 멀어졌다. 한 달이 넘도록, 카지노 게임는 재차 말도 안 되는 항소 이야기를 꺼내며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덮으려 했다. 나는 참을 수 없었고, 비대면으로 진행되던 상황에서 직접 로펌에 찾아갔다. 말빨로 내가 캐네디언 카지노 게임를 이길 수 있을까 싶어, 여차하면 거들어달라며 남자친구를 병풍 삼아 데리고 갔다.
사무실에 도착해 또 화려한 언변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시작하길래, 나는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을 차근차근 설명했고, 카지노 게임도 결국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사무실을 나오면서 자랑스럽다는 듯 쌍엄지를 치켜들던 남자친구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
이민자의 나라에서, 이민 카지노 게임가 이민자를 속이려는 행동에 화가 났고, 제대로 사과를 받고 남은 일정을 위해 신뢰를 회복하고 싶었다.
거절 메일을 받은 지 3개월 만에 다시 인비테이션을 받았다. 또한 첫 번째 신청을 계속 진행해 주겠다는 연락도 함께 왔다. 이제 남은 건 생체 등록을 위한 바이오메트릭스 예약뿐이었는데 카지노 게임가 또 실수를 저질렀다.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라 바이오메트릭스를 기한 내에 꼭 예약해서 해야 했는데, 나에게 3주나 뒤에 그 소식을 전해 준 것이다. 기한 내에 예약 날짜를 잡지 못하면 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예민한 사안이었다.
나는 전화로 왜 이렇게 늦게 연락이 왔는지 설명을 요구했고, 카지노 게임는 적반하장으로 내가 더 이상 자기들과 일을 진행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으니, 진행하던 모든 일을 넘겨주겠다며 계약을 종료했다. 이제 마무리 단계이기도 하고, 나도 더 이상 카지노 게임를 믿을 수 없어 남은 일정을 혼자 처리하기로 했다.
순조롭게 남은 카지노 게임 절차가 마무리 되었고 초반에 졸였던 마음을 보상해주듯 일주일 만에 카지노 게임 카드를 손에 넣게 되었다. 며칠 후, 로펌 측에서 인보이스가 날아왔다. 계약금으로 진행비의 반을 입금하고 아직 반이 남은 상황이었는데, 나머지 진행비를 달라고 보낸 것이다. 나는 계약 종료는 로펌 측의 결정이라며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고 단호히 답했다.
몇 달 간의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이 끝나고, 결론적으로는 카지노 게임의 실수 덕분에 나는 영주권 진행을 딱 반값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내년이면 벌써 5년짜리 카지노 게임 연장해야 하는데, 할수만 있다면 이번엔 그냥 엿이나 바꿔 먹고 싶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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