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을 수 있게 해준 책
말괄량이 삐삐의 작가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사자왕 무료 카지노 게임 모험을 다시 읽었습니다.
이 책은 린드그렌이 일흔 무렵(1973년) 손자 니세를 위해 썼다고 합니다. 니세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삼촌이 크게 다치는 불운이 집안에 닥치자 어린 니세는 사람이 죽으면 흙에 덮여 땅에 묻힌다는 사실을 두려워했다고요. 손자의 마음을 달래보려고 했나 봅니다.
이 동화는 '죽음'으로 시작합니다. 끝부분도 '죽음'으로 끝이 나죠. 동화에서 다루기 어려운 '죽음'에 대해 무료 카지노 게임합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머리칼에다 아름답고 짙푸른 눈이 황홀하게 반짝이는형 요나탄(무료 카지노 게임 요나탄)에 비해 못생기고 어리석고 겁쟁이인 데다가 다리까지 절룩거리는동생 칼(카알, 스코르판(형이 부르는 애칭, 딱딱하게 구운 과자)은 곧 죽게 된다는 걸 알고 두렵고 무섭습니다.
"그렇게 끔찍한 일이 어디 있어? 열 살도 채 되기 전에 죽어야 한다는 건 정말 너무하잖아!"=
"스코르판, 그건 별로 끔찍한 일이 아냐. 죽은 뒤에 넌 굉장히 신나는 생활을 하게 될 테니까."(p.17)
요나탄 형은 동생 칼에게 땅속에 남는 건 껍데기일 뿐이라며, 영혼은 전혀 새로운 세계인낭기열라로 간다고 말해 줍니다. 그곳에서는 병이 낫고 건강해지고 생김새도 한결 근사해진다고 안심을 하게 해주죠.
인생은 예측할 수 없다고 하죠.
동생이 먼저 죽을 거라고 동네 사람들과 엄마와 형, 칼 본인조차도 생각했지만, 요나탄 형이 먼저 죽게 되는 사고가 일어납니다. 집에 불이 나는 바람에 동생을 구하려던 형이 먼저 죽고 말죠. 혼자 남겨진 동생은 형이 낭기열라에 갔을 거라고 믿습니다. 칼은 엄마에게 형을 만나러 간다고 편지를 쓰고,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 정말 낭기열라에 있었던 것입니다.이렇게 믿게 만드는 스토리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신기한 나라, 낭기열라에서 눈을 뜬 칼과 요나탄은 '벚나무 골짜기'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죠.
낭기열라라고 완전하게 행복한 곳은 아니었습니다.
'벚나무 골짜기'와 달리 이웃한 '들장미 골짜기'의 사람들은 독재자 텡일의 지배를 받으며 괴물 카틀라의 위협을 받고 있었습니다. 요나탄은 동생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들장미 골짜기 사람들을 도우러 떠나죠. 형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동생 칼도 형을 찾으러 떠나면서,'사자왕 무료 카지노 게임 모험'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들장미 골짜기의 지도자 오르바르를 구해내는 데 성공합니다.
이 안에서 벚나무 골짜기의 지도자 소피아 아주머니, 후베르트(반역자로 오해받지만 믿음직스러운 용사), 마티아스 할아버지 등과 함께 독재와 폭력에 맞서며 사자왕 무료 카지노 게임는용기와 자유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 배워갑니다. 악을 대표무료 카지노 게임 텡일과 그 부하들, 무시무시한 용 카틀라, 황금 수탉 요시(오르바르의 위치를 적에게 알리는 진짜 배신자) 등에 맞서서 말이죠.
하지만, 많은 희생자들이 나옵니다. 마티아스 할아버지와 후베르트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들장미 골짜기는 울음바다가 되죠.
마지막으로 괴물 카틀라를 처리하기 위해 텡일의 마을 '카르마니아카(과거의 마을)'로 간 사자왕 무료 카지노 게임는 카르마 폭포 앞에서 요나탄 형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카틀라한테 쫓겨서 달아날 때 그 불길이 요나탄 형에 닿았던 거죠.
동생 칼은 사지가 마비되어 죽어가는 형 요나탄을 업고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로 뛰어내립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스코르판, 무섭지 않니?"
"아니..... 형, 사실은 무서워. 하지만 해낼 수 있어. 지금, 바로 지금 할 테야. 그러고 나면 다시는 겁나지 않겠지. 다시는 겁나지....."
"아아, 낭길리마! 형, 보여! 낭길리마의 햇살이 보여!"(p. 327)
이렇게 동화는 끝이 납니다. 죽음으로 끝나지만, 낭길라마로 향하는 사자왕 무료 카지노 게임 앞날에 대해서는 열린 결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낭길리마에서 아침 햇살을 받으면서 사과 골짜기를 향해 무료 카지노 게임가 오솔길을 나란히 말달리는 모습(p.324)을 보고 싶습니다.
인상 깊은 문장을 기록해 봅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요나탄 형이 그처럼 위험한 일을 해야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기사의 농장 벽난로 앞에 앉아 펀안히 살면 안 될 까닭이 뭐란 말입니까? 그러나 형은 아무리 위험해도 반드시 해내야 되는 일이 있다고 말했습니다.(p.85)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낭기열라의 기사의 농장에서 형제가 행복하게 살면 되지 않을까요? 동생 칼이 이제는 다리도 안 절고 건강하게 살게 되었는데, 왜 요나탄 형은 일을 벌리는 걸까요? 읽는 저로서는, 곁에서 읽는 독자로서는 답답할 노릇입니다.
요나탄 형은 이렇게 답하죠.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지. 그렇지 않으면 쓰레기와 다를 게 없으니까.(p.85)
울면 안 돼, 스코르판. 우린 분명히 다시 만날 거라고 내가 약속했잖니. 만일 낭기열라에서 못 만나면 낭길리마에서라도 틀림없이 만날 거야.(p. 87)
이렇게 말하고 요나탄 형이 먼저 떠나죠. 형이 가니 동생도 따릅니다. 소피아 아주머니에게 이런 편지를 남기고 말이죠.
누군가 꿈속에서 나를 부르기에
그를 찾아 먼 길을 떠나네.
까마득한 저 산 너머로.(p. 95)
한 편의 시군요. 병약한 동생 칼은 시인이었습니다.
모든 일이 이렇게 되게끔 아주 머나먼 옛날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들장미 골짜기를 구해 낼 오르바르를 요나탄 형이 구출하도록 되어 있었던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알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우리가 갈 길을 일러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무슨 수로 형이 카틀라 동굴로 통무료 카지노 게임 뒷구멍을 찾아냈겠어요? 우리가 말들을 숨겨둔 바로 그 바위틈에서 뒷구멍이 나타나다니요. 그것은 내가 들장미 골짜기의 그 많은 집들 가운데서 바로 마티아스 할아버지 집으로 들어간 것만큼이나 신기한 일이었습니다.(p.248)
운명이라는 게 정해져 있는 걸까요? 이건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운명이라고 생각했지만 엇나가는 인연이 있었고요. 처음에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은인인 경우가 있어서 말이죠. 린드그렌 할머니처럼 70대가 되면 알 수 있을까요?!
1982년 1월, 나는 스톡홀름 시내 공원 모퉁이의 아담한 아파트로 린드그렌 할머니를 찾아갔습니다. 워낙 부지런한 분이어서 손수 밥 짓고 청소무료 카지노 게임 틈틈이 어린이 독서 클럽을 뒷바라지하며 동화를 쓴다는 것쯤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일흔넷이란 나이가 도무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밝고 건강한 린드그렌 할머니를 만나자 나는 무척 놀랐습니다. 한동안 말을 잊은 채 쩔쩔매는 나를 린드그렌 할머니는 마치 친손녀처럼 안아 주었습니다. 겁에 질려 뛰어든 칼을 푸근히 감싸 안던 마티아스 할아버지처럼, 그리고 린드그렌 할머니는 맑고 다정한 눈으로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습니다.
"꽤나 멀고도 낯선 나라에서 온 이 유학생에게 웬일인지 아주 가깝고도 낯익은 느낌이 드네요. 그 나라에도 내 무료 카지노 게임를 듣고 싶어 하는 어린이들이 있거든 나 대신 얼마든지 들려줘요."
린드그렌 할머니가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책이라며 겉장 안에다 사인해 준 동화책은 <개구쟁이 에밀(1963)이었습니다. 마구 방망이질 치는 가슴에 그 소중한 선물을 안고 할머니와 헤어진 것은 저녁 7시. 캄캄해진 스톡홀름의 겨울 저녁 거리로 나왔지만 내 마음은 맑게 갠 여름날 한낮처럼 눈부시게 환했습니다. 얼마나 가슴 벅찬 하루였는지요!
- <사자왕 무료 카지노 게임 모험, 초판 옮긴이 김경희의 말(1983년 여름)
우리 엄마가 마침 일흔넷의 할머니군요. 엄마는 다리가 아프고 신장이 좋지 않습니다. 엄마는 나와 피와 살을 나눈 사이라, 내가 그 나이가 되면 엄마처럼 아플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심란해질 때가 있습니다. 이는 내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이치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그 나이가 됐을 때 린드그렌 할머니처럼 밝고 건강하게 살고 있었으면 무료 카지노 게임 바람이 있습니다.
판타지 동화의 고전인 이 책을 읽으면서 낭기열라와 낭길라마의 가상의 공간에서도 저는 현실을 보게 됩니다. 그 공간에서도 평화만 존재하는 곳이 아니니까요. 그 공간 안에서 우리가 이 공간에서 만나는 폭력과 시기와 질투, 배신 그리고 사랑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게 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 이곳에서 제가 만나는 많은 문제들과 직면하게 되는군요.
두렵니? 괜찮아! 그래도 용기를 내렴!
린드그렌 할머니가 속삭여 주는 것 같습니다.
가장 위안이 되는 건, 두렵고 무서운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걱정하고 공포에 떠는 것은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지만, 그냥 앞으로 나아가는 거죠. 연약한 동생 칼이 아주 천천히 용기를 가지고 두려움에 맞서 용기를 내는 모습에 눈물이 나도록 응원을 하게 됩니다. 그 옆에는 그 동생을 무조건적으로 믿어 주고 사랑하는 형 요나탄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런 사람이 딱 한 명만 곁에 있으면 우리도 무엇이든 할 수 있겠지요. 그게 바로 '사랑'의 힘이니까요.
죽음으로 시작해서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이 책을 읽고 또 어루만지니, 더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이 책을 다시 펼쳐든 이유는 한강 작가 덕분입니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스웨덴 동화 작가 고(故)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살던 집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바쁜 일정에도 이곳을 찾은 곳은 한강 작가가 어린 시절 린드그렌의 작품에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라고요.
<사자왕 무료 카지노 게임 모험 책 뒷부분에 한강 작가의 글'여름의 소년들에게'이 실려 있습니다.
2012년 겨울부터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한 자료를 읽으면서 나는 내면의 투쟁을 치르고 있었다. 인간의 잔혹함을 증거하는 자료들과, 다른 한편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증거하는 자료들 사이에서 나는 분열을 겪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나에게 광주는 더 이상 하나의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 명사가 아니라, 인간의 폭력과 존엄이 극단적으로 공존한 시간을 거리키는 보통 명사가 되었다. 신대륙의 학살, 아우슈비츠, 보스니아, 관동과 난징의 학살을 가로지르는 인간의 잔혹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그 폭력 앞에서 무엇인가를 하려고 했던 연약한 몸집들에 대해 내가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이 소설을 쓰는 일을 거의 포기하려 했던 어느 날, 5월 27일 새벽 군인들이 돌아와 모두를 죽일 것임을 알면서 광주의 도청에 남았던 한 시민군, 섬세한 성격의 야학 교사였던 스물여섯 살 청년의 마지막 일기를 읽었다.
기도의 형식을 하고 있는 그 일기의 앞부분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토록 저를 찌르고 아프게 무료 카지노 게임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
그 순간 내가 쓰려는 소설이 어디로 가야 무료 카지노 게임지 깨닫게 되었다. 어떻게든 폭력에서 존엄으로, 그 절벽들 사이로 난 허공의 길을 기어서 나아가는 일만이 남아 있다는 것을.
- <사자왕 무료 카지노 게임 모험, p.335~336 한강 작가의 글
여전히 내 안에서 생생히 살아 어른어른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그들은 그토록 사랑무료 카지노 게임가? 그들을 둘러싼 세상은 왜 그토록 아름다우며 동시에 폭력적인가?
그 열두 살의 나(82년 광주 민주화 운동 유족들과 생존자들이 비밀리에 만들어 유통시켰던 책을 아빠 몰래 꺼내 봤던)에게, 이제야 더듬더듬 나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가 절망하는 거라고. 존엄을 믿고 있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는 것이라고. 그러니까, 우리의 고통무료 카지노 게임말로 열쇠이며 단단한 씨앗이라고.
- <사자왕 무료 카지노 게임 모험, p.335~336 한강 작가의 글
이 책은 린드그렌의 작품 내용도 재미있고 좋았지만, 앞부분의 옮긴이 김경희 님의 글도 좋고, 뒷부분의 한강 작가의 글도 긴 여운을 남깁니다.
이 책 덕분에 저는 한강의<소년이 온다를 두려움과 거부감 없이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고전은 역시 고전다운 품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책이 바로 그걸 보여주지요. 다시 읽어도 재미와 감동을 주는 이 책을 잊지 않고 싶습니다. 자꾸만 잊어버리는 저 자신을 위해 기록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