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당신은 어떻게 받아들일 건가요?
아, 늙기 싫다.
요즘 인터넷 방송을 보다 보면 채팅창에서 이 말을 쉽게 볼 수 있다. 주로 스트리머가 미숙한 게임 컨트롤을 보여주거나, 기억력이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줄 때 자주 올라오는 말이다. 이는 글자 그대로 정말로 '늙기 싫다'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나이가 찬 스트리머를 놀리거나 조롱하는 용도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저 말을 볼 때마다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누구도 나이가 드는 걸 피할 수 없다. 그러니, '늙기 싫다'는 류의 조롱은 미래의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신의 노년을 쉽게 상상하지 못하지만, 그것은 언젠가 반드시 마주해야 무료 카지노 게임미래다. 결국,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도 요즘 나이 든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나 소설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부쩍 '내가 노인이 되었을 때'를 상상하게 될 때가 많아졌다. 그럴 때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런 불안감에 휩싸여 있던 내게, <무료 카지노 게임 이야기는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울림을 주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이야기는 1953년 발표된 영화로, 일본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작품이다.
시골에 사는 노부부는 오랜만에 도쿄에 있는 자식들을 찾아간다. 부모를 맞이한 자식들은 바쁜 일상에 쫓겨 부모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오히려 부모를 휴양지로 보내며 부담을 덜고자 한다. 그 와중에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며느리 노리코만이 진심 어린 따뜻함으로 시부모를 대한다.
기대와는 다르게 냉담한 대접을 받은 노부부는 씁쓸하게고향 오노미치로 돌아가는데, 고향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어머니가병으로 쓰러진다. 자식들은소식을 듣고고향으로 내려오지만, 어머니는 얼마 안 가 세상을 떠나고 만다. 자식들은 어머니의 죽음을 목도하고슬퍼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자식들의 태도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무심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홀로 남겨진아버지는 며느리노리코에게 아내의 유품인 시계를 건네준다.
자식들이 나이가 들었을 때 부모를 멀리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노인이 된 부모계층의 경제력 상실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력의 유무'는 곧 가정 내에서의 권위로 연결된다. 달리 말하면, 경제력의 상실은 가정 내에서의 권위를 잃는 것이고 이는 가족들에게 소외당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가장이었던 주인공이 바퀴벌레로 전락하자 바로 가족들에게 버림받는 것처럼 말이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가 싫더라도,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종속되어 있는 상태이기에 그들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경제력을 갖추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부모의 말을 들어야 할 가장 큰 명분 중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무료 카지노 게임 이야기에 나오는 자녀들은 부모님들 보다 일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두 번째 이유는 '너무 오랜 시간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 바로 독립하게 된다고 가정하면, 부모와 자녀는 20년간을함께한 셈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일지라도 오랜 시간 함께하면 권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노부부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며느리 노리코가 노부부에게 가장 살갑게 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른 자녀들이 노부부 보낸 20년의 시간이 노리코에게는 없기 때문에, 권태감을 느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무료 카지노 게임 이야기의 부모와 자식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어딘가 애매한 관계에 놓여 있다. 이는 영화 전반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프레임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애매하게 닫힌 문'을 통해 형성된 프레임이다. 문이 완전히 닫혀 있지도, 활짝 열려 있지도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속 문은 인물들 사이를 가로막는 일종의 경계이자 장애물로 작용한다. 그렇기에 애매하게 닫힌 문은 부모와 자식 사이의 거리감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애정이 완전히 단절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자유롭게 오갈 만큼 가까운 것도 아닌 관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전에 한 영화 평론가가 쓴 책을 읽었을 때, <무료 카지노 게임 이야기의 감독인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에 대한 분석을 본 적이 있다.
(전략) 오즈는 세상을 멈추어 보려고 그렇게 조용히 앉아 있어도 결국 시간은 그 주위의 모든 것을 바꾸고 있음을 슬프게 인정하고야 만다. 오즈는 이것을 하나의 질서로 만들기 위해 일단 멈추어 선다.
- 정성일,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中
그 말들을 정리해 보면,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것들, 그리고 그 변화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인물들이 나온다는것이다.이번 <무료 카지노 게임 이야기를 분석해 본 결과, 그 말이 꼭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것들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서 분류해 볼 수 있다.
1) 장남과 장녀, 그리고 넷째 아들
장남과 장녀, 그리고 넷째 아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일어난 변화들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이들에게 ‘시간이 지나며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어머니의 죽음이다. 장남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음에도 내내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한다. 장녀와 넷째 아들은 어머니의 시신을 마주한 순간 잠시 눈물을 보이지만,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 현실로 돌아온다. 그들은 어머니의 죽음 후 아버지와의 식사 자리에서 너무나 태연하게 '언제 기차를 타고 떠날 건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기차의 속성을 생각해 보면, 이는 곧 시간의 흐름을 상징한다. 이들이 기차를 탈 시간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장면은, 변화와 상실조차도 시간 속에 묻어두고 살아가는 그들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부모라는 존재가 한때는 그들에게 무척 중요한 존재였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의 그들에게 부모의 죽음은 일상을 흔들 만큼 큰 상실은 아니다.
2) 아버지
아버지 역시 아내(자녀들에게는 어머니)의 죽음에 특별히 슬퍼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아내의 죽음이 슬프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그런 이별을 마음속으로 준비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노인은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변화를 겪었고, 그런 상실에 점차 무뎌지게 되었다. 결국, 배우자의 죽음이라는 가혹한 현실조차도 그에겐 오랫동안 준비해 온 이별일 뿐, 삶을 뒤흔들 만큼 큰 슬픔으로 다가오지는 않는 것이다. 혹은, 그 역시 머지않아 자신도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 생각하기에, 삶에 큰 미련이 남지 않아 슬픔조차 담담하게 삼켜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3) 막내딸
막내딸은 노부부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어머니의 죽음에도 무덤덤한 태도를 보이는 다른 형제자매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녀는 노리코에게 그들의 태도에 대한 서운함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마지막 시퀀스에서 그녀가 ‘떠나가는 기차’를 바라보는 장면은, 그녀 또한 언젠가 시간의 흐름 속 변화를 마주하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4) 며느리 노리코
며느리 노리코는 이 작품에서 노부부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그녀의 남편 쇼지는 전쟁 중 목숨을 잃었다. 노부부는 노리코에게 언제든 재혼해도 좋다고 권하지만, 노리코는 남편의 죽음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듯 선뜻 응답하지 못한다. 시누이가 다른 형제자매들의 무심함에 서운함을 털어놓자, 노리코는 “자식이란 크면 점점 부모로부터 멀어지는 법이야”라고 말한다. 이 말은 노리코가 변화와 이별을 완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하지만, 그것을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영화의 마지막, 그녀는 시아버지로부터 시어머니의 유품인 시계를 건네받는다. 이는 노리코 역시 결국 시간의 흐름 속 변화를 받아들일 운명임을 보여준다.
<무료 카지노 게임 이야기 속 노인들이 받는 대우는, 우리 사회가 노인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술에 잔뜩 취해 돌아온 아버지를 본 장녀는 귀찮다는 듯 이렇게 말한다.
저대로 둘 수는 없잖아.
남에게 피해를 주는 모습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내가 직접 나서서 그들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우리 사회가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이와 닮아 있지 않을까?
아내의 장례를 마치고 가족들이 떠난 뒤, 홀로 남은 노인에게 이웃이 다가와 말을 건다. 그러나 짧은 안부 인사만 건넨 뒤, 곧 자리를 떠난다. 잠시 연민의 시선을 보낼 뿐, 능동적으로 그를 돕거나 책임지려는 의지는 전혀 없다.이런 태도 역시 우리 사회가 노인을 대하는 한 방식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것들 중에서도, 가장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일은 역시 '죽음'일 것이다. 나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이틀 후,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죽음'을 목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에 대한 영화를 보게 된 것이다.
장례식장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슬픔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리는 이도 있었고, 고인을 애도하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걱정하는 마음이 더 커 보이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나처럼, 갑자기 사라져 버린 존재 앞에서 허탈함과 허무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 세상을 떠났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데, 남은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무료 카지노 게임 이야기는장례식장에서 내가 본 사람들의 모습과,내가 그날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있는 영화였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욱사무치게 와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