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카지노 게임
서울에서 제주, 그리고 다시 서울......
아빠를 잘못 만나 이곳저곳을 떠돌아서인지 딸아이는 새로운 곳에 대한 적응이 빠르다. 어느 곳을 가든지 친구를 금세 사귀고 이사나 전학을 가도 친구관리를 잘한다. 제주도에 살 때는 내 직장의 옆 학교에 다니던 딸아이가 나를 보러 일주일에 한 번씩 근무하는 학교에 왔다. 처음에는 나를 만나려고, 내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려 같이 집에 오려고 학교에 왔는데 딸아이는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 올 때마다 친구들을 하나둘씩 사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친구들에 둘러싸여 나를 찾지 않았다. 내가 퇴근할 때까지 학교 아이들과 학교 이곳저곳을 다니며 놀았다. 나중에는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학생들과 복도나 교실에서 마주칠 때면
"선생님, 저 선생님 딸이랑 친해지고 싶어요."
라며 인사하는 카지노 게임들도 많았다. 중학교를 서울로 온 지금도 딸카지노 게임는 그 카지노 게임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낸다.
"언제 제주도 가? 애들이 빨리 오래. 보고 싶다고."
제주도가 그립거나 엄마가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친구들 때문에 제주도를 가려고 하는 딸아이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그래, 너는 나랑 참 다른 카지노 게임구나.'
나는 친구가 많지 않다. 처음에는 의외로 사람을 잘 사귀지만 인간관계를 지속하는 지구력이 약하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누군가를 만나 대화를 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을 피곤해 하는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극소수의 사람과 아주 소극적으로 인간관계를 유지할 뿐이다. 그래서 어디를 가도 친구가 많은 딸아이를 볼 때면
'이 카지노 게임가 내 딸이 맞나?'
라는 생각을 한다. 학교 선생님들에게 자기 이름이 아닌 '제주도'라고 불리는 딸은 이번에도 몰표를 얻어 반장이 되고 방송반이 되었다.
카지노 게임 딸에게서 사회성을 배운다. 어른이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심리와 감수성을 가진 사춘기 중학생, 그것도 예술중학교 여학생들 틈속에서 딸아이가 무난하게 살아남는 것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딸아이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 딸의 차이점은 뭘까? 나는 사람과 갈등이 생기거나 상대방이 싫으면 내 감정을 표현하는 편이다. '나 화나있어. 나 너 불편해. 너 나 조심해.'라며 싫은 티를 얼굴에 내고 다니니 인간관계가 불편해진다. 하지만 딸아이는 화가 나고 불편한 일이 생기면 입을 닫고 그 자리를 피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아무 내색하지 않고 다시 친구를 대한다. 대신 집에서는 나를 붙들고 친구로 인한 스트레스를 토로한다. 그 덕에 나는 지금 딸아이 학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누가 어떤 일을 했는지 다 안다. 딸과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여간 피곤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뭐 어쩌겠나...? 그래야 딸아이 스트레스가 풀리는 걸.....
또 내가 놀란 것은 딸도 불편함이 지속되면 한 번은 단호하게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학기초에 너무 세게 끌어안는 등 스킨십이 과한 친구가 있어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매일 아침 스트레스를 받으며 학교에 가던 딸 아이는 한 달이 지나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스킨십 세게 해서 아프고 불편하다고. 그랬더니 이제는 조심하더라구."
얼마전에는 반장이 왜 카지노 게임들을 조용히 시키지 않느냐고 지적을 하는 카지노 게임에게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라고 말했다고 해서 아내와 내가 놀란 적이 있었다. 카지노 게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단호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대신 손절하고 단절하기 바빴는데.....친구들과 큰 싸움 한 번 없이 원만하게 지내는 딸아이를 볼 때면 내가 가지지 못한 면을 가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 '타산지석'이라는 말이 있고 '배움에는 상하가 없다.'는 말이 있던가.
제주를 떠나온 지 두 달이나 되어 요즘은 제주도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연휴가 있지만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제주도에 대한 그리움이 더 간절하다. 제주도에 가면 가족들과 바다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집에서 푹 쉬다 올 생각을 하는 나와는 다르게 만날 친구들부터 순서를 메기고 있는 딸아이를 보며 인간관계에도 부지런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낀다.
글쎄.... 어느 것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다. 인간관계에 대한 피로감과 에너지 소비를 하느니 혼자 있는 시간을 더 가져야 한다는 말도 있고, 남는 것은 결국 사람들 뿐이라는 말도 있어서 어느 것이 맞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인간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할까? 세상에 옳고 그른 것은 없고 정답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니 결국 자신의 마음이 편한 것, 만족스러운 것이 현명하게 사는 것 아닐까? 하지만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약속을 귀찮아 하는 나도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은 사람이 그립다. 퇴근 후 술 생각이 날 때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친구가 가까운 곳에 있었으면 좋겠다.
카지노 게임 딸에게서 사회성을 배운다.
아니, 인생을 카지노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