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슴없이 어미를 잡아끄는 저 힘으로 모세는 홍해를 건넜을 터인데
현역 때 얘기다. 카자흐스탄의 유전 개발 문제를 놓고 임원들 간에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당시 신출내기 임원이었던 나는 그 사업의 부당성을 들어 강경하게 반대하였다. 꼼꼼한 자료와 국내 권위 있는 전문가와의 인터뷰 내용까지 공개하며 나름 철저하게 목소리를 높였으나 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였다. 워낙 강경한 반대 논리가 나름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하고 있으니, 눈치만 보던 임원들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나 거기까지였다. 나는 최후의 일격을 회장단에게 가하였다. 회사의 운명을 결정할 만큼 중요 사안이 안갯속에서 헤맬 때, 눈을 들어 바라볼 것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관이라고 말한 사람이 회장님이라는. 이 프로젝트는 회사의 가치관인 기업의 사회적 책무와 전혀 무관한 사업이라는 한 방이었다. 그러나 회장단은 강행하였고 나는 무력하게 무너진 채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했다.
결국 회사는 수천억 원의 비용을 날리며 유전 개발에 실패하였고, 급기야 증권 시장에서 퇴출을 당하며 법정관리까지 내몰리게 되었다. 인천공항 바닥에 누워서 바짓가랑이라도 붙들고 더 강경하게 반대하지 그랬냐는 회장의 푸념을 들었다. 네 카지노 쿠폰 앞에 목숨을 걸었어야 했다는 얘기로 들리는 순간이었다. 내 인생 전반에서 가장 슬프고 아프며 나를 분노하게 만든 순간이었다. 네 카지노 쿠폰에 목숨을 걸었어야 했다는 말의 주체할 수 없는 가벼움에 나는 치를 떨었었다.
아이의 저 똘똘한 카지노 쿠폰이 발화하는 순간, 지구의 자전은 멈춘다. 시끌벅적한 횡단보도 전체가 울릉도 앞바다로 날아가 처박히는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다. 카지노 쿠폰이란 저 아이의 눈처럼 천의무봉해야 하는 가치다. 바람도 새지 않을 만큼의 틈조차 허용치 않는 것이 카지노 쿠폰의 밀봉성이다. 오전의 힘든 서울 출장을 끝내고 오후 늦게 퇴근하는 횡단보도에서 저 아이의 똘똘한 눈과 마주쳤을 때, 양파를 깔 때처럼 쓰라린 눈물을 흘렸다. 정말이지 차 문을 박차고 나가서 이 세상에서 가장 공손한 자세로 아이 앞에 엎드려 절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