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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명원 Dec 24. 2024

무료 카지노 게임의 날씨는

내가 어렸을 적엔 엄마가 직접 만들어준 원피스를 입고 다녔다. 엄마는 옷감 위에 종이로 된 옷본을 대고 커다란 가위로 서걱서걱, 소리를 내며 천을 재단해서 여러 날 재봉틀 앞에 앉아 옷을 만들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어도 이것만큼은 금방 익혔다며 엄마는 재봉틀을 퍽 아꼈다. 낡은 청바지는 가방으로 변신했고, 헌 이불 조각은 내가 좋아하는 인형의 드레스가 되었다. 어느날은 강아지 이불과 베개를 만들어 달라고 엄마를 조르기도 했다. 그 덕에 우리집 강아지는 사탕 모양의 베개를 베고 자는 호사를 누렸다.


무엇이든 쉽게 버리지 않는 엄마답게 재봉틀도 오래된 것이었다. 제법 화려한 넝쿨무늬의 철제다리가 달린 그것은 발로 계속 밟아주어야만 바늘이 움직이는 수동재봉틀이었다. 전기로 움직이는 신형 재봉틀이 나왔다는 소리에 엄마는 지동시장에 나갈 때마다 재봉틀 가게에 들러 자꾸 그것들을 만져봤다. 작은 것 하나라도 덥석 사들이는 법이 없는 엄마였다. 하물며 그 시절에 재봉틀이 싼 물건이었을 리도 없다. 그렇게 오래 망설이던 엄마는 드디어 전동식의 새 재봉틀을 집에 들여놓았다.


엄마의 낡은 재봉틀은 지동시장 입구의 그 재봉틀 가게 앞에 한동안 나와 있었다. 알뜰한 엄마가 곱게 쓴 물건이지만 이미 낡을 대로 낡아버린 그것을 찾는 사람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엄마! 오늘도 우리 재봉틀 그대로 있어.”

학교를 오가는 길목에 있던 그 가게 앞을 지나며 우리의 재봉틀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걸 확인하는 게 일과였다. 엄마는 내게 “그 재봉틀이 여전히 거기 있더냐,” 한 번도 묻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매일 전하는 소식에 “인제 그만 되었으니 신경 쓸 것 없다.” 소리도 하지 않았다. 내가 여전히 우리 재봉틀이 거기 있다고 전해주었을 때마다 엄마의 표정이 어땠던가는 기억나지 않는다. 지나가듯 무심히 웃었던가, 아니면 허전한 얼굴을 했던가.

하지만 함께 지동시장에 나갔을 때 엄마는 멀찍이 떨어져서 한동안 바라보곤 했다. 여전히 가게 앞 한구석에 덩그러니 놓인 그 낡은 재봉틀을.


나는 무엇하나 허투루 버리는 법 없이 오래 쓰고, 아껴 쓰던 엄마와 달리 물건을 잘 버린다. 내게 소용되지 않는 것이라면 굳이 가지고 있지 않고 버리거나 나눠주며 그때그때 정리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굉장히 깔끔한 사람인 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청소와 정리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 아니던가. 이런 나를 간파한 엄마는 매번 혀를 찼다. “청소하기 귀찮으니 죄다 내버리는구나. 하여간 버리는 데는 네가 선수지. “그렇다. 나는 정리라는 미명하에 잘 버리는 사람이라고 해야 맞겠다.

그래도 물욕이 넘쳐나고, 대책 없이 지름신을 영접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살다 보면 자꾸 물건은 쌓인다. 무언가 하나를 사면 하나를 내버린다는 원칙으로 살지만 삶이 늘 원칙대로만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계절이 바뀌면 늘 정리할 옷들이 생겨나고, 싱크대 속의 안 쓰는 그릇은 여전히 구석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매주 무료 카지노 게임 오후가 되면 아파트 단지 주차장이 분주해진다. 한 주간 모인 온갖 재활용 쓰레기들이 일제히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종이는 종이대로, 플라스틱이며 캔은 또 그들 종류대로 한곳에 모인다. 주민들이 내놓은 쓰레기들을 다시 분류하고, 정리하며 주변을 계속 치워야 하니,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들이 제일 바쁜 날은 아마도 무료 카지노 게임 밤일 것이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쏟아져나왔을까 싶지만 사실 우리집이라고 해서 다를 리가 없다. 매주 우리집에서 내놓는 쓰레기의 양도 만만치 않다.


나는 무료 카지노 게임 저녁이면 버려진 것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곤 한다. 한때는 그저 ‘쓰레기’가 아닌 제각각의 이름과 용도를 가진 그 무엇이었을 그것들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맑은 물이 담겨 찰랑이는 물병, 과자를 품고 있는 알록달록한 봉지. 혹은 기다리는 누군가의 손에 들려진 택배 상자였거나, 샤워 후 시원하게 들이켜는 맥주캔이던 그들의 시절.

그 쓰레기 더미들을 볼 때마다 엄마의 오래된 재봉틀이 떠오르곤 한다. 여전히 우리 재봉틀이 길거리에 있다고 매일 신이 나서 엄마에게 보고하던 철없는 내가, 어느새 어른이 되어 말 상대가 된 이후 엄마가 했던 말도 함께.

”그 재봉틀이 가게 앞에 나와 있는데, 그걸 볼 때마다 꼭 자식을 내버리고 온 것 같더라니까.“

나는 이제 그 마음을 짐작할 수 있는 정도의 어른은 되었다. 하지만 엄마의 잔소리처럼 여전히 ‘물건 아까운 줄 모르고 잘 버리는’ 사람이기도 하다. 다만 이제 무언가를 버리기에 앞서 한 번쯤은 더 생각한다. ‘이걸 버리지 않고 다른 용도로 쓸 방법은 없는 걸까.’ 그뿐 아니라 아예 버릴 것을 만들지 않기 위해 무언가 사야 할 것 앞에서도 한 번 더 생각한다. ‘이것이 내게 꼭 필요한가.’ 물론 마음처럼 잘되지는 않아서 오늘도 뒤 베란다엔 무료 카지노 게임을 기다리는 쓰레기들이 쌓여간다.

늘 그렇듯이 이번 무료 카지노 게임에도 아파트 주차장엔 재활용 쓰레기가 쌓일 것이다. 하늘이 꾸물꾸물하다. 행여 겨울비라도 추적추적 내린다면 가뜩이나 쓰임을 다해 버려진 그것들이 얼마나 더 처량맞을 것인가 싶어 괜히 마음이 쓰인다. 그러니 무료 카지노 게임에는 비도, 눈도 오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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